2016아시아태평양장애인대회, 여성장애인의 양육과 사회활동 정책 포럼 열려
양육과 일의 이중고 겪는 여성에 대한 정책 지원 마련돼야

‘양육’ ‘일’ ‘여자’ ‘장애’ 네 가지 단어를 품에 안고 어느 하나 만만치 않은 것들을 이뤄내기 위해 하루하루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그들의 노력이 무색할만큼 이 사회의 장벽은 높기만 하다.

지난 24일 2016아시아태평양장애인대회에서 아시아태평양장애인조직연합 여성위원회 나은화 공동위원장이 전한 한국 여성장애인의 양육·경제 실태는 지적할 부분 투성이다.

▲ 아시아태평양장애인조직연합 여성위원회 나은화 공동위원장.
▲ 아시아태평양장애인조직연합 여성위원회 나은화 공동위원장.

나 위원장에 따르면 여성장애인은 자녀의 성장주기에 따라 양육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자녀가 영아기 일 때는 병원 방문, 응급 상황에 대한 대처가 어렵다. 특히 중증 장애가 있는 여성의 경우 ‘자녀를 제대로 돌볼 수 없다’는 이유로 시댁에서 자녀를 빼앗는 등 자녀와 강제분리 되거나 자녀양육에서 주도권을 갖지 못하는 사례도 많다.

자녀가 유아기가 돼도 현실은 마찬가지다. 여성은 자녀와 함께하는 바깥놀이의 제한이 있고, 그렇기 때문에 상황에 맞는 적절한 대화가 이뤄지지 못한다는 것.

자녀가 관심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잘 관찰하지 못하고, 그로 인해 자녀의 인지 형성에서도 어려움을 느낀다.

특히 나 위원장은 자녀와 엄마 사이에 필요한 감성적 교류의 어려움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아동기는 자녀의 자아가 형성되고, 학교 등을 다니면서 사회활동도 넓어지는 시기다. 이때 자녀는 그동안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던 부모의 장애를, 주변의 시선을 통해 부정적으로 받아들인다. 즉, 다른 부모와 ‘나’의 부모가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고, 안좋은 시선을 겪으면서 스스로 위축되거나, 부모와의 갈등관계를 겪는다.

나 위원장은 “자녀의 아동기를  잘 넘겨야 부모와 자녀간에 관계가 제대로 정립이 된다.”며 “그러나 이것은 부모 개인의 노력만으로 불가능하다. 반드시 외적 지원이 동반돼야 한다. 가령, 장애인식 교육이나 부모와 자녀간의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프로그램 등이 지원돼야 갈등이 줄어들 수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이라도 하듯 24.5%의 여성이 본인에게 제일 필요한 정책으로 가사도우미·자녀양육지원서비스를 먼저 꼽았다. 특히 자녀양육지원서비스는 1,2,3순위에서 모두 상위권을 차지했다.

나 위원장은 “자녀양육은 장애가 있는 여성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라며 “따라서 지원이 우선돼야 하지만, 실효성 있는 정책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여성장애인의 양육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촉구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장애유형별 양육의 어려움을  세심하게 파악한 유형별 차등 지원이 촉구됐다.

장애유형별로 청각·언어장애 부모의 경우, 자녀의 위급상황을 인지하지 못하고 책 읽어주기, 노래 불러주기, 이야기하기 등 어릴 때 해줘야하는 활동에 있어 소통상 어려움을 겪는다.

시각장애 부모의 경우는 역시 자녀의 위급상황을 인지하지 못하고, 특히 바깥 놀이와 병원 데려가기 등 외부활동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이러한 내용은 실제 여성장애인이 겪는 어려움의 극히 일부에 해당하는 것으로, 장애유형별 맞춤형 지원을 위한 선행연구의 필요성을 시사하고 있다.

‘취업하고 싶어요’ 97.8%… ‘일 하고 있어요’ 22.5%

특히 자녀가 청소년 시기에 들어서면 부모는 양육과 더불어 경제 부담까지 느끼게 된다. 사교육 의존도가 높은 한국 사회에서, 장애로 인한 경제활동의 제약이 자녀에게 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

대부분의 한국 사회 부모들은 자녀의 교육을 위해 일과 가정을 병행하고 있지만, 여성장애인의 경우 일과 가정 모두에서 벽에 부딛치는 일이 많아 이중고에 시달리게 된다는 지적이다.

나 위원장은 “장애 유무를 떠나 자녀를 잘 키우고 싶은 것은 모든 부모가 같다.”며 “대부분 부모들은 자녀 양육과 교육에 더 투자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어렵기 때문에 여성이 사회활동을 해야하는 상황에 몰리게 된다.”고 양육과 경제활동의 부담을 동시에 느끼고 있는 여성의 어려움을 꼬집었다.

지난 2014년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여성장애인의 취업률은 22.5%. 이는 남성장애인이 46.9%인 것에 비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수치다.

취업을 한다고 해도 경제력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취업 여성의 월평균 임금은 74만 3,000원으로 지난 2014년 임금근로자월평균 소득대비 27%에 불과하다.

취업지위에 있어서도 일용근로자가 22.3%, 임시근로자가 21.6%, 무급가족종사자 16.0%, 상용근로자가 14%로 직장 내 지위도 확실하지 않다. 실업여성의 97.8%가 일자리만 있다면 일을 하고 싶다는 취업의지를 보이지만, 현실은 싸늘하기만 한 것.

여성의 힘든 경제 상황은 곧바로 빈곤과 연결된다. 공적연급 가입율이 22.5%에 불과할 만큼 빈곤화가 심각하고, 가구 월평균 수입이 200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 이는 3인 이하 가족 도시근로자 가구 월평균 수입이 480만7,000원인 것과 대비된다.

즉, 결혼한 여성은 양육과 일의 부담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어느 하나 제대로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나 위원장은 “어머니로서 여성장애인이 겪는 문제는 비장애여성과 똑같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은 자신의 장애로 인해 훨씬 더 다양하고 많은 문제에 직면한다. 어린 자녀를 키우면서 경제활동도 함께 하기 위해 취업을 원하는 여성은 많다. 그러나 현실은 여성의 욕구를 외면하기 바쁘다.”며 꼬집었다.

특히 나 위원장은 여성장애인의 욕구가 비장애인과 다를게 없다고 지적하며 책임을 회피하기에 급급한 정부를 비판했다.

“여성은 여성정책과 장애정책 양쪽 모두에서 배제되고 있다. 여성에서는 장애를 이유로, 장애에서는 여성을 이유로 외면당하는 것이다. 

여성장애인의 욕구가 비장애여성의 욕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여성장애인도 지역사회 살아가기 위해서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가족단위의 지원이 필요하다. 장애 구분 없이 모든 여성이 가정·사회생활을 균형있게 할 수 있을 때만 자존감 높은 주인이 될 수 있다.

더이상 정부는 회피만 하지 말고 정책지원의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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