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 발의, ‘부양의무자’ 조항 삭제 돼
생계·교육·의료 급여에서도 ‘삭제’

▲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은 26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부양의무자 기준 삭제 내용이 담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주거급여법·의료급여법·개정안’을 발의했다.
▲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왼쪽에서 세 번째)은 26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부양의무자 기준 삭제 내용이 담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주거급여법·의료급여법·개정안’을 발의했다.

생계‧주거‧의료급여 수급자 선정 시 부양의무자 기준을 삭제하는 법률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은 26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부양의무자 기준 삭제 내용이 담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주거급여법·의료급여법·개정안’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는 기초생활 수급권자의 1촌 직계혈족을 부양의무자로 정의하고 있다. 부양의무자의 재산과 소득수준이 제도가 정한 수준(2016년 기준 484만7,468원 이상)에 미달해야만 수급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부양의무자’기준 때문에 수급신청자가 부양 받지 않고 있음에도 법률상 1촌 직계혈족의재산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수급권 신청에서 탈락되는 등 수급 받지 못하는 빈곤층이 늘어나고 심지어 죽음을 택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1년 4월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수급을 받지 못하게 된 김 모 씨는 폐결핵 치료를 받지 못해 병원을 오가다 거리에서 객사했다. 또한 지난 2012 여름에는 사위의 소득 증가로 수급을 박탈당한 이 모 씨는 거제시청 앞에서 독극물을 들이키고 숨을 거뒀다.

▲ 팻말을 들고 있는 이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황인현 활동가.
▲ 팻말을 들고 있는 이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황인현 활동가.

이뿐만 아니다. 부양의무자 기준은 시설에서 자립을 준비하는 사람에게도 큰 걸림돌이 된다.

지난 2014년에 장애인거주시설을 나와 자립생활을 하고 있는 이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황인현 활동가는 지난 2010년부터 현재까지 다섯 차례나 수급신청 했지만 부모가 있다는 이유로 모두 탈락했다.

황 활동가는 “내가 시설에 있었을 때 탈시설을 하고 싶어 서울시 자립생활센터에 주택 입주신청을 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내가 수급권자가 아니기 때문에 탈시설 뒤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해 신청을 거부했다.”며 “부양의무자 기준은 나에게 탈시서의 기회마저 빼앗았다. 부모님이 그들의 노후를 보낼 수 있을만큼의 적은 돈이 있다는 이유로 나는 평생 시설에서 살아야 하는가. 나의 자립을 돕지는 못할망정 연로한 부모에게 나를 책임지라는 국가가 너무하다.”고 토로했다.

2010년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의 빈곤실태조사에 따르면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 수급 신청을 한 154만9,820만 명 중 수급을 받지 못하는 빈곤층은 117만 명이다.

복지부는 지난 2014년 송파세모녀사건 발생 이후 복지부는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 등의 내용이 담긴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 외 3개의 법을 등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바 있다.

이에 부양의무자가 수급자를 부양하고도 중위소득(총 가구 소득순위중 가운데를 차지하는 소득) 수준의 생활을 유지하게 하기 위해, ‘부양능력 있음’ 선정기준을 완화해 약 12만 명을 추가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수급자 1인당 4인가구 선정기준은 290만 원에서 464만 원으로 늘어났다.

‘부양비 부과기준선’도 현재 부양의무자 최저생계비(2016년 4인가족 기준 175만6,574원)의 185%에서 중위소득(최저생계비의 250% 수준)까지 조정됐다.

수급 대상자 400만 명… 신규 수급자는 겨우 35만?

또한 복지부는 지난해 7월 맞춤형 개별급여 도입으로 빈곤층 개별상황에 맞는 복지급여를 제공해 사각지대를 발굴하고 빈곤을 해소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에 따라 최저생계비를 기준으로 한 통합급여에서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하는 맞춤형 개별급여로 바꾸며 생계급여를 중위소득(2016년 4인가구 기준 439만1,434원)의 28%(122만9,000원), 주거급여 43%(약 188만 원), 의료급여 40%(약 175만 원)로 선정기준을 완화했다.

지난달 4일 복지부는 ‘맞춤형 개별급여 1년 평가’ 를 발표하며 ‘성과’를 뽐냈다. 복지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맞춤형 개별급여 개편으로 신규수급자격을 얻은 수급자 수는 개편 전 132만 명 대비 27%(35만 명) 증가한 167만 명이다. 이 가운데 부양의무자 소득기준 완화와 급여별 선정기준완화로 인한 신규 수급자 수는 24만 명이다.

그러나 장애계는 복지부가 발표한 수치가 결코 뽐낼만한 성과가 아니라고 비판했다.

장애계에 따르면 기초생활보장제도 실제 수급 대상자 400만 명 중 복지부가 선정한 신규 수급자 35만 명으로 8.75%에 불과한 수치다. 이는 복지부가 애당초 예상했던 76만 명에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더구나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수급권 밖에 놓인 대상자가 실제 100만 명 이상인 것을 생각하면, 맞춤형 개발급여는 이름만 바뀌었을 뿐 이전과 다를 게 없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장애계는 “정부는 맞춤형 개별급여로 신규수급자가 증가할 것이라고 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여전히 많은 빈곤층은 실제 부양받고 있지 않는 부양의무자의 존재만으로 마지막 안전망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밀려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혜숙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는 먼저 부양의무자 정의 조항이 삭제되고, 생계급여·주거급여·의료급여의 수급 기준 중 부양의무자 기준에 관한 내용도 삭제된다.

전 의원은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수급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수급을 받지 못하고, 힘들게 살고 있다. 가난과 절망으로 죽음을 택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기위해서 부양의무자 기준은 꼭 폐지돼야한다.”고 폐지를 향한 의지를 전했다.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 공동행동 박경석 공동대표는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빈곤문제 가족과 개인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로 제대로된 복지, 인간의 삶을 이야기 할 수 있고 인권이 살아있는 대한민국이 됐으면 좋겠다. 오늘이 그 시작점 일 것.”이라고 개정안 발의를 환영했다.

▲ 한편 전 의원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빈곤층의 눈물,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법안을 국회 의안접수센터에 제출했다.
▲ 전혜숙 의원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빈곤층의 눈물,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법안을 국회 의안접수센터에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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