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의·조정’에 교부세 삭감까지… 사실상 지자체 권한 통제
일부개정법률안 발의, “맞춤형 복지는 지자체 지원이 답 ”

최근 서울시의 ‘청년활동지원사업(이하 청년수당)’이 정부의 ‘취업성공패키지’와 마찰을 빚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사회보장기본법 제26조(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는 사회보장제도 신설·변경시 보건복지부와 협의해야 한다)를 삭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 ⓒ웰페어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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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지난 7월 서울에 1년 이상 거주한 미취업 청년의 자율적인 진로와 사회활동을 지원하고자, 미취업기간과 소득 수준 등을 고려해 월 50만 원(최대 6개월)을 지원하는 내용의 청년수당의 지원 대상자 신청을 받았다.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가 지난 4일 ‘사회보장기본법상 협의절차를 따르지 않은 것은 위법 행위’라며 서울시에 직권취소를 통보한데 이어, 고용노동부(이하 고용부)는 12일 청년수당과 비슷한 내용의 취업성공패키지를 발표했다.

고용부의 취업성공패키지는 전국 미취업 청년을 대상으로 취업지원프로그램을 제공, 소득 수준과 상관 없이 취업의지가 있는 대상자에게 월 20만 원(최대 3개월)을 지원한다.

고용부는 ‘취업성공패키지는 취업의지가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반면, 서울시의 청년수당은 포퓰리즘에 지나지 않는다’며 다른 점을 강조했지만, ‘정부는 되고 지자체는 정부의 허락 없이는 안된다는 식은 결국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을 통제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사회보장기본법 제26조를 어길 경우 지난해 정부가 공포한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개정안 제12조(교부세의 반환 또는 감액)에 해당, 사실상 지자체를 압박하는 수단이 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박근혜정부복지후퇴저지특별위원회는 “사회보장기본법은 협의 조정 결과에 대한 의무 조항을 규정하고 있지 않으며, 단지 권고만이 담겨 있을 뿐이다. 제재 조항도 전무하다. 지방교부세법에 명시된 ‘법령 위반’ 사항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환급 또는 삭감 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명백히 법률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또 “사회보장기본법은 국민의 복지 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번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개정안은 복지 증진이 아닌, 지방자치단체의 복지를 후퇴, 또는 말살시키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정부, 지자체 복지사업 동의 비율 갈수록 ‘야박’

사회보장기본법 제26조는 지자체 복지사업의 감소를 부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복지부로부터 받은 ‘2013~2016년 6월 신설·변경 사회보장제도 협의·조정 결과’를 살펴보면 지자체에서 신설·협의한 사회보장제도 신청 건수는 2013년 31건, 지난 5월 현재 447건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복지부의 동의 비율은 2013년 80%, 지난 5월 현재 39.1%로 매년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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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의원은 “지난 2003년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으로 지자체의 지역복지계획 수립이 법적으로 의무화 됐음에도 지역의 특성과 수요를 살린 지자체의 복지제도 추진에 대해 복지부 등 중앙정부의 개입이 지나치다.”며 “이는 직권남용이며 풀뿌리 민주주의 근간을 위협하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더구나 복지부의 ‘신설·변경 사회보장제도 협의·조정’ 심사과정이 비공개로 진행되기 때문에, 심사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당위성과 투명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전국복지수호공동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는 사회보장기본법 제26조에 의거해 사회보장제도 유사·중복 정비방안을 내놓으면서 지자체 사업 1,469개에 대한 정비지침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사업군 정비유형·기준에 대한 공통기준을 제시했다.

이를 살펴보면 ▲사회보험 본인 부담금 추가지원 ▲중앙정부 사업과 동일목적의 현금성 급여 ▲중앙정부 신규사업과 중복 사업 ▲중앙정부 사업의 보충적 사업 중 전달체계 개선 등 효율화가 필요한 사업 ▲자체발굴 사업 등이다.

대책위는 “2013년 기준 지자체 자체 사업 비중은 8.8%로 나머지는 국고보조사업이다. 지자체가 시행하는 사업 대부분은 정부의 사회서비스가 주민들의 욕구를 충분히 채워주지 못하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거나 지역 특성을 살린 것들이 대부분.”이라며 “각 지역마다 사업에 대한 적용하는 기준이 달라 정부가 발표한 정비유형·기준 적용이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부분의 나라에서 사회서비스는 지방정부에 의해 제공하도록 돼 있다. 이는 중앙정부보다 지방정부가 지역주민의 욕구를 파악하고 대응하기에 효과적이기 때문.”이라며 “헌법은 주민의 복지 증진이 지방자치의 중요한 목적의 하나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볼 때 정부의 신설·변경 사전협의제는 지방자치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라고 반론했다.

“지자체 살림은 지자체”, 사회보장기본법 제26조 삭제 개정안 발의

최근 사회보장기본법 제26조를 삭제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은 지난 2일 ‘사회보장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위 의원 등 국회의원 10인은 “협의·조정 조항을 삭제해 지자체의 장이 복지부장관과 협의를 거치지 않더라도 사회보장제도를 신설 또는 변경할 수있도록 함으로써 지자체가 지역적 특성을 반영해 자율적·탄력적으로 사회보장제도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개정안의 취지를 밝혔다.

개정안을 살펴보면, 제26조(제2항) 사회보장제도 신설·변경시 복지부와 협의해야 하는 대상에서 지자체를 삭제하고 중앙행정기관으로만 한정했다.

아울러 제25조(운영원칙) 제5항 단서 중 ‘협의·조정’을 ‘협의’로 정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위성곤 의원은 현행 사회보장기본법 제26조는 지자체의 자치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며, 정부는 지자체의 자체 사업을 통제할 것이 아니라 자체 사업 발전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 의원은 “서울에 거주하는 노인과 제주에 거주하는 노인은 다르다. 물론 노인이라는 것은 같지만 지역이 갖고 있는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잘 알고 있는 지자체가 복지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지자체가 스스로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게 정부는 지원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래야 정부에서 이야기하는 ‘맞춤형 복지’에 해당하는 정책들이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뿐만 아니라 지자체의 복지사업을 심사하는 사회보장위원회의 구성이 지자체 특성을 대표할 만한 사람들은 소수에 불과하다.”며 “지자체의 지역 특성을 대표할 수 있는 위원들과 더불어 그 지역에서 지원 받고 있는 대상자의 의견도 반영될 수 있도록 구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위 의원은 현 정부의 정책기조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위 의원은 “현 정부는 획일화되고 통일된 정책을 중심에 놓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사회는 다양화가 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경쟁력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역할이 커져야 하지만 정부는 지자체를 믿지 못한 채 중심에 서서 이를 통제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자체도 자체적으로 시민들에게 세금을 걷고 정책을 추진하면서 잘못된 점들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에 지자체가 갖고 있는 자치권을 믿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믿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들이 갖고 있는 조건에 지자체를 맞추려 하는 것.”이라고 바라봤다.

위 의원은 “개정안의 목적은 협의·조정에 대한 조항 삭제가 먼저이기는 하지만 지자체 자율성을 더 확대할 수 있도록 법 조항을 다시 한 번 검토할 것.”이라며 “정부는 교부세 감액 등 패널티를 통해 지자체의 복지서비스 개발을 막을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삶을 바라보고 이들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복지를 확대하기 위한 재원 마련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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