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장애인복지 관련 예산 1.7% 증액에 불과, 장애인거주시설 위주 정책 여전
제17회 사회복지의 날 기념식, 장애계단체 요구에도 복지부장관 만남은 없어

▲ 종로장애인복지관 옥상에서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 종로장애인복지관 옥상에서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장애계단체는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통과된 2017년 정부예산이 복지 서비스에서 장애분야는 배제됐다며 지난 7일 종로장애인복지관 옥상과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2회에 걸쳐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2017년 장애계 복지 관련 예산 보장을 위한 노숙농성이 종로장애인복지관 옥상에서 진행된 지 이틀째 오전 11시 30분, 장애계단체는 ‘중증장애인생존권 예산쟁취 농성 선포 기자회견’을 통해 내년 정부 예산안이 자립이 아닌 장애인거주시설 위주의 예산안이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2017년 보건·복지·노동 분야의 예산안이 지난해 대비 5.3% 늘어난 130조 원으로 편성됐다고 밝혔다. 특히 보건복지부(이후 복지부) 예산안은 지난해 55조8,436억 원 보다 3.3% 증가한 57조 6,698억 원이라고 발표하며 복지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 박경석 대표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박경석 대표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복지부 전체예산이 3.3% 증액했지만 장애인 복지 관련 예산은 1.7%밖에 늘지 않았다.”며 “대한민국 장애인구가 250만 인이고 가족까지 합하면 전체 인구의 10%가 넘지만 이들을 고려하지 않은 적은 예산 증액이 어떻게 맞춤형 복지라고 주장할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장애계단체는 내년 정부예산안에서 ▲활동보조인 시간당 수가 9,000원 동결과 활동보조서비스 시간 월 평균 109시간 동결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지원금 5% 삭감 ▲장애인연금 200원 증가 ▲장애인거주시설 운영 지원금 4.1% 증액을 문제로 꼽았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김남연 서울지부장은 “활동보조서비스는 최중증장애인의 목숨이 걸려있는 제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활동보조서비스 관련 예산 동결을 통해 장애인과 장애가족의 손과 발을 묶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후 장애계단체는 청와대가 있는 방향으로 종로장애인복지관 옥상에 ‘박근혜 대통령은 2017년 중증장애인 생존권 예산 보장하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걸었다. 이어 현수막을 제거하려는 경찰들과 약 4시간가량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이정훈 정책실장이 부상을 입었다.

▲ 종로장애인복지관 옥상에 거대 현수막이 걸렸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 종로장애인복지관 옥상에 거대 현수막이 걸렸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단체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단체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기념식은 평화롭게, 장애인 인권은 바닥에 내치다

제17회 사회복지의 날 기념식(이하 기념식)이 진행되는 세종문화회관 세종홀 앞에서 2번째로 진행된 ‘복지를 복지로 부르지 못하는 제17회 사회복지의 날 기자회견’이 오후 1시부터 열렸다.

단체는 기자회견을 준비하기위해 세종문화회관으로 향하던 중 미리 대기하고 있던 경찰들과 부딪혔다.

이 과정에서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형숙 상임대표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문애린 활동가가 휠체어에서 분리돼 약 30여분 기자회견준비가 미뤄졌다.

▲ 이형숙 대표가 휠체어에서 분리된 채 바닥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이형숙 대표가 휠체어에서 분리된 채 바닥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 상임대표는 “기념식에 참석하는 정진엽 장관이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곳에 왔다. 하지만 이렇게 바닥에 내팽개쳐졌다.”며 “광화문 지하 역사에서 오늘까지 1,479일 동안 농성을 하고 있지만 단 한번이라도 우리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 준적 없는 정부가 원망스럽다.”고 말하며 세종문화회관을 지나가는 시민에게 눈물을 흘리며 호소했다.

단체는 기념식의 주제인 ‘탄생의 순간부터 평생 동안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가 함께합니다.’에 장애인은 포함돼있지 않다고 주장하며 이날 기념식에서 사회복지 관련 단체장·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시상식을 비판했다.

문 활동가는 “세종문화회관과 가까운 광화문 농성장에는 12개의 영정사진이 걸려있다. 그중 2인이 거주시설에서 사망한 사람이다.”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주시설 운영자가 상을 받고 있는 기념식이 사회복지의 날을 기념하는 기념식이 될 수 있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기념식 밖의 치열한 현장과는 달리 기념식은 평화롭기만 했다.

사회복지에 기여한 여러 재단과 기관들이 각각 훈장과 표창을 수여 받으며 이들과 정부는 앞으로 맞춤형 복지를 실현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서로를 응원했다.

기념식에서 정 장관은 “탄생의 순간이 아닌 잉태된 순간부터 국민 모두가 체감할 수 있는 맞춤형 복지를 실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기념사를 전했다.

기념식이 한창인 순간 단체는 정 장관을 만나기 위해 세종문화회관 후문과 정문에서 약 40분 간 경찰과 대치상황을 벌였으나 끝내 정 장관을 만나지 못한 채로 자리를 마쳤다.

  ▲ 기념식에서 정진엽 장관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 기념식에서 정진엽 장관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 종로장애인복지관 옥상에서 청와대가 있는 방향으로 대형 현수막을 걸고 있다.  
▲ 종로장애인복지관 옥상에서 청와대가 있는 방향으로 대형 현수막을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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