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주경찰의 장애인활동지원 관련 수사에 대한 입장

최근 여주경찰이 장애인활동지원 관련 수사를 위해 여주시에 활동보조인의 인적사항 및 급여지급내역서(통장사본, 급여명세서, 지출결의서 등)에 대한 자료를 요구하였고, 여주시는 이에 협조하기 위해 활동지원기관에 관련 자료에 대한 제출을 요구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사실을 접한 우리는 경악을 금할 수가 없다.

여주에서 벌이려고 하는 특정한 집단을 대상으로 한 저인망수사는 얼마 전 김포에서 발생했던 사건의 되풀이다. 2015년부터 올해 봄까지 김포경찰은 장애인활동지원 이용자인 장애인과 노동자인 활동보조인에 대해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활동보조인을 대상으로 한 저인망수사를 진행하였다. 김포경찰은 장애인이용자와 활동보조서비스노동자의 개인정보를 김포시에 요구하였고, 김포시는 이를 경찰에 제공했다. 경찰은 개인정보는 물론 신용카드와 통장내역, 휴대전화 위치추적 등 아주 중요한 사생활 정보들을 수집했고, 활동보조인들은 이유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경찰에 줄줄이 불려갔다. 조사과정은 장애 특성이나 제도의 특징을 알지 못하는 경찰에 의해 강압적으로 이루어졌고 장애인 비하발언, 성희롱적 표현도 난무했다.

이 일은 김포의 장애인이용자와 활동보조노동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모욕감을 느낀 다수의 활동보조인이 일을 그만두었고, 이로 인해 활동보조인을 구할 수 없게 될까봐 장애인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

경찰에 의해 검찰에 송치된 활동보조인들은 전원 기소유예 판결을 받았다. 장애인단체와 인권단체, 그리고 노동조합은 경찰의 개인정보 수집과 제공에 대해 헌법소원 청구를 하고, 수사과정에서 발생한 인권침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는 등 이 사건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이처럼 무리한 수사를 기획하고 진행한 경찰의 행위로 김포에서 겪은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고 있는데 이제 여주에서 경찰이 똑같은 일을 벌이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경찰에서 벌이고 있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저인망 수사 행위가 습관이 되어가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또한 정부가 잘못된 제도에 대해 개선하려고 하는 대신 사회복지를 예산낭비로만 보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강압적 통치를 통해 문제를 덮으려고 하는 태도를 규탄한다.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는 바우처를 통해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이 바우처는 ‘국가보조금에 대한 부정’이 쉽게 발생할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다는 것을 정부도 전적으로 부인하지 못한다. 우리는 정부를 상대로 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할 것을 끊임없이 요구해 왔다. 특히 부정수급 단속을 위한 장치의 확장이 이용자와 노동자의 인권침해로 이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항의하고,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거듭거듭 강조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제도의 개선은 안중에도 없고, 바우처가 부정수급을 용이하게 한다는 점을 빌미로 복지대상자와 노동자의 기본적 인권을 무단히 침해하고 있다.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는 장애인에게 인간다운 삶을 가능하게 하고, 행복을 추구할 국민의 권리로써 보장되어야 하는 제도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를 마치 정부의 시혜인양 대하고, 장애인이용자와 서비스제공자인 노동자들을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는 사람들로 취급함으로써 권리가 아닌 낙인으로 작동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사회복지 예산을 줄이고, 사회적 약자에게 국가세금을 낭비하는 자라는 낙인을 찍음으로써 국민으로서, 시민으로서 당당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을 막으려는 억압의 기제로 악용하려는 것이 아닌가? 또한 불필요한 사드 배치, 4대강 오류를 덮기 위한 유지비용, 국방비 비리 등 온갖 방식으로 국가예산을 잘못 운영하는 무능을 덮기 위해 예산을 핑계로 국민의 삶을 옥죄는 것이 아닌가?

또한 경찰과 지방정부의 이런 행위는 정보인권 침해의 심각성에 대해 얼마나 둔감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은행이나 사기업 등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될 때마다 사회적으로 표출되는 분노의 크기를 보면서도, 자신들의 행위는 그것과 무관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 정부가 국가에 등록된 노동자들에 대한 정보를 마음대로 주무르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1년에 용산경찰서가 철도파업에 참가했던 노동자들에 대한 건강정보를 수집하여 헌법재판소에 제소되었고, 장애인활동지원과 관련해서만도 2014년 인천시경이 2천명 이상의 개인정보를 수집하려다가 저지당한 일이 있다. 올 초에는 김포에서, 그리고 이제는 여주에서 시민의 인권을 지켜야 할 경찰과 지자체에 의해서 이런 인권침해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모든 개인의 정보는 본인의 동의 없이 제3자에게 제공될 수 없다. 이는 국민 개개인이 자신의 정보를 직접 통제할 수 있어야 하며, 그것이 인간으로서의 자유를 누리기 위한 조건이라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포경찰에 개인정보를 제공한 김포시는 경찰의 협조공문 한 장에 활동지원서비스 이용장애인과 활동보조인 전부의 개인정보를 고스란히 넘겼다. 장애인이용자는 권리로서의 활동지원서비스를 받기 위해, 활동보조인은 일하기 위해 개인정보를 제공한 것이지, 경찰의 수사대상이 되기 위해 개인정보를 제공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 이제 그 일이 또 여주에서 발생하려고 하고 있다. 여주시는 당사자에게 이러저러한 이유로 당신들의 개인정보를 경찰에 제공하려고 하는데 동의하느냐는 공문 한 장이라도 발송할 생각을 해보기는 했는가?

우리는 이 일에 대해 결코 묵과하지 않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다.
김포경찰서장과 김포시장은 장애인과 노동자들의 분노에 찬 항의를 받아야 했다. 김포서장과 시장은 헌법재판소에 제소되어 있다. 그리고 수사과정에서 인권을 유린한 경찰과 그 책임자인 경찰서장은 오늘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된다. 여주시도 김포에서 벌어진 이러한 혼란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요구한다.
여주경찰은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혼란에 빠뜨리고, 장애인과 활동보조인의 인권을 침해할  저인망 수사 계획을 당장 중단하라.
장애인과 활동보조인의 개인정보를 취급하고 있는 정부기관은 활동보조인의 정보에 대해 경찰에 넘기려는 행위를 당장 중단하라.

2016년 9월 19일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경기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 여주장애인자릴생활센터, 장애와인권 발바닥행동,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전국활동보조인노동조합,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진보네트워크센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저작권자 © 웰페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