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정의와 이를 둘러싼 오해들… 장애·비장애 간 통합과 자연스러운 장애 ‘노출’통해 해결해야

자폐아들아! 하하(광고 영상 촬영 도중)’

- 유명 아이돌 그룹 멤버

‘관심 받고 싶어서 안달 났냐? 하여간 관심 받으려고 별짓을 다하네. 어휴 자폐아XX’

- 유명 포털 사이트 댓글

정치적 ‘발달장애’를 앓는 일부 주사파 정치 광신도들이… 저런 ‘또라이’는 없었거든요

- 평론가

어디 모자라냐? 너 지적장애 있냐?!ㅋㅋ

- 유명 포털 사이트 게시글

대중매체에서 발달장애는 흔히 단순 지적능력이 낮거나 의사소통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표현되며, 온라인 등 발달장애에 대한 비하 또한 쉽게 볼 수 있다.

발달은 사전 상 의미로 ‘신체나 지능 따위가 성장해 제 모양을 갖추거나 성숙하는 발전 과정’을 말한다.

이 과정에 문제가 생겨 발달 또는 성숙하지 않은 상태를 ‘발달장애’라고 한다.

발달장애는 ‘뇌의 특정 부위 작용(인지처리과정 또는 정서처리과정)의 결함과 관계된 중증의 만성적 장애’를 말한다.

특히 정서·인지·사회적 표현과 행동에 영향을 줘 ▲적응행동(개념적 기술, 사회적 기술, 실용적 기술)의 한계 ▲사회적 상호작용의 결함 의사소통의 어려움 ▲특별한 행동(자해행동, 상동행동, 공격행동 등)을 나타낸다.

이러한 특성으로 발달장애가 있는 사람은 자기관리, 표현 언어, 학습, 이동, 자기결정, 자립생활능력, 경제적 자급자족 등에 어려움을 겪는다.

발달장애는 ‘뇌의 특정 부위 작용의 결함’과 관계된 장애인만큼, 발달장애를 규정하는 시각은 매우 다양하고 넓다.

한국은 ‘장애인복지법 제2조 제1항’에 의거, 지적장애와 자폐성장애(자폐스펙트럼장애)만을 발달장애로 규정하고 있다.

지난 2014년 5월 제정된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발달이 나타나지 않거나 발달의 지연을 보이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대통령령으로 위임하게 함으로써 다른 장애도 포괄할 수 있도록 했지만, 구체화된 하위법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따라서 최근까지도 발달장애에 대한 정의와 범주의 규정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연구와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발달장애학회에 따르면 특수교육, 의학, 심리학 등 각 분야마다 발달장애에 대한 시각과 판단 기준은 각기 다르다.

이렇다보니 발달장애에 대한 오해와 잘못된 인식은 사회에 만연하다.

대중매체에서는 흔히 지적장애를 단순 ‘어린아이’로만 표현하거나, 자폐스펙트럼장애와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도 대다수다.

또한 자폐스펙트럼장애가 서번트 증후군으로 대체되는 경우가 있어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이에 웰페어뉴스에서는 발달장애에 대해 알아보고 올바른 인식을 제고하고자 한다.

지적장애는 어떻게 ‘비하’되고 있는가

지적장애는 장애인 복지법상 ‘정신 발육이 지체돼 지적 능력이 불충분하고 불완전하게 발달돼 있으며 자신의 일 처리와 사회생활에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것’, 의학계에서는 ‘지적 기능과 개념적·사회적·실제적·적응기술로 표현되는 적응행동에 심각한 제한이 있는 상태’다.

현재 지적장애 판정은 임상적 평가(KNISE-SAB:적응행동검사)와 표준화된 개인 지능검사(웩슬러지능검사 등) 두 가지 방법을 통해 이뤄진다.

진단 방법에 따라 1등급~3등급까지 세 가지 등급으로 분류되며, 표준화된 개인 지능검사에서 지능(IQ)이 명확하게 70점 이하인 경우부터 해당된다.

▲ 지적장애가 있는 아빠 이야기를 다룬 7번방의 선물 . ⓒ네이버 영화 정보
▲ 지적장애가 있는 아빠 이야기를 다룬 7번방의 선물 . ⓒ네이버 영화 정보

관객 1,200만 명을 넘으며 흥행 했던 영화 ‘7번방의 선물(2013)’의 주인공 용구는 과장된 행동과 어리숙한 모습으로 관객의 웃음을 자아낸다.

용구는 6세 수준의 지능으로 등장해 마냥 어린이 취급을 받는가 하면, 지적장애와 큰 관계없는 상동행동을 하기도 한다.

백석대학교 특수교육과 양문봉 교수는 “6세 지능이라고 하더라도 덜 성숙한 존재로 인지해서는 안 된다. 지적장애의 판단은 지능검사 점수가 장애판단의 절대적 기준이 되기는 한다. 하지만 지적장애는 지적기능에 결함이 생기는 것뿐.”이라며 대중매체 속 표현은 오해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상동행동은 같은 행위를 주위의 상황에 상관없이 반복하는 행동으로, 용구의 상동행동은 주로 자폐스펙트럼장애에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양 교수는 “정도가 심한 지적장애에서도 상동행동이 나타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지적장애보다 자폐스펙트럼장애에 있는 행동.”이라고 밝혔다.

형형색색 뜻하는 ‘자폐스펙트럼장애’

스펙트럼(Spectrum)이란, 물리학으로 빛이나 복사선이 분광기(빛을 분산시키는 기구)를 통과할 때 파장의 순서에 따라 분해돼 배열되는 빛깔의 띠다. 이와 함께 ‘추상적 개념이나 견해에서 여러 가지 갈래로 나뉠 수 있는 범위’를 뜻하기도 한다.

이처럼 자폐스펙트럼장애는 사람에 따라 각자 다른 특성을 갖는다.

자폐스펙트럼장애는 장애인 복지법상 ‘소아기 자폐증, 비전형적 자폐증에 따른 언어·신체표현·자기조절·사회적응 기능 및 능력의 장애로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받아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상태’다.

의학계에서는 사회 기술, 언어, 의사소통 발달 등이 지연되거나 또는 비정상적인 기능을 보이는 발달장애라고 정의하고 있다.

한국의 자폐스펙트럼장애 판정은 국제질병분류표를 바탕으로 전문의의 임상적 판단 또는 한국 자폐증 평정 척도(K-CARS)를 비롯한 다양한 자폐성 척도를 통해 이뤄지며, 자폐 관련 전반적 기능척도 평가인 ‘GAS’를 종합해 최종 판정을 내린다.

한편, 지난 2013년 5월 선보인 새로운 진단기준인 DSM-5(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에서는 만성 신경정신 질환으로 언어발달 지연과 사회적응의 발달이 지연되는 ‘아스퍼거 증후군’과 희귀 질환인 ‘소아기 붕괴성’ 장애 등의 진단명을 없애고 자폐스펙트럼장애로 포괄하고 있다.

또한 여성어린이에게만 발병하고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퇴행성 신경질환인 ‘렛 증후군’은 더 이상 자폐스펙트럼장애에 포함시키지 않고 신경계 질환으로 분류하고 있다.

대중매체의 허상, 서번트 증후군

드라마 ‘굿닥터’의 주인공은 자폐스펙트럼장애가 있는 의사 레지던트 박시온(주원)으로, 그는 서번트 증후군으로 소통에 어려움을 겪지만 ‘누구보다 뛰어난 의술’을 보인다.

이밖에도 드라마 ‘찬란한 유산’, ‘안녕하세요 하느님’, 영화 ‘레인맨’ 등에서 자폐스펙트럼장애는 마치 ‘남들보다 어느 한 분야에 뛰어난 능력을 가진 것’처럼 그려지고 있다.

하지만 서번트 증후군은 자폐스펙트럼장애가 아닌 독립된 증후군이다.

▲ 서번트 증후군을 앓고 있는 자폐스펙트럼장애 의사 이야기 굿닥터. ⓒKBS 홈페이지
▲ 서번트 증후군이 있는 자폐스펙트럼장애 의사 이야기 굿닥터. ⓒKBS 홈페이지

일부 대중매체의 과장과 자폐에 관한 정확한 인식이 없어 대다수의 사람들은 흔히 서번트 증후군을 자폐스펙트럼장애로 단정 짓는 경우가 많다.

서번트 증후군은 주로 사회성 함양과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으며 반복적인 행동 등을 보이기도 한다. 반면 기억, 암산, 퍼즐이나 음악 등 특정한 분야에서 우수한 능력을 보인다.

서번트 증후군이 있는 사람 중 약 절반정도에게서만 자폐스펙트럼장애가 발견된다.

양 교수는 “서번트 증후군은 사실 자폐스펙트럼장애인 중에서 1% 미만일 정도로 비율이 낮다. 또한 자폐스펙트럼장애를 지적능력이 낮은 장애로만 인식하면 안 된다. 또한 고기능(IQ가 평균범주이거나 평균범주에 가까운) 자폐스펙트럼장애의 경우에는 지적능력이 자폐스펙트럼장애 평균 지능 점수보다 높게 나타나기도 하기 때문이다. 진정 발달장애를 이해한다면 ‘천재’나 ‘바보’와 같은 단어를 평소에 쓰지 않는 것이 옳다.”고 당부했다.

양 교수는 이와 더불어 자폐스펙트럼장애가 공격 성향이 있다는 오해에 대해서도 말문을 열었다.

양 교수는 “자폐스펙트럼장애인은 ‘사회적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다. 소통에 있어 특히 욕구표현에 중점을 두고 발언·행동하기 때문에 제3자나 상대방이 느끼기에는 공격적이고, 이기적으로 보일 수 있다.”며 “예를 들어 무슨 말을 하고 싶을 때 우리는 주로 손을 들어서 의사를 표현한다. 하지만 발달장애인은 소리를 지른다거나 격한 행동으로 표현할 수 있다. 이는 의도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나름의 표현 방식이다. 주로 이와 같은 행동을 하는 자폐스펙트럼장애는 다른 사람을 해친다기보다는 오히려 자신을 다치게 하는 경우가 많다. 비장애인과는 다른 표현 방식이 있을뿐, 다른 행동을 한다 해서 공격적이라고 오인해서는 안 된다.”고 표현 방식의 차이를 설명했다.

오해보다는 ‘이해’, 발달장애 알아가는 기회 필요

자기 자신의 성질에 얽매여 타인의 자연스럽고 자유로운 성질을 존중하지 않는 한 타인을 이해하기란 어렵다.

- 프랑스 학생 시위 도중 벽에 쓰인 낙서 -

현재 서울시 기준 2만7,099인의 발달장애인이 거주하고 있으며 발달장애인 인구는 최근 5년간 평균 3.3%씩 지속해서 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앞으로 더 많은 발달장애인과 마주하게 된다. 증가하는 발달장애 인구에 발맞춰 우리의 인식도 나아가야 하는 시점이다. 하지만 아직 발달장애를 제대로 마주하고 이해할 수 있는 자리는 부족하다.

▲ 백석대학교 특수교육과 양문봉 교수.
▲ 백석대학교 특수교육과 양문봉 교수.

양 교수는 ‘발달장애를 무조건 이해하라는 교육은 일차원적 해결방법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는 ‘발달장애는 이런 것이다’라고 직접적으로 노출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자폐를 알리고 노출하자는 의미에서 자폐인식(Autism awareness) 운동을 지난 20년간 해왔다. 마라톤이나 사람이 많이 모이는 행사에서 자폐스펙트럼장애를 자연스럽게 노출해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며 “실제로 사람들이 자폐스펙트럼장애를 눈으로 보니 위에 언급한 잘못된 인식을 갖지 않고 이해하기 시작했다. 또한 현재 국내 중·고등학교는 ‘장애·비장애 학생 통합교육’에 성공했다. 중·고등학교 통합학급이 전국에 약 6,000여 개 있다. 처음에는 학생들도 장애에 대해 꺼려했지만 시간이 점차 지나면서 장애를 이해하게 됐다. 이제는 학생들도 성장기를 거치면서 조금씩 발달장애 특성을 알아가고 있다. 통합교육을 좀 더 넓혀가며 장애를 자연스럽게 노출한다면 발달장애를 포함한 수많은 오해가 자연스레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올해 세계적인 발달장애인 자기 권리옹호 운동인 ‘피플퍼스트’가 한국에서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발달장애인들의 자조모임으로 시작된 피플퍼스트를 통해 국내 당사자들도 자기 권리를 찾기 위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송효정 조직팀장은 “자조모임에서 권리 옹호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모임에 참여한 발달장애인들은 혼자 있을 때에는 생각해보지 못한 자기권리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며 만족하고 있다.”고 전했다.

발달장애인은 더 이상 보호 ‘객체’가 아닌 자기권리의 ‘주체’임을알리기 위해 점점 더 크게 목소리 내고 있다. 발달장애에 대한 올바른 인식은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자세에서 시작된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지원을 받은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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