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성명서

- 제3기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건강권 과제, 제2기 권고 답습한 부실 제안에 그쳐

지난 5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정부에 제3기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이하 인권 NAP) 수립을 권고했다. 제3기 인권 NAP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 동안 우리 사회의 인권 개선을 위해 수립하는 중장기 정부계획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 권고에서 “사회적 약자 및 취약 계층의 인권보호”를 위해 향후 5년간 집중할 분야로 장애인 등 14개 대상영역을 설정하며 각각 제1기, 2기 기본계획을 평가하고, 제3기 계획의 목표, 국가 정책방향, 핵심추진과제를 제안했다.

장애인 분야 핵심추진과제는 총 15개로 “장애인 건강권 보장”이 과제로 포함되었지만 내용은 부실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시한 핵심추진과제는 “의료기관의 장애인 진료를 위한 특수장비 및 장애유형별 의료장비 구입시 정부 재정지원”을 권고하였는데, 이것은 새로운 내용이 아닌 제2기 권고를 재권고한 것에 그친다. 장애인 건강권 개선은 장애인의 건강을 결정짓는 인권적 측면의 사회적 결정요인에 대한 개선이 핵심임에도 불구하고 병원에 대한 재정 지원만을 과제로 삼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장애인 건강권에 대한 이해 정도가 국가나 사회적 책임보다는 개인이 해결해야 할 가벼운 과제로 여기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단적인 모습이다.

2014년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평소 본인 건강상태가 좋다고 인지하고 있는 장애인은 전체 장애인의 15.9%에 불과하지만, 본인이 원하는 때에 병·의원에 가지 못한 이유로 58.8%가 경제적인 이유를 꼽았고, 교통편이 불편해서라는 응답이 15.2%에 달한다. 또한 2013년 장애인편의시설 실태전수조사에 따르면 의료시설의 장애인 편의시설 적정 설치율은 66.1%에 그친다.

인권 NAP가 향후 5년간 국가 인권 정책의 청사진을 제시하려면 장애인의 낮은 의료기관 접근권, 의료종사자의 장애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한 차별, 높은 의료비 장벽으로 병원 방문을 꺼리는 현실 등 장애계의 현안을 마땅히 인지하고 반영했어야 한다. 또한 2017년 시행을 앞두고 있는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제정 등의 환경적 변화를 직시하고 건강권 향유를 위한 사회적 환경이 얼마나,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개선 과제로 제시했어야 한다.

건강권은 천부적으로 보장되어야 할 핵심 인권으로 분류된다. 지난 2014년 말 국가인권위원회는 「장애인 건강권 증진방안에 관한 연구」를 통해 중증장애인의 건강권 실태를 직접 조사하고 광범위한 정책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럼에도 이번 권고안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아 국가인권위원회가 장애인 건강권 분야의 연구 결과를 제대로 반영한 것인지 의심스럽게 한다. 또한 과제 도출 과정에서 장애 유형별, 현안별 당사자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였는지 돌아보았으면 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현안에 대해 편협한 시각을 버리고 민의를 수용하는 열린 귀를 가져야 한다. 또한 정부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그대로 받아쓰기만 할 것이 아니라 이제라도 고쳐쓰는 노력을 보여야 할 것이다.

2016. 9. 20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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