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당신에게 ‘하루’를 선물합니다
소중한 당신에게 ‘하루’를 선물합니다
  • 이솔잎 기자
  • 승인 2016.10.20 1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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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 ‘하루를 쓰다’ 제작자 최성문 작가

인쇄 공장에서 똑같이 찍어낸 달력이 아닌 364인의 삶이 담긴 숫자로 만들어진 달력이 있다.

‘하루를 쓰다’라는 이름의 이 달력은 개성이 가득 담긴 숫자들로 이뤄져 있다. 그런데 한가지 이상한 점은 365개의 숫자가 아닌 364개의 숫자로 이뤄져 있다는 점이다.

웰페어뉴스에서는 ‘하루를 쓰다’를 기획한 최성문 작가를 만나 달력이 만들어진 과정과 그 속에 숨겨진 이야기 등을 들었다.

처음 달력을 제작한 건 지난해 ‘소중한 하루를 잃어가는 노숙인들과 함께 쓰는 하루’. 이를 위해 최 작가는 2014년 1월 추운 겨울날 종이와 먹, 붓을 챙겨들고 노숙인들이 자주 모이는 밥집으로 찾아갔다.

무언가를 써야 한다는 생각에서 였는지 처음에는 최 작가를 경계했다. 하지만 한명, 두명, 사람들이 재밌어 하는 모습을 보이자 나중에는 사람들이 가득모여 붓글씨를 쓰기 시작했다. 추운 겨울이였지만 사람들의 온기는 추위마저 잊게 했다.

“붓글씨는 먹을 갈고 붓을 씻어내고 다시 써야 하고 해야 하잖아요. 그러다 보니 붓이랑 먹이 꽁꽁 얼어서 녹이고 다시 하고 녹이고 다시 하고 정말 고생 많이 했어요. 하지만 가장 힘들었던 건 노숙인분들을 설득시켜야 하는 일이었어요. 숫자를 하나 고르고 자기 개성에 맞게 숫자를 적어내면 작가들처럼 자신의 이름을 남겨야 하는데 그게 좀 부담스러웠나봐요. 그래서 본명이 아닌 예명으로 작업해도 상관없다고 하니 사람들이 점점 모여들었죠. 뜻 깊었어요. 이 분들에게 소중한 하루를 선물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한 일이였는데 당사자들이 열정적으로 참여해주니 말이에요.”

1월과 12월에는 노숙인과 자원봉사자, 2월은 외국인, 3월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친구, 4월은 문화예술인, 5월은 유치원생, 6월은 탈북인, 7월은 평화를 꿈꾸는 사람들, 8월은 발달장애와 지적장애인, 9월은 농촌 사람들, 10월은 광장의 시민, 11월은 암 환자들이 참여한 2015년 달력의 수익금은 노숙인의 자활을 돕는 가게 ‘만두동네’를 열 수 있는 작은 디딤돌이 됐다.

달력을 제작하는 동안 최 작가는 생각했다. 이번에는 국내 뿐만 아니라 아시아인들의 이야기를 담아보자고. 그래서 2015년 7월 터키를 시작으로 약 15개월의 시간을 거쳐 두 번째 달력, ‘아시아인들과 함께 쓰는 하루’가 시작됐다.

1~2월에는 다문화 사람들, 3월 터키인, 4월 네팔인, 5월 일본인, 6월 탈북인, 7월 중국인, 8월 몽골인, 9월 난민, 10월 SNS 친구들, 11월 노숙인, 12월 다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2017년 달력은 탁상달력과 다이어리, 아트일력으로 구성돼 있다.

달력은 최 작가가 한 사람 한 사람 만나가며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를 토대로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면 당사자가 직접 펜을 들고 달력에 들어갈 숫자를 그려낸다.

숫자에는 그들의 삶이 담겨져 있고 개성이 그려져 있다. 364개의 삶이 달력에 그대로 스며들어 있다.

▲ 달력 하루를 쓰다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최성문 작가(왼쪽)
▲ 달력 하루를 쓰다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최성문 작가(오른쪽)

“어떨 때는 하루에 1인만 만날때도 있고 어떨 때는 집단으로 만나서 이야기를 들을 때도 있어요. 그래야 그 숫자에 그 사람의 삶을 담을 수 있거든요. 단순히 숫자만 그려서 내라고 하면 달력제작이야 쉽죠. 하지만 그건 의미가 없잖아요. 누군가에게 소중한 하루를 선물하기 위해 자신의 하루를 저에게 내어준 분들인데 그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면 달력은 의미가 없어지는 거죠.”

두 번째 달력은 아직 제작이 완성되진 않았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제작비를 마련하고 있지만 사람들의 입소문이 덜해서인지 금액 모금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주제는 ‘아시아인들과 함께 쓰는 하루’인 만큼 이번 수익금은 노숙인을 비롯해 난민구제와 난민 여성들을 위해 사용될 계획이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시간 24시간. 최 작가의 하루는 누구보다 바쁘게 흘러가고 있다.

“그런데 달력 숫자가 왜 364일인줄 아세요? 이건 달력을 구매하는 분들에게 선물하고 싶어서에요. 제가 365인을 만나 365일이 가득 채워진 달력을 제작하는 것보다 이 달력을 구매하는 분들이 남은 1일을 의미있게 채워준다면 이 달력은 그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는거죠. 비워둔 하루의 주인공은 누구든지 될 수 있으니까요.”

한편 ‘하루를 쓰다’ 두 번째 달력 ‘아시아인들과 함께 쓰는 하루’는 와디즈에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고 있다. 참여를 원하는 사람은 홈페이지(www.wadiz.kr/web/campaign/detail/10314)에 접속해 참여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