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취지에 비해 이용자 대상 제한은 아쉬워… “기본권 측면 고려해야”

▲ 한국장애인인권포럼은 지난 27일 서울시의회 서소문청사에서 ‘서울시 장애관련 조례 개선 방안에 관한 연구결과보고 및 토론회’를 열었다.
▲ 한국장애인인권포럼은 지난 27일 서울시의회 서소문청사에서 ‘서울시 장애관련 조례 개선 방안에 관한 연구결과보고 및 토론회’를 열었다.

현재 서울시가 시행 중인 장애관련 자치법규들이 조례의 취지·목적 면에서는 좋은 평을 받았지만, 이용대상자를 일부 장애유형 혹은 장애등급에 따라 제한하는 측면에서 다소 아쉽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 윤삼호 소장은 현재 서울시가 시행중인 장애관련 자치법규 23건(조례 21건, 시행규칙 2건)에 대한 분석 결과를 지난 27일 서울특별시 서울시의회 서소문청사에서 발표했다.

이날 발표에서 윤 소장은 서울시 자치법규 23건의 타당성, 실효성을 분석하며 자치법규의 강점 보다 약점, 보완해야 할 사항 위주로 이야기를 전했다.

특정 장애유형에 한정된 대상, 이용 대상자 확대 해야

▲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 윤삼호 소장.
▲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 윤삼호 소장.

현재 서울시의 주요 장애관련 자치법규로는 ▲중증장애인 자립생활 지원 조례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에 관한 조례 ▲수화통역센터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장애인 인권증진에 관한 조례 시행규칙 등이 있다.

이들 자치법규 중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에 관한 조례, 장애인 생활·이동지원센터 조례, 장애인 인권증진 조례 등 해당 조례의 적용 대상자가 일부 장애유형에 국한된다는 것이 윤 소장의 지적이다.

먼저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에 따라 마련된 서울특별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에 관한 조례에서 서울시는 특별교통수단 이용대상자의 범위를 ‘1급 또는 2급 장애인’, ‘제1호 외 교통약자 중 대중교통서비스의 이용이 어려운 자와 혼자서 외출 및 이동이 어려운 자. 교통약자를 동반하는 가족 및 보호자, 그밖에 특별교통수단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자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조례에서 서울시는 65세 이상 노인을 특별교통수단 이용대상자에서 사실상 제외하고 있다. 또 제2호의 대중교통서비스의 이용이 어려운 자와 혼자서 외출 및 이동이 어려운 자가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인지 모호하다.

윤 소장은 “서울시 이동편의 조례의 문제점은 다른 지자체에 비해 이용 대상자 폭이 굉장히 협소하다는 것.”이라며 “만약 개정이 된다면 임신한 경증여성장애인, 일시적으로 휠체어를 이용해야는 사람 등 대상을 넓히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용대상자 범위의 문제는 장애인 생활·이동지원센터 지원 조례에서도 나타난다.

이 조례는 시각장애인심부름센터의 기능을 강화한 것으로, 이용대상자가 이용대상자가 1~3급 시각장애인, 1~2급 신장장애인이다.

윤 소장은 “신장장애인도 이동지원이 필요하지만, 내부적 장애인 중에서 호흡기 장애가 있는 사람 또한 이동지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조례는 신장장애인만 포함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장애인의 사회참여와 평등권 실현을 통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역사회에서 실현하기 위해 마련된 서울특별시 장애인 인권증진에 관한 조례는 적용 대상에 장애가 있는 여성·어린이를 포함시켰다.

윤 소장은 “여성과 어린이를 인권증진조례 세부시책에 포함시킨 것은 여성과 어린이가 겪을 수 있는 이중차별에 대한 대응조치로서 적절하다.”며 “다만, 이 조항에 정신적 장애인이 포함되지 않는 것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을 보면 여성, 어린이, 정신적 장애인이 특별히 심한 차별을 경험할 수 있음을 인정하고, 국가와 지자체에 이들이 차별받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윤 소장은 “지자체는 정신적 장애가 있는 사람의 인권침해 예방을 위해 교육, 홍보 등 필요한 법·정책적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서울시도 지적, 자폐성, 정신장애인 등 정신적 장애인의 인권증진을 위한 세부 시책을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참고로 부산광역시, 대구광역시, 인천광역시, 전라북도, 경상북도의 인권증진조례는 여성장애인, 장애어린이 뿐만 아니라 정신적 장애를 위한 세부시책을 마련하도록 규정했다.

시행규칙 없는 조례, 실효성 거둘 수 있을까

시행규칙이 없어 실질적인 이행이 요원한 조례들도 발견됐다.

중증 장애인 자립생활 지원조례는 해당 조례의 자세한 사항을 시행규칙으로 정한다고 했지만,  5년 동안 시행규칙을 마련하지 않은 것.

중증 장애인 자립생활 지원조례는 자립생활에 필요한 정보제공과 행정·재정지원을 함으로써 중중증장애인이 스스로 삶의 선택권을 갖고 결정하며 지역사회 일원으로서 자립해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자립생활 지원조례에서 자립생활 실태조사에 대한 세부사항(제5조), 센터 지원에 관한 세부사항(제6조), 센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세부사항(제7조), 주거지원 및 주택 개조 등에 필요한 절차와 지원조건 등 구체적인 사항으로 정한다(제18조)는 등 대부분 조례의 세부사항을 시행규칙으로 정해야 한다.

윤 소장은 “조례에서 규칙 제정에 관한 명시적 규정을 여러차례 기술하면서도 조례가 시행된 지 5년이 지났지만, 시행규칙을 여전히 제정하지 않았다. 이제는 구체화되고 실효성 있는 시행규칙이 마련돼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또한 윤 소장은 서울시의 23건의 자치법규 외에 △문화·예술활동 지원 △관광약자 지원 △장애인 평생교육 지원 △주거약자를 위한 주거 복지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 등에 대한 조례도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자체 조례, 실효성·타당성 뿐만 아니라 연계성도 살펴야

▲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이행연대 이석구 정책위원장.
▲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이행연대 이석구 정책위원장.

서울시 장애인 자치법규 내용 중 서로 상충되는 부분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조례를 제정하고 시행할 때 실효성, 타당성 뿐 아니라 조례 사이의 연계성도 고려해야 하는 데 서울시 자치법규 중 이 부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이행연대 이석구 정책위원장은 연계성 부족의 예로 자립생활 지원 정책과 함께 이뤄지고 있는 거주시설 정책을 제시했다.

이 위원장은 “자립생활 지원과 거주시설 정책은 양립할 수 없는 것.”이라며 “자립생활 지원을 하려면 시설 정책은 축소·폐지해야 하는게 맞다. 시설과 관련해서는 정책으로 지원하는 것보다는 프로그램으로 접근해 일정기간 거주 후 지역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방향으로 마련돼야 한다. 모순되는 두 가지 정책이 상충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는 시설 정책에 대해 다시한번 심도 있는 논의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전했다.

또한 이 위원장은 일부 자치법규가 기본권의 측면이 아닌 ‘장애인 요구’로만 치부되는 점을 우려했다.

이 위원장은 “저상버스가 과연 장애인만을 위한 것일까. 버스와 같은 이동수단은 사회공동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장애인’이 대표로 이야기한다고 해서 장애인 예산으로 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그런 원칙들은 국민 모두가 누려야 할 기본권.”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장애인 정책이 대부분 그렇다. 모든 인간이 가져야 하는 권리를 장애인이 요구한다고 해서 장애인 권리, 장애인 요구로 치부하는 것은 굉장히 큰 오류.”라며 “이는 사회적으로 ‘장애인 위해서는 이런것도 해줘야하는 구나.’ 이런 인식을 자리잡게 한다. 그것이 아니라 ‘이것은 누구나 접근가능해야 하는 데 지금까지는 장애인이 배제돼 왔구나’라고 인식하게 해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 자치법규 또한 지원위주가 아니라, 당연히 누려야 하지만, 누리지 못하는 것들을 누리게 해주는 정책으로 방향을 잡아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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