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계, 장애여성 성폭력에 대한 언론보도 태도 비판적 분석

지적장애 여성 성추행 40대 입건 ‘단둘이 있으니 갑자기 욕정이…’ - OO신문 2013.05.14

성폭력범 94%가 정신질환… 30%는 사이코패스 - OO뉴스 2013.04.08

의붓오빠가 여동생 성매매… 지적장애여성 집중관리 - OO뉴스 2016.06.30

장애女들 성노리개 삼은 50대 징역 6년 - OOO 2015.01.15

13살 여중생 성폭행 가해자들 ‘걔가 꼬셨다’ 주장 - OOOO 2016.06.12

지적장애 여고생 성폭행한 불법체류 네팔인 실형 - OOOOOO 2015.11.08

최근 언론에 보도된 장애여성 대상 성폭력 범죄 주요 기사제목이다. 사람들의 이목을 끌만큼 자극적이고, 호기심이 생기는 제목이 대부분.

그러나 장애계는 이러한 기사제목이 사건의 본질을 숨기고,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애여성공감은 지난 10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와 성폭력, 이게 최선입니까’란 주제로 성폭력 사건을 다룬 언론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장애여성공감은 지난 5년 동안 장애여성 성폭력 사건을 보도한 언론사의 기사제목, 삽화·사진, 내용 등을 분석했다.

왜곡, 극단적 표현, 편견이 난무하는 성폭력 기사 제목

기사 제목을 분석한 결과 ▲성폭력에 대한 왜곡된 통념 강화 ▲장애에 대한 편견 강화 ▲장애인 피해자에 대한 극단적 표현 ▲가해자의 언어로 사건 구성 ▲가해자의 비인격화 ▲가해 행위 축소 ▲취약한 위치의 가해자에 대한 편견 강화 등의 문제점이 발견됐다.

먼저 ‘지적장애 여성 성추행 40대 입건, “단둘이 있으니 갑자기 욕정이…”’란 제목을 살펴보자.

▲ 장애여성공감 성폭력상담소 민들레 활동가.
▲ 장애여성공감 성폭력상담소 민들레 활동가.

장애여성공감 성폭력상담소 민들레 활동가는 위 제목이 ‘남성의 성욕은 참을 수 없다’는 왜곡된 통념을 강화한다고 지적했다.

민들레 활동가는 “남성의 성욕은 참을 수 없고, 우발적으로 또는 순간의 실수로 인해 벌어진 일이어서 용인될 수 있다고 믿는 남성젠더의 언어를 제목으로 사용하는 사례.”라며 “이를 통해 성폭력은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일이라는 통념을 강화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뿐만 아니라 “성폭력범 94%가 정신질환… 30%는 사이코패스”라는 제목의 기사는 실제 기사내용의 타당성과 상관없이 성폭력범죄는 정신질환자에 의해 일어나는 일이라는 편견을 갖게 한다.

민들레 활동가는 “대부분의 제목들이 가해자를 사이코패스, 이주노동자, 만취자 등 개인의 질병 혹은 사회적 지위가 취약한 계층 혹은 이성적 판단이 곤란한 사람 등으로 치부하면서 성폭력의 본질적 문제인 젠더 권력을 인식하지 못하게 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폭력은 힘의 차이를 이용해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성적 언동을 일방적으로 해 상대방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물리적인 힘뿐만 아니라 나이, 정체성, 자원, 젠더, 장애 등 매우 다양한 요인이 다층적으로 작동하게 되는데, 언론 보도는 이러한 근본 원인에 대해 언론은 초점을 맞추지 않고 있다.”고 자극적이고 표면적인 보도에만 집중하는 언론보도 행태를 꼬집었다.

특히 장애가 있는 여자를 대상으로 하는 성폭력 사건 보도는 ‘장애’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는 제목들이 대부분이다.

‘2만원 줄게 20대 지적장애 여성 성폭행 70대 실형’란 기사 제목을 보면, 피해자가 장애로 인해 얼마나 취약했는지에 집중함으로서 장애가 있는 여자는 실제 연령과 상관없이 어린 아이와 같은 무능력하고 무력한 존재로 인식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민들레 활동가는 “지적장애가 있는 여자는 무능력하다는 인식을 줌으로서 경증 장애나, 장애정도가 약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는 성폭력 사건의 경우 지적장애에 대한 ‘전형적인 모습’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수사, 재판과정에서 끊임없이 피해 자체를 의심받기도 한다.”며 “이러한 피해자는 자신의 피해를 입증하기 위해 자신이 얼마나 무력한 존재였는지 증명하기를 요구 받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제 지적장애인 중에서도 인지능력과 학습, 일상생활을 위한 기술의 습득 정도에 따라 다양한 층위의 사회생활 능력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지적장애에 대한 정형화된 몇몇 특성이 과장되게 일반화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장애인에 대한 편견만을 양산하는 기사를 비판했다.

사건의 본질이 아닌 선정성에만 집중하는 사진

기사를 읽을 때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글보다 사진·삽화일 것.

장애여성공감은 성폭력 관련 기사에 실린 사진을 분석한 결과 △이미지의 선정성 △피해자다움 고착화 △가해자 희화화·비인격화 △피해자를 선정적 모습으로 묘사 등의 문제점이 지적했다.

먼저 장애여성공감은 언론의 성폭력 사건 보도 사진이 지나치게 선정적이라고 지적했다. 가령, 일부 기사에서는 성폭력을 노골적으로 묘사하는 사진이나 여성이 괴로워하는 등의 모습이 여과없이 실렸다.

민들레 활동가는 “성폭력이라는 범죄를 다룬 기사임에도 불구하고 기사 자체가 성을 상품화한 포르노그래피라고 착각할 만큼 해당 기사와 무관한 선정적인 사진이나 영화 속의 자극적인 장면을 삽입하는 방식으로 성폭력 사건을 보도하고 있다.”고 언론의 성폭력 사진 삽화 보도를 비판했다.

또한 한 언론에서는 ‘발달장애인 성범죄 느는데 대책은 안보여’라는 기사 사진으로 여성이 짧은 치마를 입고 앉아있는 사진을 실었다.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의 모습은 마치 그 여성이 짧은 치마를 입어서 피해를 입게 된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

민들레 활동가는 “마치 여성의 신체 노출이 성폭력을 유발한다는 인식과 더불어 성폭력이 여성의 평범한 일상의 모습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공포감을 유발해 여성의 삶을 통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민들레 활동가는 “언론사들이 사건이 발생하게 되는 근본원인을 고민하지 않고 넘어가는 상황들을 봐왔다.”며 “이제는 언론이 무엇을 다뤄야 하는지 고민해야 할 시기다. 언론사가 사회적 책임을 갖고, 성폭력 사건의 윤리적 측면을 지향해야 한다. 우리는 계속해서 모니터링을 하며 잘못을 지적할 것이다. 언젠가는 성폭력 보도 사건들이 보다 성숙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언론의 잘못된 성폭력 보도 행태에 대해 CBS노컷뉴스 사회부 김광일 기자는 자극적일 수밖에 없는 언론 환경을 꼬집었다.

현재 온라인·모바일 뉴스 대부분은 배너광고를 수익원으로 한다. 대부분 트래픽과 광고수익이 연동돼있고, 트래픽은 접속자 수에 비례하기 때문에 결국 ‘접속’이 ‘수익’과 연결된다는 것.

김 기자는 “사람들이 기사를 클릭해야 광고 배너를 볼 수 있고, 언론사는 광고배너를 많이 노출 시켰을 때 이윤을 얻을 수 있다. 그렇다 보니 기사를 쓸 때 보통 ‘먹히는 기사’를 찾게 된다. 단기간 접속자수를 늘리기 위해서 저널리즘 본연의 의무는 내버려두고 자극적인 기사에만 집중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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