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 정착 가로막는 ‘법’과 ‘복지체계’
지역사회 정착 가로막는 ‘법’과 ‘복지체계’
  • 황현희 기자
  • 승인 2016.11.17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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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시행예정인 정신건강증진법 개정 불가피
당사자 연대 통해 목소리 내야

지난 9월 29일 헌법재판소는 정신질환자 강제 입원 조항을 담은 정신보건법 제24조 제1항 등에 전원일치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헌법불합치 결정의 이유로 정신보건법 제24조가 헌법이 보장하는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정신보건법 제 24조 제1항은 ‘입원치료, 요양을 받을 만한 정도의 정신질환자나 혹은 자신의 건강 또는 안전이나 타인의 안전을 위해 입원할 필요가 있는 경우 보호의무자 1인의 동의와 정신과전문의 1인의 진단으로 보호 입원이 가능하다’고 당사자 동의 없는 보호입원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조항은 강제입원 대상이 되는 ‘입원치료, 요양을 받을 만한 정도의 정신질환자’에 대한 구체화 된 기준이 없다. 즉, 정신과전문의의 정신질환 소견만 있으면 누구나 보호입원 대상자가 될 수 있다.

또한 ‘자신의 건강 또는 안전이나 타인의 안전’이라는 요건 또한 매우 추상적이고 이 역시 이를 판단할 구체적 기준도 없다.

아울러 정신질환자는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 정신과전문의 1인의 진단을 통해 당사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보호입원 될 수 있는 조항에서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 부분은 보호의무자 중 부양의무의 면탈이나 정신질환자의 재산탈취와 같은 목적으로 보호입원을 악용하는 사람 존재 에 대한 가능성을 염두해 두고 있지 않다.

또한 정신과전문의 1인의 진단에 있어 그 진단의 남용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하지만 이 역시 법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정신보건법 제24조는 개인의 신체자유의 침해, 의사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고 볼 수 있다.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은 내년 5월 시행을 앞둔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정신건강증진법)’의 개정을 불가피하게 만들었다. 기존의 정신보건법을 전면 개정한 정신건강증진법 역시 헌재가 전원 불합치결정을 내린 강제조항의 위헌적 요소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시행 앞둔 정신건강증진법, 위헌적 요소 제거해야

▲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와 정신장애인복지지원법추진공동행동은 지난 16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헌법재판소 강제입원 조항 헌법불합치 결정의 평가와 과제’ 토론회를 열었다.
▲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와 정신장애인복지지원법추진공동행동은 지난 16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헌법재판소 강제입원 조항 헌법불합치 결정의 평가와 과제’ 토론회를 열었다.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와 정신장애인복지지원법추진공동행동은 지난 16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헌법재판소 강제입원 조항 헌법불합치 결정의 평가와 과제’ 토론회를 열고, 내년 시행을 앞둔 정신건강증진법의 개정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 김도희 변호사.
▲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 김도희 변호사.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 김도희 변호사는 “시행을 앞둔 정신건강증진법은 헌재가 결정한 보호 입원 조항의 위헌성을 제거하고 합법적인 내용으로 개정할 의무를 갖게 됐다.”고 정신건강증진법 개정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이에 김 변호사는 추가 입법 과제로 ▲보호입원제도의 보완 ▲사전고지제도 등의 도입 ▲입원적합성 심사 ▲법원의 청문 절차 마련 ▲사법기관(준사법기관)에서 입원 여부 심사 등의 개선을 제언했다.

정신건강증진법은 기존 정신보건법 보다 보호입원의 요건을 강화했다. 그러나 여전히 위헌적인 요소가 존재한다는 것.

정신건강증진법이 명시하는 보호입원의 요건은 ‘자신의 건강 또는 안전, 다른 사람에 대한 해를 끼칠 위험이 있는 경우’고, 구체화된 기준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위임했다.

김 변호사는 “정신건강증진법이 보호입원 요건 보완에도 불구하고 입원 요건을 단지 ‘다른 사람에 대한 해를 끼칠 위험정도’로 포괄적이게 규정했다. 헌재 결정에 비춰 본다면 좀 더 구체화된 범위 혹은 구체화된 위임 요건이 요구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기존 정신보건법에는 정신질환자의 사전고지 혹은 청문에 대한 규정이 없었다. 헌재가 이 부분을 지적한 만큼 사전고지제도를 도입하는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

이어 정신건강증진법은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를 설치 할 수 있는 기관을 국·공립 정신의료기관에 한정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연간 10만 명에 달하는 보호입원을 심사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보호입원의 절차로 인해 치료받아야 할 정신질환자가 치료시기를 놓치는 상황이 벌어질 우려가 있다. 따라서 지역사회 정신의료기관들을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 변호사는 정신질환자의 복지 증진을 위해 정신건강증진법 뿐 아니라 이를 잘 시행할 수 있는 복지전달체계, 재정지원 구조 개편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이를 위해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지역사회통합체계 구축 △장기입원, 수용시설의 기능전환과 지역사회주거서비스 확충 △정신의료기관 조사·점검 △정신질환자 의사결정지원 △지역내 자조단체 설립 지원 등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사회 정착… 당사자 연대가 ‘답’

이날 토론회에서는 정신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지역사회 복지지원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울사회복귀시설협회 박재우 부회장은 정신장애인의 사회 복귀를 ‘병원에서 사회로 어떻게 나가도록 할 것인가’와 ‘사회에서 병원으로 들어가는 것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에만 초점을 맞춘 점을 지적했다.

즉, 지역사회에서 정신장애인이 살만한 환경을 만들지 못한 상태에서 무조건적인 탈원화는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정착에 더 어려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2014년 장애인 실태조사에 의하면 정신장애인 가정의 월 평균 가구소득은 15개 장애유형 중 두 번째로 낮은 월 152만1,000원이다.

정신장애인의 경제활동참여율은 전체 평균 38.5%에 비해 약 절반이나 적은 14.3%다. 취업한 정신장애인의 임금도 전체 평균 임금수준인 153만 원에 1/3 가량인 56만 원에 불과하다.

박 부회장은 “병원을 나온 정신장애인들이 또다시 이런 가장 열악한 삶의 현장으로 몰아 넣는 형태의 탈원화는 바람직 하지 않다. 지역사회 복지지원체계 마련이 절실한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이를 위해 제일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는 주거와 취업(소득 보장)이다.

박 부회장은 주거와 고용은 생존을 위한 필수 요건이라며 ▲지원주택공급과 주거지원센터 설치 ▲주간재활 사회복귀시설 설치 확대 ▲취업지원센터와 직업재활시설 설치 등을 제언했다.

이와 관련한 재원 마련은 탈원화를 통해 절감되는 재정(입원한 정신질환자 1인의 병원비를 탈원화 하는 비용으로 사용), 건강보험과 의료급여 재정에서 절감되는 부분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 박 부회장의 생각이다.

또한 사회복귀시설 관련 사업이 지방자치단체로 이전 돼 있는 현 상황에서 각 지자체 단위로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박 부회장은 “사회복귀시설이 극소수로 존재하거나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 지자체에서 예산 확보는 힘들 수 있다.”며 “당사자와 관련 관계자들이 지역별로 연대해 지자체에 필요성을 제기하고 예산을 확보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연대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