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겨운 중개기관-활동보조인, ‘모르쇠’ 정부
힘겨운 중개기관-활동보조인, ‘모르쇠’ 정부
  • 황현희 기자
  • 승인 2016.11.29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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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 어려움 겪는 중개기관, 낮은 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에 활동보조인…
정부는 ‘침묵’ 중
▲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인활동지원 서비스 공적책임 강화와 활동보조인 노동권 확보를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인활동지원 서비스 공적책임 강화와 활동보조인 노동권 확보를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활동지원서비스가 시행 된지 10년이 됐지만, 여전히 중개기관-활동보조인-이용자가 느끼는 문제점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중개기관은 부족한 운영비로 센터 유지가 어려워지고, 활동보조인 역시 열악한 노동환경과 낮은 인건비로 생계를 위협당하고 있다. 이는 곧 활동지원서비스를 받고 있는 이용자에 대한 활동지원서비스 질 문제로 직결된다.

어느 누구 만족하지 못하는 활동지원서비스에 관련부처인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방관만 하고 있어 문제가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지난달 28일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인활동지원 서비스 공적책임 강화와 활동보조인 노동권 확보를 위한 토론회’를 갖고, 활동지원서비스의 문제점, 개선방안 등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현재 활동보조의 급여비용은 시간당 9,000원이며 시간당 동일한 단가가 적용된다. 중개기관은 9,000원 가운데 활동보조인에게 지급되는 인건비로 시간당 서비스 단가의 75%이상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으며, 기관 관리운영비는 서비스단가의 25%이내에서 사용한다.

그러나 문제는 보건복지부가 책정한 활동보조 급여가 중개기관, 활동보조인 모두에게 부족하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활동보조인 인건비와 수가의 25%로는 기관 운영이 어렵다는 중개기관 측에 입장에 따라 양쪽은 계속해서 활동보조 수가 인상을 요구했지만, 복지부는 여전히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활동지원서비스, 문제는 활동지원서비스 전달체계

▲ 사회공공연구원 김철 연구실장.
▲ 사회공공연구원 김철 연구실장.

사회공공연구원 김철 연구실장은 활동지원서비스에서 수가인상보다는 바우처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활동보조인 임금과 운영비는 모두 바우처에서 나오다 보니, 사실상 포괄임금제 형태를 취하고 있다.

포괄임금제란 일정한 연장, 야간 또는 휴일근로가 예정된 근무형태에서 기본임금을 미리 정하거나 혹은 정하지 않은 채 연장근로 등에 대한 가산임금을 합해 일정한 정액수당을 지급하는 임금제다.

활동지원기관은 활동보조인과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때 기본급을 최저임금으로 정하고 연장근로로 인한 가산임금과 유급휴일수당 같은 각종 수당을 활동보조인의 서비스 단가와 최저임금 사이의 차액으로 보전하는 방식으로 임금을 지급한다.

이러한 임금지급방식에 의할 경우 상황에 따라 활동보조인들이 받는 임금이 법정 최저임금 기준에 미당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노동시간이 늘어날수록 근로기준법상 각종 수당이 부가돼 하루 노동이 10시간을 넘어가면 활동보조인이 포괄임금제에 의해 지급받는 임금은 법정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특히 활동보조 수가는 오르지 않고 최저임금만 인상되는 상황에서 중개기관은 오히려 더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중개기관이 활동보조인에게 수당을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 올해 활동보조인이 한 달에 휴일을 제외한 23일간 하루 9시간 씩, 총 207시간을 일하면 140만7,600원을 받게 된다.

이는 올해 근로기준법상 최저임금 151만515원 보다 낮은 수준이다. 중개기관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기 위해서는 활동보조인에게 10만2,915원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중개기관도 활동보조수가 25%로 기관을 운영하고 있어 사정이 여의치 않다.

특히 내년 최저임금이 6,470원으로 결정됐지만, 활동보조수가는 9,000원 동결이거나 9,800원으로 많이 오르지 않을 전망이어서 중개기관의 인건비 지출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따라서 활동보조 수가 이외에 수입원이 없는 중개기관은 활동보조인의 노동시간을 월 208시간으로 제한하기도 한다.

그러나 활동보조인이 한달 208시간을 일해도 월소득은 130만 원 남짓이다. 세금을 제외하면 120만원 대로 떨어진다.

이에 김 실장은 “생계를 유지하려면 어쩔 수 없이 아르바이트를 해야하고, 수입이 안되다 보니 이직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며 “자신의 생계를 위해 208시간 이상 노동할 수밖에 없는 활동보조인 노동자들의 현실을 고려할 때 208시간 노동시간 제한은 사실상 활동지원제도의 해체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활동보조인의 열악한 노동조건과 비현실적 임금 수준은 활동지원제도 운용에서 중개기관의 운영상 문제나 활동보조인의 권리를 고려하지 않은 채 시간당 금액으로 일괄적으로 지급하는 바우처 제도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중개기관과 활동보조인은 활동보조 수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주체인 복지부는 정작 외면하기에 급급하다.

오히려 중개기관-이용자-활동보조인의 노동 감시자 역할만 하고 있다.

복지부는 부정수급을 줄이기 위해 지도·감독의 주기, 주체, 내용, 방법 등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전반적인 부분에 대해 재검토하고, 부정수급 적발 시 활동지원기관과 활동지원인력에 대한 자격정지 제도를 도입하는 등의 개선방은을 제안하고 있다.

지난 2월부터는 실시간 모니터링을 시작해 활동보조인의 근무를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있다. 활동보조인 근무 감시, 불시 연락, 심지어 CCTV 기록 제출까지 요구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김 실장은 “물론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에 대해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그러나 소수의 부정수급자를 적발하고자 모든 활동보조인을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더욱이 정부의 바우처 제도로 인해 부정수급이 유도되고 있지만, 정부는 핵심 문제인 바우처 제도는 개선하지 않고, 과도한 감시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김 실장은 활동지원서비스 전달체계의 개선방안으로 ▲기존 민간중심의 공급구조에 대한 공적 규제 강화 ▲전자바우처 폐기·인건비 분리교부 ▲사회적 돌봄서비스 교육의 질 관리 ▲활동지원인력의 처우개선 ▲활동보조 수가 현실화 ▲지자체를 중심으로 사회서비스 공공 기반 확충 등을 제언했다.

복지부 무관심 속 중개기관-이용자 갈등 심화되나

활동지원서비스의 총체적인 문제점으로 현장에서 일하는 중개기관 운영자, 활동보조인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 충북장애인부모연대 민용순 회장.
▲ 충북장애인부모연대 민용순 회장.

 최근 활동지원서비스와 관련 소송을 진행 중인 충북장애인부모연대 민용순 회장은 중개기관-활동보조인의 갈등에 ‘모르쇠’로 일관하는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민 회장에 따르면 현재 활동지원급여 9,000원의 90%인 8,100원 정도는 활보인 시급과 4대보험, 퇴직급여로 지출 되며 10%의 차액인 900원으로 단체 운영을 하고 있다. 특히 900원으로는 활동보조인에게 지급해야 할 수당(연차수당 등)을 전혀 지급할 수 없는 구조.

민 회장은 “복지부는 장애인활동지원사업 제공기관보집 공고 시 사업운영에 부족한 재원(연차 및 주휴수당)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며 “정기적으로 지자체 사업의 예산안과 결산안을 보고하고 있으며, 지도점검도 받고 있으나 근로기준법에 관련한 업무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고 활동지원서비스 문제를 방관하고 있는 복지부를 비판했다.

복지부의 낮은 활동보조수가로는 고용노동부(이하 고용부)가 정하는 근로기준법을 위반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복지부와 고용부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임금문제에 대해 해결의 의지조차 보이지 않고 있는 것.

활동보조인 역시 활동지원서비스 노동자로서 정부뿐만아니라 중개기관에 유감을 표시했다.

▲ 전국활동보조인노동조합 고미숙 사무국장.
▲ 전국활동보조인노동조합 고미숙 사무국장.

전국활동보조인노동조합 고미숙 사무국장에 의하면 전국의 1,000여 개 사업장 노동자들이 시간당 50원~100원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비슷하게 임금을 받는다. 연차수당, 연장수당 등 법정수당은 물론 근속수당, 가족수당, 상여금은 기대할 수도 없다.

고 사무국장은 “중개기관에 수당을 요구하게 되면 중개기관은 ‘정부가 수가를 낮게 책정해서 어쩔 수가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게 없다’는 답변만 할 뿐.”이라며 “심지어 부산에 있는 한 중개기관은 노동자들에게 체불임금포기각서까지 받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임금 뿐만 아니라 노동시간도 중개기관이 제한하기 시작했다. 고 사무국장에 의하면 지난 2012년부터 일부 중개기관은 연장수당에 대한 부담감으로 노동시간 제한을 도입했다.

고 사무국장은 “기관은 늘 돈이 없다고 말하지만, 우리로서는 그말을 신뢰할 수 없다.”며 “우리는 중개기관에 운영 회계 장부를 공개하라고 했지만, 일부 중개기관은 끝까지 공개를 꺼리고 있다. 우리가 원하는 목적은 같으니 서로 투명하게 회계를 공개하면 신뢰를 같고 협력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중개기관은 정부에 책임을 떠넘기며 우리의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현민 노무사는 현재 제기된 활동지원서비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이하 한자협)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노무사는 “10년째 활동지원서비스 문제점을 이야기 하고 있지만, 해결되는 것은 없었다.”며 “활동지원서비스 문제를 지금처럼 중개기관, 이용자, 활동보조인 각각 따로 움직인다면, 앞으로도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중개기관을 아우르는 한자협이 이제 문제 해결 의지를 보여야 할 때다. 한자협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함께 장애 문제에 대한 투쟁을 계속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는 활동지원서비스에 관해서도 강력한 의지를 갖고 투쟁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