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당사자가 참여한 ‘뉴스 내용 쉽게 바꾸기’ 작업 발표회 열려

▲ 한국발달장애인연구소와 정보소외층을 위한 미디어 실천 모임 휴먼에이드가 지난 6일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 함께하는 ‘우리모두 소중해 캠페인-우리 모두 뉴스’의 발표회를 열었다.
▲ 한국발달장애인연구소와 정보소외층을 위한 미디어 실천 모임 휴먼에이드가 지난 6일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 함께하는 ‘우리모두 소중해 캠페인-우리 모두 뉴스’의 발표회를 열었다.

하루에도 수없이 많이 쏟아지는 기사들. 그러나 기사를 읽고 싶어도 용어와 내용이 너무 어려워 제대로 읽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을 위해 기존 기사를 이해하기 쉽게 바꾸는 작업을 하는 곳이 있어 관심을 받고 있다.

한국발달장애인연구소와 정보소외층을 위한 미디어 실천 모임 휴먼에이드가 지난 6일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 함께하는 ‘우리모두 소중해 캠페인-우리 모두 뉴스’의 발표회를 열고 사회적 약자의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우리 모두 뉴스는 발달장애인, 다문화가정, 이주노동자 등을 위해 기존 기사를 읽기 쉽게 바꿔 제공하는 기획을 말한다.

이에 먼저 이들은 기존 기사 중 발달장애인도 꼭 알아야하지만 내용과 단어들이 어려워 쉽게 읽을 수 없는 기사들을 선정한다.

이후 비장애인으로 구성된 편집자원봉사단이 1차로 기사의 내용을 쉽게 수정한다. 이후 발달장애인이 2차로 검토하면서 조금이라도 어렵거나 내용이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을 다시 쉽게 바꾼다.

이러한 편집과정을 거치기 전과 거친 후의 기사가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다음 기사를 통해 살펴보자.

서울시, 학교·민간건축물 내진율 27% 불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안호영 더불어민주당의원은 11일 서울시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서울시도 지진발생의 안전지대가 아니다"며 "경주 강진을 교훈삼아 지진방재대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9월12일 경주에서 진도 5.8의 강진이 발생해 수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이후에도 현재까지 수백회에 이르는 여진이 계속 발생하며, 경주 강진 외에도 최근 국내외에서 지진이 잦아져 서울에서의 지질발생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서울시 소재 시설물의 낮은 내진율을 보면, 경주 강진과 같은 지진발생 시 상당한 피해가 예상된다. 특히, 학교시설물과 민간건축물은 내진율이 26%대에 불과해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이 기사에서 지진, 내진율, 진도 5.8 등의 단어는 발달장애인이 이해하기에 다소 어려울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상당한 피해, 체계적인 대응체계 마련 등은 추상적이어서 쉽게 와닿지 않는다.

이에 편집단은 위의 기사를 읽기 쉽게 바꿨다.

“서울에 있는 학교·집 등 건축물들, 지진 일어나면 위험해요”
 

지진은 ‘흔들리는 땅’을 말해요. 지진이 갑자기 일어나면 땅이 흔들리고, 심한 경우에는 집이나 도로가 무너지는 등 큰 피해가 발생해요.

우리나라와 가까운 일본에서는 지진이 자주 일어나요. 우리나라는 지진이 일어나지 않는 안전한 곳인 줄 알았는데 지난 9월 경주시에서 강한 지진이 발생했어요.

경주에서 일어난 강진을 교훈으로 지진으로 나쁜 일이 생기지 않도록 미리미리 방법을 마련해야 해요. 지난 9월2일 진도 5.8의 강한 지진이 경주에서 일어나 수많은 피해가 발생했어요. 흔들리는 강도를 뜻하는 진도 5.8이면 우리집의 전등이 흔들거리나, 집에 가만히 앉아 있어도 몸이 흔들려 서 있을 수 없는 정도를 말해요.

이처럼 강한 지진으로 인해 경주에 사는 많은 사람들이 다쳤고, 건물이 무너지고, 건물벽에 틈이 생겨 갈라졌어요. 그 후에도 지금까지 수백 번이나 큰 지진이 일어난 다음에 얼마 동안 뒤따라 일어나는 작은 지진이 계속 일어나고 있어요.

경주의 강한 지진 말고도 최근 우리나라의 안과 밖에서 많은 지진이 일어나고 있어서 경주가 아닌 다른 도시에서도 지진이 일어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현재 서울시에 있는 건물이나 다리와 같은 큰 시설물은 지진이 나면 무너지거나 망가지기 쉽대요. 만약에 서울시에 경주처럼 강한 지진이 일어난다면 서울시만 보아도 피해가 아주 많을 것으로 예상돼요.

특히 학교건물이나 국가가 아닌 개인이 만든 건물은 지진을 버틸 가능성이 10개 건물 중에 3개 정도밖에 되지 않아서 문제가 심각해요.

먼저 편집단은 딱딱해 보이는 문어체를 설명하는 듯한 구어체로 바꿨다. 이후 ‘지진’의 개념을 먼저 설명했다. 개념과 함께 지진이 발생하면 어떻게 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함으로써 사람들에게 좀 더 지진을 알기 쉽게 표현했다.

이후 진도를 ‘흔들리는 강도를 뜻’한다고 설명했고, 진도 5.8일 어떤 피해가 발생하게 되는지 자세하게 풀어썼다(전등이 흔들리거나, 집에 가만히 앉아 있어도 몸이 흔들려 서 있을 수 없는 정도를 말해요).

강한 지진(강진)이 발생할 경우 원 기사에는 수많은 피해라고 썼지만, 수정된 기사에서는 강진이 발생하면 어떤 상태가 되는지도 자세히 설명(많은 사람들이 다 쳤고, 건물이 무너지고, 건물벽에 틈이 생겨 갈라졌어요)했다.

또한 다소 어려울 수 있는 단어인 민간건축물은 ‘국가가 아닌 개인이 만든 건물’로 설명했고, 내진율 26%는 ‘지진을 버틸 가능성이 10개 건물 중에 3개 정도밖에 되지 않아서 문제가 심각해요’라고 좀 더 이해하기 쉽게 풀어썼다.

이처럼 편집단은 현재 사회 관심을 끌고 있는 사드 배치, 가습기 살균제 문제 등의 기사도 발달장애인이 알기 쉽게 쉬운 단어와 구체적인 서술로 수정했다.

더 알기 쉽게, 더 많이 읽을 수 있게… ‘우리 모두 뉴스’의 의미

신구대학교 미디어컨텐츠과 김정순 교수에 의하면 많은 발달장애인이 기사를 읽고 싶어 하지만, 기사 내용이 어려워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 신구대학교 미디어컨텐츠과 김정순 교수.
▲ 신구대학교 미디어컨텐츠과 김정순 교수.

발달장애인을 사람들과 비장애인 사이의 정보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상황, 실제 김 교수에 의하면 저소득층 72.5%, 장애인 60.2%, 노년층 54.3% 등만이 정보 접근성을 갖고 있다.

이러한 정보 소외는 나아가 문화 소외, 사회경제고립 등으로 전략할 우려가 있다. 이는 곧 빈곤층의 악순화, 사회 양극화를 더 심화시킨다는 것.

김 교수가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기사 접근 실태를 조사한 결과 실제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은 기사를 즐겨 보는 일이 거의 없다고 답했다. 하루 평균 30분 정도 보지만, 이마저도 거의 이해를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많은 발달장애인이 발달장애인 ‘정보 접근 욕구와 필요성’, ‘자신들의 문제해결에 기사가 도움될 수 있어’, ‘생활분야에 대한 지식과 정보 필요’로 인해 기사를 이용하고 싶어 하지만, 기사 용어가 어렵고, 내용이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많아 읽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기사가 정치얘기에 한정되며, 시각자료도 적어 흥미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에 김 교수는 발달장애인을 비롯한 정보소외계층이 기사를 좀 더 쉽게 읽기 위해서는 언론, 정부, 사회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먼저 언론 차원에서는 ▲특화된 공공콘텐츠 개발 ▲소외계층이 참여할 수 있는 미디어 제작 시스템 구축 ▲다양한 방법을 통해 재미와 흥미를 추구 ▲어려운 말 해설과 같은 보조 서비스 시행이 필요하다.

또한 정부차원에서는 △사회와 언론과의 연계를 위한 시스템 구축 △사회 관련 단체와 언론사들을 위한 경제 지원(우리 모두 소중해 캠페인과 같은 작업을 하기 위해 필요한)이 마련돼야 하고, 사회차원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의 자발적 참여를 위한 연계프로그램 제공, 이주노동자·다문화가정·장애인들을 위한 미디어 서비스 확대 등을 제언했다.

김 교수는 “기사 콘텐츠도 사회 약자를 고려해야 한다.”며 “기사를 이용자의 욕구에 맞게 제작한다면 기사 이용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정보 복지를 실천할 수 있다. 기사를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더 많이 읽음으로써 그들이 사회 주체로 참여할 수 있는 상승 효과도 일으킬 수 있다. 이것이 우리가 기사를 알기 쉽게 바꾸는 이유다. 언론·정부·사회도 이런 작업을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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