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벨기에 등 유럽은 접근 가능한 관광 위한 변화 중
전문가 “우리나라 아직 시작단계, 유럽사례로 실패없는 체계마련 구축해야”

▲ 한국장애인재단이 '장애인의 접근 가능한 관광, 과제와 전망'을 주제로 연수 보고회를 진행하고 있다.
▲ 한국장애인재단이 '장애인의 접근 가능한 관광, 과제와 전망'을 주제로 연수 보고회를 진행하고 있다.

누구나 가능한 여행을 뜻하는 ‘접근 가능한 관광’은 우리에겐 낯선 개념이다. 그러나 유럽을 시작으로 세계의 관광 산업은 접근 가능한 관광을 연구하고 이를 실제 현장에 적용하며 점차 변화하고 있다.

이에 한국장애인재단은 ‘장애인의 접근 가능한 관광, 과제와 전망’을 주제로 해외연수 보고를 열고 독일과 벨기에 사례를 중심으로 우리나라의 관광 산업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고민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재단에 따르면 과거 유럽의 경우 장애인이 이용 가능한 편의시설에 대해 조사한 결과 장애인이 이용가능한 시설이 9%미만으로 집계됐다.

이에 지난 2008년 장애·비장애의 구분이 없이 휴일과 주말에 가족·연인과 여행을 떠날 때 모두가 함께 즐기고 어울리는 여행을 즐겨야 한다는 목표로 ‘ENAT(European Network for Accesible Tourism)'가 벨기에에서 설립됐다.

ENAT는 비정부기구로 모든 여행객들의 접근성 증진을 위해 여러 이해 당사자들이 모인 기구이며 현재 유럽, 중동, 아프리카, 남·북 아메리카, 아시아, 호주 등 전 세계 50개국 이상에서 100개 이상의 비영리단체들이 회원으로 가입돼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여행 중 다양한 활동에 접근해 체험하는 것을 목표로 래프팅·행글라이더·번지점프·스킨스쿠버·지프와이·카약·요트·수상스키·문화유산 답사·휠체어 라이딩 등에서 누구나 즐길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을 주요 핵심 가치로 꼽고 있다.

▲ 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 전윤선 대표가 ENAT를 소개하고 있다.
▲ 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 전윤선 대표가 ENAT를 소개하고 있다.

ENAT를 소개한 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 전윤선 대표는 “우리나라의 경우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이 즐길 수 있는 야외활동은 휠체어 라이딩 뿐이다. 번지점프나 래프팅을 즐기고 싶어도 안전을 문제로 장애인은 이용을 거부당하고 있다.”며 “ENAT의 경우 번지점프와 래프팅 등 다양한 여행상품을 마련해 실제로 이용할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유럽은 문화유산 관광 환경에 대해서도 한국과 다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유니버셜디자인연구소 우창윤 소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경복궁과 같은 역사적 장소에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도록 환경을 바꾸자고 한다면 문화재손상이라고 거절당하고 비난을 받기도 한다.”며 “그러나 외국의 경우 역사적 장소에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관광을 추진하고 있어 세계 각지에서 그 누가와도 문화유산을 관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비교했다.

이처럼 유럽은 ENAT같은 비정부기구를 만들어 접근 가능한 관광을 알리고 이를 실제로 관광산업에 적용하는데 힘쓰고 있다.

이는 관광 약자로 불리는 장애인, 노인, 임산부, 아동들의 권익 증진을 도모하는 것 뿐 만아니라 관광 약자의 관광 참여 증대를 통해 관광산업 발전과 경제적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

벨기에, 당사자 위한 ‘인증’ 체계 마련

10년 전만 하더라도 벨기에에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이었다. 이 때문에 여전히 벨기에에서도 여행을 위한 이동이 쉽지 않아 꾸준히 개선중이다.

▲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유니버셜디자인연구소 우창윤 소장이 벨기에의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유니버셜디자인연구소 우창윤 소장이 벨기에의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벨기에의 관광 정책에 대해 소개한 우 소장은 “벨기에 역시 호텔 소유주가 휠체어 접근이 가능한 객실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며 “단순히 화장실의 변기만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도록 고친다 해도 계단이나 문턱 등 통합적인 부분에서 변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일부분의 수정은 의미 없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벨기에 정부는 지난 2008년부터 관광 인증제도를 실시하며 벨기에 플랜더스 지역의 호텔과 캠핑 사이트, 게스트 룸, 관광정보 사무실 등에 접근성 인증을 표시하기 시작했다.

특별히 훈련을 받은 인증 감독관이 다양한 장애유형을 위한 건물이나 외부 환경 접근성을 확인해 등급(+, ±, ­)을 표기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다.

실제 인증 신청을 한 곳 중 20%만이 최종적으로 인증을 받았으며 인증을 받은 곳도 더 높은 단계의 인증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 2008~2015년까지 250개 이상의 숙박시설이 접근성 인증을 받아 여행자들에게 디지털이나 책자로 표시돼 배포되고 있다.

독일, ‘관광지·이동·숙박·음식점·정보제공’ 전부 ‘접근가능’

독일 주정부는 세계 관광의 목적지로서 독일이 선택받기 위해 이미지 증진과 관광산업 촉진을 위한 홍보를 전담하는 GNTB(German National Tourist Board)를 설립했다.

GNTB는 지난 1998년 18개의 회원사를 시작으로 현재 총 73개의 회원사가 공동으로 독일 관광산업 발전에 함께 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장애인단체와 기관도 함께 하고 있다.

이들은 ▲접근 가능한 관광 위한 환경조성 ▲접근 가능한 교통시설 시스템 구축 ▲접근 가능한 숙박지와 음식점 ▲접근 가능한 여행 홍보와 정보를 주요 성공요인으로 꼽으며 회원사와 함께 목표달성을 위해 환경을 구축하고 변화시키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주요 관광시설이 있는 지역사회와 토론과 정치적 합의 과정을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 주민과 관광객의 입장을 철저하게 조율하고 서비스 공급자를 대상으로 인식개선 교육을 통해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더불어 서비스 공급자들이 접근 가능한 서비스와 정보제공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독일의 GNTB를 소개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황은선 팀장은 “독일의 경우 장애 당사자의 목소리를 듣고 환경을 구축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현재는 무장애 독일 여행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제 시작단계인 우리나라의 ‘접근 가능한 관광’

▲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황은선 팀장이 GNTB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황은선 팀장이 GNTB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황 팀장에 따르면 현재 한국은 장애인, 노인, 영유야 동반 가족, 저소득층의 국내 관광 향유권을 보장하기 위한 무장애 관광환경 조성 필요성을 느끼고 한국관광공사의 주도로 ‘전국 장애물 없는 관광환경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또한 관광정보 홈페이지의 ‘무장애 여행’ 분야를 개발해 관광정보를 제공하고 ‘열린 관광지 공모’ 시범사업 등 무장애 관광환경 조성 사업을 진행하며 환경 구축하는데 힘쓰고 있다.

황 팀장은 “많은 관광지가 편의시설 설치를 하며 접근성을 높이고 있지만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동’이다.”며 “아무리 관광지가 잘돼있어도 관광지까지 갈 수 없다면 아무 소용없다.”고 꼬집었다.

이에 중앙정부차원의 TF팀을 구성해 관광, 교통, 복지 등에서 전담부서를 마련해 관광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김성윤 박사는 “유럽과 달리 우리나라는 이제야 막 시작하고 있는 단계다.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여러 관련 단체의 지속적인 관심과 정보공유로 접근 가능한 관광이 옳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며 특히 당사자 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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