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자와 경찰이 피해자와 가해자가 되다?
신고자와 경찰이 피해자와 가해자가 되다?
  • 황현희 기자
  • 승인 2017.01.05 16: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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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자는 나인데 가해자 다루듯… 사건 처리과정 강압적이었다’
장애계, 인권위에 해당 지역 경찰서장 상대로 진정

2016년 12월 24일, 모두가 한 해를 마무리 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때 장애를 이유로 음식점 출입을 거부당한 사람이 경찰에 ‘차별’ 신고를 했지만, 오히려 경찰이 신고자를 부적절하게 대한 사건이 발생했다. 신고자와 경찰의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양측의 입장을 정리해봤다.

장애인 차별 신고한 장애인, 오히려 경찰에게도 폭행당했다?

“성탄절 전날. 혼자 술 한잔 마시기 위해 술 집을 찾았다. 식당안에는 손님이 거의 없어 빈 식탁이 많았는데, 식당 주인은 나에게 ‘자리가 없으니 그냥 돌아가 달라’고 말했다.

황당했다. 나는 주문을 하려고 했지만, 식당은 나를 거부했다. 이러한 차별은 잘못된 것 같다고 판단해 112에 신고했다. 그러나 내가 의사소통이 원활히 되지 않아 경찰이 내 말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112에 문자로 해당 식당을 신고했다. 그리고 나는 다른 식당으로 옮겼다. 잠시후 경찰에게 전화가 왔다. 내 위치가 어딘지 묻더라.

그리고는 갑자기 내가 있는 곳으로 들어오더니 대뜸 나에게 ‘음식점에 왜 왔느냐’라고 물어보더라. 나는 어이가 없었다. 음식점에 음식먹으로 가지 왜 갔겠느냐고 반문하니, 경찰은 나에게 신분증을 요구했다.

나는 아무리 경찰이라도 아무런 상황 설명 없이 내 신분증을 요구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 보여주지 않았다. 그러자 경찰은 내 신분을 임의로 조회하고 내 핸드폰을 뺏어서 저장돼 있는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내가 왜 그러느냐고 저항하자 경찰은 내 팔을 꺽어 바닥에 강제로 눕혔다. 그리고 나를 경찰차에 태워 내 집으로 데려갔다.

내 엄마가 ‘우리 아들이 대학원도 졸업하고 사회활동을 하는 사람’이라고 나를 소개하자 경찰은 나를 풀어줬다.”
 

안형진 씨 증언

뇌병변 장애가 있는 안형진 씨는 크리스마스 전날 혼자 술을 먹고 싶어서 근처 일식집에 갔다..

▲ 안형진 씨
▲ 안형진 씨

일명 ‘혼술’이 유행인 시대에 혼자 술을 마시러 음식점에 가는 게 더 이상 이상하지 않은 사회가 됐다. 안 씨도 단지 혼자 술을 마시고 싶어 음식점에 갔지만,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식당 출입을 거부당했다. 그리고 식당의 명백한 차별 행위에 안 씨는 해당 식당을 경찰에 신고했다.

상식대로라면 경찰은 식당으로 찾아가 정당한 이유 없이 손님을 거부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주의를 줬어야 했다.

그러나 경찰은 오히려 안 씨에게 찾아가 신분증을 검사하고 강압적인 행동을 보였다. 이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경찰은 왜 식당 주인이 아닌 신고자의 신분을 확인하고 제압하려 했을까.

안 씨에 의하면 사건 발생 이후 경찰은 안 씨에게 직접 연락을 해 깊이 있는 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그러나 단순히 사과와 약속만으로 이 사건은 해결되지 않는다.

사회약자의 인권을 보장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고 믿었던 경찰이 오히려 공권력을 이용해 장애인 인권을 침해하는 인권침해 당사자가 됐다는 점에서 이 사건은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이는 앞으로 경찰이 가해자가 되는 인권침해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낳았다.

이에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이하 장추련)와 서울지역장애인소비자연대는 해당 지역 경찰서장을 피진정인으로 ‘경찰의 장애인 폭행’에 관해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장추련 박김영희 상임대표는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이 시행된지 올해 꼭 10년이다. 그러나 여전히 경찰은 장애이해도가 부족하고, 현장에서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경찰, 검찰, 법원 등은 장애 당사자가 불이익을 당해 신고할 시 장애인이 필요로 하는 것이 있다면 지원해야 될 당연한 의무와 책임이 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 장애인이라면 의사소통을 지원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경찰은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않고 오히려 장애인에게 모욕과 차별을 경험하게 만들었다.”고 경찰의 행태를 꼬집었다.

이어 장추련 김성연 사무국장은 “우리는 피진정인으로 사건 가해자인 경찰관 두 명이 아닌, 경찰관이 소속돼 있는 경찰서장을 택했다.”며 “이 사건이 단순히 가해자 처벌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경찰 전체가 장애인에게 차별적 행동 혹은 모욕감을 주지 않도록 재발방지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인권위가 신속한 시정권고를 내려 더 이상 공권력에 의해 장애인이 인권 침해당하는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울러 장애특성과 장애정도에 맞는 정확한 정보제공과 의사소통지원 등 정당한 편의를 우리의 권리로서 요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찰, ‘차별 당한 장애인의 흥분, 우리는 매뉴얼대로 사건을 종결했을 뿐이다.’

경찰은 당시 상황을 안형진 씨와 조금 다르게 기억했다.
당시 출동했던 경찰 당사자와의 인터뷰는 이뤄지지 않았고, 출동했던 해당 지구대 지구대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구대장이 설명하는 당시 상황은 다음과 같다.

“12월24일 오후 6시경. 본 지구대는 한 장애인이 음식점에서 출입을 거부당했다는 문자를 받았다. 사건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경찰관 2인이 음식점을 찾아갔다. 그곳에 신고자가 없어, 찾아본 결과 맞은편 다른 음식점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곳으로 갔다.

경찰은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신고자 신원조회를 해야하니 신분증을 달라’고 요구했고, 신고자는 처음에는 안주려고 하다가 나중에 장애인신분증(복지카드)를 줬다. 신원조회를 해보니 특별히 문제될 것이 없어서 다시 돌려줬다.

이후 가족한테 연락을 해야하니 핸드폰을 줄 수 있느냐고 물었고, 안 씨가 핸드폰을 경찰에게 줘, 경찰은 통화목록을 확인하고 지인한테 전화했다. 지인은 안 씨가 몸이 불편하니 집까지 바래다 주라고 말했다.

그 상황과 맞물려 안 씨는 본인이 차별을 받았다는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 현하며 다소 과격한 행동을 보였다.

이에 경찰은 본인과 주변사람들에게 안 씨가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안 씨를 뒤에서 제압했다. 그 과정에서 바닥에 엎드리게 하는 상황도 발생했다.(지구대장은 경찰 제압 매뉴얼에 팔을 뒤로 꺾어 제압하는 것이 있다고 말했다)

약 10초 동안 제압을 한 뒤, 안 씨가 집에 가겠다고 해서 함께 차를 태워 집에 갔다. 이후 어머니가 안 씨를 데리고 집에 들어갔다. 그리고 사건은 종결됐다.”

아울러 지구대장은 ‘당시 출동한 경찰이 현장경험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매뉴얼대로 움직이는 등 대처가 미흡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 제26조는 ‘사법기관은 사건관계인에 대해 의사소통이나 의사표현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같은 날 같은 장소에 있었던 안 씨와 경찰의 증언이 다소 엇갈리는 가운데, 과연 경찰의 신고 처리 과정이 적절했는지가 이번 사건의 핵심이다.

한편, 장추련은 경찰 뿐만 아니라 장애인 출입을 거부한 해당 식당에 대해서도 추후 인권위에 추가 진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