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디딤돌 사례 백우현 수사관 ‘피해자가 말하지 못하는 부분까지도 수사해야’
성폭력 디딤돌 사례 백우현 수사관 ‘피해자가 말하지 못하는 부분까지도 수사해야’
  • 황현희 기자
  • 승인 2017.01.17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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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2016년 성폭력 사건 디딤달‧걸림돌 사례 발표

성폭력 피해자가 지적장애가 있는 여성이었지만, 한 경찰은 피해자의 진술을 근거로 주변 정황, 탐문수사, 성폭력상담센터의 도움, 정신건강의학과 자문을 통해 해당 사건을 수사한 반면 반면 한 재판부는 피해자가 지정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하며 가해자에게 무죄선고를 했다. 이에 두 사례는 지난해 디딤돌·걸림돌 대상으로 선정됐다.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이하 협의회)가 지난해 1월~12월까지 전국 경찰서, 검찰청, 법원에서 성폭력 관련 사건의 수사와 재판과정, 재판결과를 점검한 결과를 발표했다.

협의회는 지난 2004년부터 매해 시민감시단 사업으로 성폭력사건의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피해생존자의 인권을 보장하는 데 기여한 사례(디딤돌)와 피해생존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2차 피해를 야기한 사례(걸림돌)를 선정해 시상식을 가졌다.

▲ 성폭력 사건 디딤돌 상을 받고 있는 익산경찰서 백우현 수사관.
▲ 성폭력 사건 디딤돌 상을 받고 있는 익산경찰서 백우현 수사관.

디딤돌 시상식에 참여한 익산경찰서 여성청소년과 백우현 수사관은 성폭력 사건 수사에서 지적장애에 준하는 판단능력을 가진 피해자의 행동특성에 주목했다. 또한 피해자의 특성을 이용해 강간을 한 가해자의 범행을 수사해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특히 백 수사관은 피해자가 정신장애 판정을 받지 않은 상태지만, 피해자에게 정신장애가 있음을 확인하고 치료받는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가 피해자의 상태를 상담하고 소견서를 요청하는 등 수사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줘 디딤돌로 선정됐다.

백우현 수사관은 “성폭력 피해자가 지적장애가 있을 경우 진술을 확보하는 데 다소 어려움이 있다.”며 “그래서 주변 탐문수사를 많이 하고 사소한 정황이나 피해자의 몸짓, 눈빛 등 말 못하는 부분까지도 잡아야만 사건을 입증하고 가해자를 기소할 수 있다. 이런 부분을 특히 신경 쓰고 있다.”고 장애여성대상 성폭력 사건의 수사과정을 전했다.

이어 “성폭력 사건과 관련한 수사를 하다보면 안타까운 부분들이 많이 있다. 어떤 것도 결과를 장담하지 못하기 때문에 수사를 하는 입장에서는 ‘가족이다’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수사 결과를 끌어내기가 쉽지 않다. 앞으로 경찰관으로서 퇴직하는 날까지 피해자의 마음을 읽고, 그들의 권리가 최대한 보장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을 밝혔다.

반면 피해자가 지적장애 여성이지만, 가해자에 대해 무죄 선고를 내린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제1형사부는 걸림돌 사례로 선정됐다.

제1형사부는 지적장애가 있는 여성이 친부에 의해 장기간 성폭력 피해가 있었음에도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 신빙성에 대해 의심하고, 가해자의 건강상태 상 성관계가 발생할 수 없다는 점을 들어 무죄를 선고했다.

협의회측은 “해당 사건은 지적장애에 대한 이해와 친족성폭력 사건의 특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판단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적장애인에 대한 피해 진술의 신빙성 판단에 있어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간과했다. 또한 친종성폭력의 특성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인해 결국 피해자 보호를 방기했다.”고 걸림돌 선정 이유를 전했다.

이밖에 디딤돌 사례는 ▲여주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팀 안병위 팀장 ▲익산경찰서 백우현 수사관 ▲청주청원경찰서 최영식 수사관 ▲오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광역1팀 창근 경감, 김응희 경감, 박정훈 경위, 곽동규 경위, 박충호 경사, 최광몰 경장 ▲광주지방검찰청 순청지청 강현욱 검사 ▲부산고등법원 제1형사부 김주호 재판장, 이혁·권순향 판사가 선정됐다.
 
피해자 인권을 침해한 걸림돌 사례로는 △부산지방검찰청 성기범 검사, 부산지방법원 제6형사부 유창훈 판사 △부산지방법원 엄성환 판사, 부산고등법원 제3형사부 박석근 재판장, 이환기·김유성 판사 △서울서부지방법원 제12형사부 이성구 부장판사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제1형사부 김병철 재판장, 장현석·구준모 판사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 제1형사부 엄상섭 재판장, 류봉근·이호연 판사가 선정됐다.

협의회 배복주 공동대표는 “재판부나 수사기관이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지적장애에 대한 이해, 특성을 고려해야 하는데, 여전히 그렇지 못한 곳이 존재한다.”며 “이들은 피해여성이 그들의 장애로 인해 어떻게 폭력에 이용당했는지,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그래서 걸림돌이 아닌 디딤돌 사례가 해매다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