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계 순례투쟁으로 탈시설 의지 전해

▲ '왜 맨날 반말이야!' 중 글 김정하 / 그림 이상윤
▲ '왜 맨날 반말이야!' 중 글 김정하 / 그림 이상윤

국내에서 세 번째로 규모가 크고, 6회 연속 우수 시설로 선정됐지만, 실상은 인권유린과 비리의 온상이었던 대구시립희망원.

거주인 사이 폭행사건으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시설 폐쇄 권고를 받았지만, 이용대상자를 중증장애인으로 변경하며 ‘시설 폐쇄’가 아닌 ‘시설 세탁’을 한 마리스타의 집.

해마다 시설 내 거주인 인권침해와 비리가 발생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지방자치단체, 갖가지 꼼수로 이리저리 피할 궁리만 하고 있는 시설 운영인, 방관만 하고 있는 시설 운영재단.

누구하나 나서지 않는 시설 비리 척결을 위해 장애계가 순례를 통해 ‘탈시설’을 촉구하고 나섰다.

▲ 장애계는 명동성당-서울시청-광화문 광장을 돌며 탈시설 순례를 했다.
▲ 장애계는 명동성당-서울시청-광화문 광장을 돌며 탈시설 순례를 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와인권발바닥 행동 등 장애계는 지난 1일 ‘장애인 수용시설정책 적폐 청산! 정부는 탈시설-자립정책 즉각 시행’ 이라는 표어를 내걸고 명동성당-서울시청-광화문광장을 행진했다.

오후 2시. 먼저 이들은 명동성당 앞에서 대구시립희망원의 사건 해결에 대한 천주교의 책임있는 태도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회견이 끝난 뒤 염수정 추기경 면담요청서를 명동성당에 제출하려 했지만, 성당 측의 거부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후 장애계는 명동성당에서 서울시청까지 도보행진을 이어갔다. 행진을 하면서 이들은 시설의 문제점을 알리며 대국민 선전전을 진행했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윤경 활동가는 “우리 중 그 누구도 갇혀살고 싶지 않습니다. 장애인이 더 이상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내가 먹고 싶을 때 밥을 먹고,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는 일상을 살아가겠다고 오늘부터 선포할 예정입니다.”며 순례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여러분이 군대가 싫은 이유가 뭘까요. 누가 쉬라고 할 때 쉬고, 밥 먹으라고 할 때 먹고, 말안 들으면 혼나니까 싫은거잖아요. 시설도 똑같습니다. 시설거주인은 수십년동안 이러한 자유가 없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고 탈시설을 향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오후 4시. 도보 행진으로 서울시청에 도착한 장애계는 시설 폐쇄가 아닌 시설 세탁으로 시설을 계속 운영하고 있는 마리스타의 집을 비판하며, ‘마리스타의집 승인 반대’ 기자회견을 가졌다.

장애계는 ‘탈시설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당사자의 인간다운 삶과 인권침해를 예방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서울시가 이를 승인해서는 안된다’며 서울시가 탈시설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요구했다.

▲ 광화문 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탈시설 순례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장애계.
▲ 광화문 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탈시설 순례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장애계.

명동성당, 서울시청을 순례한 이들이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장애등급제·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외치며 5년 째 농성을 하고 있는 광화문 광장이다.

이순신 동상앞에서 장애계는 정부를 향해 ‘이제 탈시설이다! 장애인 수용시설정책 적폐 청산! 정부는 탈시설-자립정책 즉각 시행!’을 외쳤다.

이에 장애계는 끊임없이 반복되는 장애인거주시설에서의 학대와 비리 사건에 정부가 미봉책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을 비판하며, 중앙정부 차원의 책임있는 ‘탈시설 전환 계획 발표, 시스템 구축’을 요구했다.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김정하 활동가는 “복지부 예산이 약 1조5,000억 원이라면, 이 중 약 5,000억 원이 활동보조, 약 5,000억 원이 장애인 연금, 그리고 5,000억 원 가까운 액수가 시설 서비스 예산.”이라며 “장애인 복지 예산의 1/3이 시설로 들어가고 있다. 그 예산을 우리가 자립할 수 있도록 집을 주고, 활동지원시간을 늘리는데 쓰인다면 시설은 없어도 된다. 정부는 시설 서비스가 아니라 시설 거주인이 자립할 수 있도록 자립 서비스를 충분히 지원해 달라.”고 주장했다.

추운 날씨에 약 5시간 동안 진행됐던 탈시설 순례는 순례 참가자들이 탈시설 기자회견문을 읽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그들은 광화문 광장에서 ▲더 이상 장애인을 가두지 마라! 수용시설 정책 폐기하자! ▲격리수용 반대, 자립지원 함께 살자! ▲정부는 탈시설-자립생활정책으로 전면 전환하라!를 외쳤다.

▲ ⓒ이명하 기자
▲ ⓒ이명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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