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복지사협회장 선거, 외야 관람석을 선택한 이유
한국사회복지사협회장 선거, 외야 관람석을 선택한 이유
  • 최지희 기자
  • 승인 2017.02.14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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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대 한국사회복지사협회(이하 한사협) 회장 선거를 앞두고 한사협 회원들의 관심이 역대 한사협 선거 어느 때보다 뜨겁다. 그도 그럴 것이 내부 비리 의혹과 보건복지부 감사 등 가히 ‘한사협 최대 위기’라 불릴만한 사건들이 줄을 이었고, 회원들의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 또한 끊이지 않았다.

여기에 기존 현장투표 방식에 온라인투표 방식이 함께 진행되는만큼, 실제 투표를 행사할 수 있는 유권자의 폭도 넓어졌다. 이에 한사협 회원들은 누리소통망(SNS)을 통해 선거운동에 참여하는 등 후보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한사협은 사회복지에 관한 전문지식과 기술을 개발·보급하고 사회복지사의 자질 향상을 위한 교육훈련과 복지 증진 도모를 목적으로 하는 민간 사회복지 기관이다.

각 시·도별 협회를 두고 있으며 보수교육, 국가시험 운영, 자격증 교부 등을 수탁하는 곳으로 한국의 사회복지사가 ‘마지막으로 거쳐 나가는’ 기관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한사협은 과연 한국 사회복지사를 대표하는 기관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을까?

한사협에 따르면 한국 사회복지사 자격증 발급현황은 2016년 12월 31일 기준 누적 87만3,578명으로 무려 제주특별자치도 주민등록 인구를 넘는 수준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 유권자는 지난 7일 기준 1만8,805명에 불과하다.

한사협이라는 기관자체에 관심 없는 사회복지사도 있겠지만, ‘외야 관람석’에 앉아 이번 선거를 바라보는 사회복지사도 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은종군 사무국장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의 이야기를 통해 한사협이, 더 나아가 사회복지사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는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한다.

그들이 말하는 사회복지사는 누구인가

▲ 2015년 4월 21일 ‘장애인학대 방지 및 피해자 지원을 위한 실천적 과제’ 정책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는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은종군 사무국장(당시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정책국장). ⓒ웰페어뉴스 DB
▲ 2015년 4월 21일 ‘장애인학대 방지 및 피해자 지원을 위한 실천적 과제’ 정책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는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은종군 사무국장(당시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정책국장). ⓒ웰페어뉴스 DB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은종군 사무국장: 나는 사회복지사다. 한사협에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받을 때와 그밖에 몇 번 지역 협회 사무실을 갔을 때 회비를 내기도 했지만, ‘자발’이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의지에 따라 스스로 나아가 행동한 것은 아니다. 어떤 단체·조직·기관의 활동과 취지에 동의해서 함께하고 싶을 때 돈을 내는 것인데, 그렇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마치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있는 모든 사람이 회원인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과연 그럴까?

내가 생각하는 사회복지사는 지역·사회운동을 펼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무언가를 나눠주고 자원을 연결해서 어떠한 대상의 삶을 조금 더 윤택하게 하는 것은 결국 시혜로 갈 수밖에 없다. 지역과 사회에 있는 사안을 찾아내고 제도권에서 챙기지 못하는 것을 챙기는 게 사회복지 기관이 존재하는 이유가 아닌가.

지역을 샅샅이 돌아다니며 놓치는 것이 없나 돌아보는 사회안전망 역할, 그것이 사회복지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선거 후보들의 공약을 대략 봤다. 썩 참여하고 싶지 않다. 방점이 월급, 처우 개선에 찍혔다.

일부 공약은 ‘모든 사회복지사가 평등하게 경력을 인정받게 하겠다’, ‘급여를 공무원 수준으로 하겠다’이다. 기관장은 공무원 몇 급이고, 평사회복지사는 공무원 몇 급이라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과연 실효성이 있는가? 그 돈은 어디서 나오는가? 정치인의 구호성 공약에 지나지 않는 것 같다.

사회복지사가 열악한 환경에 처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따지면 일하는 사람 대부분 모두 열악하다. 왜 유독 사회복지사만 그렇게 해야 하는가. 활동보조인, 장기요양보호사는 사회복지계 종사자가 아닌가. 결국 ‘나만 잘 먹고 잘 살면 되겠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흔히 ‘사회복지 전문가’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가치를 말하는 것인지 기술을 말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사회복지사 처우 개선은 10년 전, 20년 전과 같은 구호다. 물론 이에 대한 활동으로 현실이 꾸준히 나아지고 있지만, 이것만 계속 이야기하기에는 사회약자라고 하는 당사자는 사회복지사 처우가 개선될 때까지 계속 기다려야 한다는 말이 된다.

▲ 2011년 10월 28일, 사회복지법인 및 사회복지시설들이 ‘공익이사제 도입’에 반대하면서 장애계와 마찰을 빚었다. ‘사회복지법인·사회복지시설 정체성 확립을 위한 범 사회복지 전진대회’에서 사회복지법인 관계자들 사이에서 손 현수막을 펼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의 모습. ⓒ웰페어뉴스DB
▲ 2011년 10월 28일, 사회복지법인 및 사회복지시설들이 ‘공익이사제 도입’에 반대하면서 장애계와 마찰을 빚었다. ‘사회복지법인·사회복지시설 정체성 확립을 위한 범 사회복지 전진대회’에서 사회복지법인 관계자들 사이에서 손 현수막을 펼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의 모습. ⓒ웰페어뉴스DB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 나는 사회복지사다. 내가 생각하는 사회복지사는 행동하는 사회복지사다. 정부의 지침에 따라 수급자에 대한 행동과 태도는 여러 가지일 것이다. 현실의 한계는 있겠지만 수급자들과 함께 아픔을 공유하고 토론하는 것을 넘어 ‘어떻게 변화를 만들 것인가’, 이게 사회복지사를 정의하는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선거 후보들의 공약을 보면 처우 개선에 많은 방점을 뒀다. 나는 그들이 말하는 사회복지사 처우 개선 대상이 전혀 아니다. 사회복지계에서 일하고 있지만 기관에 소속돼 있지 않으니 대상이 아니다. 많은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고, 그들은 사회복지와 관련해 ‘최저임금’을 놓고 싸우고 있다. 사회복지사의 처우도 개선돼야 하고, 평균임금에 못 미치는 문제는 다 같이 노력해서 올려야 하는 게 맞다.

이와 비교했을 때 한사협은 사회복지 기관이나 시설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 중심인 경향이 짙다.

복지사회 구현이나 예산을 이야기하기는 하나, 수급자와 직접 조직하고 함께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잘 쓰지 않더라. 임금 조건의 문제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소위 ‘클라이언트’라고 표현되는 이들의 권리문제에서 조직하고 함께 싸우는가에 대해서는 ‘수급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전문 집단’이라는 말로 타성화, 또는 거리감을 둔다.

전문 의식과 전문화라는 말을 많이 한다. 전문 의식에 따라 임금 조건이 달라지기 때문에 전문성을 획득하려는 것인데, 현장의 기능성이지 전문성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부가 만들어 놓은 지침을 어떻게 잘 해내고, 예산을 어떻게 잘 써서 범위를 넓히고, 재원을 어떻게 끌어당길 것인가, 이게 지금 말하는 전문의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행동하고 조직할 것인가에 대한 전문성, 감수성과 동질화와 같은 전문성, 권리로 바라보는 전문성 등도 필요한데 이를 중심으로 이야기 하지 않는다.

집단수용시설이 왜 필요한가. 물론 한사협은 이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조직이고, 또 그 안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의 문제를 방치해서는 안 되지만, 사회복지사의 생존을 근거로 집단수용시설을 인정하는 방식은 고민을 통해 변화하는 과정을 밟아야 한다.

축제에서조차 소외된 현장

은 사무국장: 나와 같은 상당수의 사람은 무관심할 수밖에 없다. 무엇을 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민간 조직은 정치집단일 수밖에 없는데 그 안에서 나의 색 또한 찾을 수 없다. 왜 한국에 사회복지사 관련 협회가 하나밖에 없는가. 지역이라는 카르텔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대한 반감은 어떻게 할 것인가.

회비를 내고 목소리를 높여 변화시키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과연 그런 창구가 열려 있는가.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받기 위해 회비를 낸 다음은? 엄청난 수의 사회복지사가 있는데, 그들을 위해 어떤 상품을 내놓고 어떻게 광고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선거운동만 봐도 그렇다. 장애계단체에 사회복지사가 얼마나 있는지 모르는데, 사회복지 기관과 시설만 찾는 게 실상이다. 아무리 표가 되는 곳에 가는 게 맞다 하지만, 결국 한사협이라는 조직은 사회복지 기관과 시설에 있는 사회복지사를 중심으로 대변하는 조직이라는 것 아닌가.

사회복지 기관·시설 밖 많은 사회복지사가 있는데, 이들을 조금 더 끌어안기 위한 어떤 몸짓이라도 있었는지 묻고 싶다.

직접 사회복지 기관이나 시설을 찾아가 조직의 활동을 펼치는 것은 매우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회복지사 개개인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기관·시설장을 만나는 것이기 때문에 폐해가 따른다. 몇몇 기관·시설장이 ‘왜 회비를 내지 않느냐, 월급에서 차감해서 내라’고 하는 곳이 있다. 분명 여러 가지 이유로 회비를 내지 않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본인 의사에 따라 결정해야 하는 문제인데, 기관·시설장의 눈치를 보게 된다.

조직을 적극 알리고 홍보하는 것은 좋지만, 이 때문에 이상한 부작용도 일어난다는 이야기다. 재원을 마련하는 데 꼭 그 방법만이 능사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박 상임공동대표: 국가의 책임을 개인과 그 가족에게 전가시킨 악질 복지제도,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벌어지는 현실과 문제를 말해도 자기 조직의 문제로 받아주지 않더라.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같이 해보자고 했는데, 말로만 같이 한다고 했지 실천성 있는 계획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굉장히 아쉽다.

한사협, 사회복지사협회에 관심이 아예 없지 않다. 관심은 있지만 광화문 농성장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힘들어 그것까지 따로 신경 쓸 여유가 없다. 관성에 젖은 조직의 변화, 한사협회장 선거에서 회원 개인이 투표할 수 있다는 것도 잘 몰랐다. 반성하라면 해야겠지만, 언제부터 바뀌었는가. 나 같은 사람에게까지 정보가 오지 않는다.

▲ 광화문 역사 안에 위치한 장애등급제·부양의무기준 폐지 농성장 맞은편 풍경.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기준으로 세상을 떠난 이들의 사례 앞으로 사람들의 걸음은 무심하기만 하다. ⓒ웰페어뉴스 DB
▲ 광화문 역사 안에 위치한 장애등급제·부양의무기준 폐지 농성장 맞은편 풍경.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기준으로 세상을 떠난 이들의 사례 앞으로 사람들의 걸음은 무심하기만 하다. ⓒ웰페어뉴스 DB

사회복지, 어떻게 가야 하는가

은 사무국장: ‘보편적 복지’와 패러다임을 이야기 하는데, 구체화 된 고민의 흔적이 필요하다. 사회약자를 위해 무엇을 할 계획인지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어떤 가치관을 갖고 당사자에게 접근하느냐. 철학과 감수성, 운동성이 부족하다.

사회복지사로서 곳곳에서 일하는, 또는 일하게 될 후배의 상황이 나아지길 바란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일부 사회복지사 말고는 그다지 달라질 것이 없다.

한사협 선거에 관심을 갖고 들여다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발급해준 곳에 어떤 수장이 오느냐에 따라 앞으로 수많은 후배의 상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박 상임공동대표: 만나는 사람의 희로애락을 얼마나 직접 겪고 있는가, 그의 의견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다룰 것인가, 주어진 기준 안에서 어떻게 종속시키고 복종시킬 것인가. 그것이 현장이라면, 사회복지사는 현장으로부터 어떤 밭을 이룰 것인지에 대해 좀 더 많이 고민해야 한다.

단순 소작농이 아닌, 농부라 지칭되는 사회복지사가 변해야 한다. 나와 만나는 사람과의 관계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그 사람들이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대한 고민과 실천이 필요하다. 관계를 변화시키는 힘으로 세상의 변화가 이뤄진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맞물려 함께 변화시켜야 할 숙제가 굉장히 많다. 우리 모두 사회복지를 일구는 주인공이자 주체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실천 또는 지향하는 방식이 다른 것은 인정할 문제지 부정할 것은 아니다.

다만 수급자 삶의 변화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어떻게 힘을 갖는지, 그들이 변화의 주체인지가 중요하다. ‘완장을 찬’ 사람의 역할에서 벗어나 공감할 수 있는 연대가 필요하다.

지금 말하는 복지는 복지라고 말하기 창피한 수준이다. 이 체제 안에서 갇히지 말고 뛰어넘어 ‘적어도 이것이 복지다’라고 말할 수 있는 계획과, 구체화 된 실천 투쟁도 함께 내봤으면 좋겠다. 같이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