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을 위한 인문학 대학 ‘성프란시스대학’ 12기 졸업식 열려

‘책을 많이 읽을 수 있고 토론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문제에 부딪힐 때, 한번 더 생각하는 여유를 가졌다’
‘술 이외에도 배우는 즐거움을 알게됐다’
‘나를 여행한 시간이었다’

인문학 배움을 통해 새로운 삶을 준비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지난 15일 성공회대학교에 모였다.

서울특별시립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이하 다시서기센터)는 지난 한 해 동안 인문학 교육과정을 모두 마친 노숙인 25명에 대한 수료식을 진행했다.

지난 2015년에 발표된 거리노숙인 생활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숙의 주요 원인으로 48.4%가 사업실패, 22.4%가 가족해체 등이다. 또한 가족관계를 형성하고 경험해 보지 못한 채 자란 노숙인이 50.2%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렇듯 노숙인의 경우 빈곤의 되물림 혹은 경제 빈곤 등의 물리적 결핍 뿐만 아니라 정서적 빈곤과 결핍에 이르는 다양한 문제 양상을 띈다.

실직과 사업실패, 신용불량 등 경제 결핍으로 인해 가정해체, 정신적 외상 등의 상황에 처하게 되고 이로 인한 고통과 동시에 노숙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다시서기센터는 노숙인들의 현실에서 주거지원, 일자리지원과 같은 의‧식‧주 위주의 서비스는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 분석하며, 자존감 회복을 위한 문화복지 차원의 다양한 문화 교육 서비스가 보다 강화, 확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1년 간의 기록이 담긴 사진들.
▲ 1년 간의 기록이 담긴 사진들.

그 일환으로 다시서기센터는 지난 2005년부터 해마다 인문학 교육과정을 만들어 연극관람, 글쓰기, 박물관 방문, ‘나’에 대해 생각하기 등의 강의를 통해 노숙인들에게 문화복지 차원의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했다.

다시서기센터 인문학과정팀 이상은 사회복지사는 “센터에서 노숙인에게 실질적인 지원을 했었는데, 어느 순간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독립해서 사회로 나갔던 사람들이 다시 돌아오는 경우를 보면서 사람이 스스로 갖고 있는 내면적인 힘이 있어야만 어떤 새로운 환경에서도 잘 견디고 잘 헤쳐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것이 인문학 교육과정을 시작하게 된 이유.”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물론 인문학을 배운다고 해서 더 좋은 일자리를 얻거나, 바로 주거지로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과정을 통해 노숙인들이 자신의 삶, 자신의 모습 등을 되돌아 보면서 사고하는 힘이 생겼다. 어느 순간 상대방을 이해하게 되고, 앞으로 뭔가를 해야겠다는 계획을 세우는 등 작은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 이것이 가장 큰 의의이자 인문학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인문학 교육과정에 참여한 이도림 씨(57)는 “인문학 이란 것이 참 재밌고, 우리가 모르는 것을 많이 배우게 됐다.”며 “특히 문학수업에서 그림에 대해 공부하고, 시를 배우고 이런 과정들이 참 즐거웠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친구들도 많이 생기고, 마음의 폭이 넓어진 것 같다. 수업을 들으면서 일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고 현재 가락시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 앞으로 요양보호사나 사회복지사도 해보고 싶다.”며 졸업 소감을 전했다.

▲ 인문학 과정 수료증을 받고 있는 이도림(왼쪽) 씨.
▲ 인문학 과정 수료증을 받고 있는 이도림(왼쪽)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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