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속 장면은 ‘훈육’이 아닌 ‘학대’였다!”
“CCTV속 장면은 ‘훈육’이 아닌 ‘학대’였다!”
  • 이명하 기자
  • 승인 2017.02.22 18: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애계, OO대안학교 자폐성장애어린이 학대 관련 진상규명 촉구
검찰·경찰 “해당 ‘훈육’적절해” 불기소처분, 피해자부모 ‘재정신청’ 진행
“내 아이는 자폐성장애 3급 판정을 받았다. 아이에게 맞는 치료기관을 알아보던 중 인터넷카페를 통해 자폐성장애 OO대안학교를 알게 됐다. 

학교 원장 아들도 자폐성장애가 있고 그가 점점 호전되고 있는 모습을 영상으로 올려 홍보하고 자폐성장애가 있는 아이들의 부모가 만든 학교라고 강조해 그 점에 신뢰가 갔다.

입학상담 당시 안내문에는 치료와 수업이 병행된다고 했고 내 아이는 아침 9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학교에서 보냈다.

혹시나 집근처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장애인식이 부족해 아이에게 맞는 교육과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까 두려워 OO대안학교에 아이를 맡겼다.

오로지 아이의 치료와 안전을 위해서 3500만원을 들여 OO대안학교에 보냈지만 아이가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거부하고 있다는 이유로 강압적으로 아이를 제압해 교실 밖으로 질질끌고 가 CCTV도 없는 곳에 데리고 갔다. 

결국 지금 아이는 교육 자체에 대한 공포가 생겼고 현재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

- 피해 학생 어머니 증언 중

▲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용인시 OO대안학교의 자폐성장애아동 학대 등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용인시 OO대안학교의 자폐성장애아동 학대 등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1월 자폐성장애 어린이 7명의 부모가 자녀들이 다니던 OO대안학교의 운영자인 원장과 부원장을 아동복지법 및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고소인들의 자녀는 ‘자폐성장애 전문 대안학교’라고 홍보하고 있는 OO대안학교에 교육과 치료를 목적으로 만 4~6세에 입학했다.

그러나 고소인들에 따르면 자녀들은 입학한 뒤 상처가 생기거나 장시간 울음을 그치지 못해 고성을 내고, ‘벽 보기 싫어요, 무서운 방 싫어요.’등의 이야기를 하는 등 이상행동이 나타났다.

결국 CCTV와 OO대안학교 퇴직교사의 증언을 통해 OO대안학교가 학생들을 약 5~8시간 동안 쉬는 시간에도 의자에서 일어나지 못하게 하거나 수업에 방해되는 행위를 하는 경우 ‘타임아웃’이라는 명목으로 CCTV가 없는 방으로 데리고 가는 등 사실이 확인됐다.

사건 수사 뒤 수원지방검찰청은 지난해 10월 6일 학대라고 인정할 수 있는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불기소처분을 내렸고 이후 지난해 11월 서울고등검찰청 역시 고소인들의 항고에 대해 기각결정을 내렸다.

이에 피해부모들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이하 장추련) 등 장애계단체가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용인시OO대안학교 자폐성장애아동 학대, 무면허의료행위, 사기, 횡령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사법기관에 재정신청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훈육’인가 ‘학대’인가?

고소인들과 장추련이 정리한 OO대안학교 사건경과보고에 따르면 피해어린이가 ‘벽을 보기 싫다, 무서운 방 싫다.’는 등 OO대안학교에서 실시한 타임아웃 교육에 대한 불안을 느끼고 있다.

이에 경기용인아동호보전문기관은 해당 CCTV영상을 본 뒤 “교사가 장애어린이의 특성과 특수교육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이며, 어린이의 행동수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 훈육방법을 지속 사용해 어린이에게 상해가 발생하게 된 것은 신체학대에 해당한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타임아웃이란 어린이가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다른 장소로 격리시켜 조용하게 자신의 잘못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주는 행동교육이라는 것.

먼저 타임아웃을 위해 조용한 공간으로 이동하기 전 어린이에게 그 이유와 규칙에 대해 차분한 어조로 충분히 설명해야한다. 훈육을 받는 어린이기 자신의 잘못된 행동이 무엇인지 왜 조용한 곳으로 옮겨가는지 인지해야 잘못된 행동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단, 타임아웃을 진행하면서 어린이에게 얼마만큼의 시간 동안 생각해야 하는지 인지시켜 스스로 시작과 끝을 명확하게 알 수 있어야한다. 만약 이 과정에서 어린이가 느끼기에 너무 긴 시간이 주어진다면 훈육효과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분리에 대한 불안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고소인과 장애계의 설명이다.

▲ 법무법인 예율의 김지혜 변호사가 사건에 대한 경과보고를 전하고 있다.
▲ 법무법인 예율의 김지혜 변호사가 사건에 대한 경과보고를 전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맡은 법무법인 예율 김지혜 변호사는 “퇴직교사들에 따르면 타임아웃을 위해 어린이를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은 깜깜한 빈 방에 데리고 가거나 벽을 보면서 수십 분 내지 1시간 이상 윽박을 질렀다.”며 “심지어 타임아웃을 당한 어린이의 온 몸이 땀으로 목욕하듯 젖어 있었고 머리가 수영한 것처럼 축축해 울면서 두려움에 떨고 있어 옷을 갈아입힌 적도 있다는 증언도 있다. OO대안학교가 실시한 타임아웃이 훈육이 아닌 학대”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과 검찰은 동일한 CCTV영상을 보고 폭행에 대한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김 변호사는 “검찰과 경찰은 피해어린이를 강제로 끌고 나간 점은 인정하지만 피해어린이가 수업을 방해해 문제행동을 수정하기 위한 효과적인 훈육방법인 타임아웃을 시행했다고 전했다.”고 사건이 불기소 처분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조미영 부대표는 “비장애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교사폭행을 볼 때와 태도가 다르며 해당 CCTV 장면을 교육이라고 바라보는 검찰의 잘못된 인지가 부모들을 분노하게 한다.”며 “비전문가들이 특수교육이 필요한 어린이들을 맡았으니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지지 않았음은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영상을 확인한다면 누가보아도 학대다. 그런데 검찰은 아이가 해당 ‘훈육’을 받기에 그럴만했다고 판단했다.”며 “교육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교사에게 질질끌려 나가야 하는 것인가? 왜 이장면을 보고 분노하지 않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김성연 사무국장이 발언을 하고있다.
▲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김성연 사무국장이 발언을 하고있다.

이에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김성연 사무국장은 “형사·사법기관의 적절치 못한 판단에 대해 재정신청으로 마지막 다시 해당 사건에 대한 판단을 묻고자한다.”며 “장애에 대한 선입견이 담긴채 학대를 훈육으로 판단한 것을 되돌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고 선언했다.

특히 해당 대안학교의 운영에 대한 문제도 지적됐다.

고소인들과 장애계에 따르면 약 서른 명의 교사들 가운데 특수교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은 단 두 사람뿐이며 이들은  특수초등 정교사 2급, 특수중등 정교사 2급 체육 자격증만 취득했고 자폐성장애가 있는 어린이에게 맞는 ‘유아특수교육 자격’을 갖춘 사람이 없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OO대안학교는 ‘자폐성장애 전문(비인가)대안학교’로 광고했지만 실제 교육시설 신고나 인허가 등록도 없이 ‘학교’로 운영되고 있었다.”고 지적했고, 김 사무국장 역시 “이번 사건을 시작으로 학대 행위뿐만 아니라 OO대안학교에서 실시한 무면허 의료행위, 과장·허위 광고에 대해서도 문제를 물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