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위,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보낼 서한 전달… 검찰의 꼬리자르기식 수사 비판 성역 없는 수사로 비리 척결 요구

대구시립희망원(이하 희망원) 사건이 희망원 운영 주체인 한국 천주교를 넘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로 향했다.

대구구천주교교회유지재단은 희망원 내 인권 유린과 비리 등이 시민사회의 고발과 언론 보도로 공개되자 지난해 11월 7일 운영권 반납 입장을 표명했지만, 4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운영권을 유지하며 인사권을 행사하고 있다.

대구시립희망원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원회)는 ▲천주교대구대교구(이하 대구교구)에 대한 수사 촉구 ▲희망원 폐쇄와 기능 전환 ▲희망원 내 이용자 자립생활 지원 등을 요구했으나, 재단 조환길 이사장은 검찰에 기소되지 않았다.

지난달 2일 대책위원회는 서울대교구 명동성당을 찾아가 염수정 추기경에게 면담요청서를 전달하려고 했으나, 천주교는 이를 거부했고 경찰은 대책위원회가 명동성당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았다. (시설 인권침해 종합판 ‘희망원’, 천주교는 ‘외면’ 2017.02.02. 기사 참고)

▲ 대구시립희망원 인권 유린과 비리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서한전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대구시립희망원 인권 유린과 비리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서한전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에 대구시립희망원·전국 장애계 희망원 대책위원회는 6일 오후 2시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희망원 인권유린과 비리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주한교황청대사관 직원에게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보낼 서한을 전달했다.

대책위원회 은재식 공동대표는 “천주교에 희망원 사태 해결을 위한 책임 주체로 나서길 촉구했지만, 천주교는 한 지역 교구의 일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방관하고 있다.”며 “희망원 사태를 해결하려면 대구교구의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고 생각해 절박한 심정으로 프란치스코 교황께 서한을 전달한다.”고 밝혔다.

▲ 국민의당 전국장애인위원회 정중규 위원장.
▲ 국민의당 전국장애인위원회 정중규 위원장.

국민의당 전국장애인위원회 정중규 위원장은 “사제 개인 차원에서 바자금 규모만 7억8,000만 원에 이르는 대형 비리가 가능한지 의문.”이라며 “검찰의 희망원 중간수사 결과 발표에서 나온 ‘희망원 비자금 조성과 대구교구는 관련 없다’는 주장은 전형적인 꼬리자르기식 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위원장은 “검찰의 성역 없는 수사로 희망원 비리를 끝까지 추적해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장애인들에 대한 반인권 범죄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엄단해주길 거듭 촉구한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해 열린 미사강론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장애인 수용시설을 비판하고 장애인 사회 통합에 교회가 앞장서주길 당부했다며, 한국 천주교에 장애인 복지 패러다임의 근본 변화를 촉구했다.

그는 “희망원 사태를 계기로 교회가 대규모 시설 위주의 장애인 사업을 지양하고, 지역사회와 함께 살아가는 소규모 생활시설로 전환해야 한다.”며 “장애인과 파트너십 차원에서 연대하고 그들의 권리와 삶에 대한 자기결정권·자기선택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정 위원장은 ‘세월호로 숨진 304명과 천안함으로 숨진 46명은 기리면서 최근 6년 동안 309명이 숨진 희망원 희생자들의 문제는 외면되고 있다’는 한 신부님의 말을 인용하면서 우리 사회가 희망원 사태에 더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 탈시설당사자 모임 벗바리 김동림 활동가.
▲ 탈시설당사자 모임 벗바리 김동림 활동가.

탈시설당사자 모임 벗바리 김동림 활동가는 “우리가 아는 하느님은 가난하고 궁핍한 자를 약탈하는 자에게서 건지시는 분이라고 배웠다.”며 “대구교구와 한국 천주교는 우리가 아는 하느님의 말씀대로 살고 있는가 심각한 의문이 든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구교구에서 장애인과 노숙인들은 이성교제를 이유로, 관리자에게 반문한다는 이유로 독방에 갇혀야 했고, 술을 마시러 나가면 들어오지 말라는 명령이 내려져 추위에 밤새 떨어야 했다.”며 “시설에서의 삶은 관리자의 눈칫밥을 먹고 사는 교도소의 독방 같은 삶.”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우리는 대구교구에 진심 어린 사과를 하고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라고 요구했지만, 몇몇 신부와 수녀를 희생양으로 내세워 사태를 덮으려고 하고 있다.”며 “오히려 사실을 왜곡하고 권력과 언론을 이용하는 행태의 중심에 조환길 이사장이 있지 않나 의구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김 활동가는 “대구교구는 이미 약자들을 약탈하고 나라의 보조금을 횡령하는 나쁜 장사꾼들의 소굴이 됐다.”며 “하느님의 말씀에 따라 약자들을 위해 사는 선한 이들을 위해 몸에서 썩은 살을 도려내는 교황의 옳은 결단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주한교황청대사관에 서한을 직접 전달하려고 했지만, 경찰이 막아섰다. 결국, 직원이 나와 대책위원회가 주는 서한만 받고 특별한 언급 없이 돌아갔다.

▲ 대구희망원대책위 박명애 공동대표가 주한교황청대사관 직원에게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보낼 서한을 전달하고 있다.
▲ 대구희망원대책위 박명애 공동대표가 주한교황청대사관 직원에게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보낼 서한을 전달하고 있다.
저작권자 © 웰페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