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후보 당시 각종 공약 남발했지만, 성과 얻은 공약은 ‘O’

유례없는 국정농단 사태로 탄핵 된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얻은 박근혜 전 대통령.

헌법재판소가 결정한 탄핵 사유는 ▲국민주권주의 및 법치주의 위반(최순실 등 비선조직의 국정농단에 따른) ▲헌법 수호 의지 부족 등이다. 그러나 단지 결정문으로만은 박근혜 정권 4년 동안 모든 정책에서 소외 당한 사람들의 삶이 설명되지 않는다.

이에 웰페어뉴스에서는 박근혜 정권 4년 동안 사회약자 관련 정책이 어떻게 변했는지 3회(장애계, 인권, 빈곤)에 걸쳐 살펴보고자 한다.

첫 번째로 박근혜 정권의 장애인 정책을 알아보기 위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정훈 정책국장을 만났다.

▲ 2012년 대통령 선거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집.
▲ 2012년 대통령 선거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집.

장애등급제 폐지 향한다던 정부는 ‘동상이몽’

장애등급 하락으로 기초생활수급이 탈락될 것이 두려워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은 한 사람.

‘자신의 장애등급을 재심사해달라’ 활동지원서비스가 필요하다고 국민연금공단을 찾아가 항의했지만, 결국 받지 못해 혼자 숨을 거둔 한 사람.

활동지원서비스 24시간이 필요했지만, 결국 지원받지 못하고 아무도 없는 사이 호흡기가 떨어져 고통스럽게 숨을 거둘 수 밖에 없었던 한 사람.

▲ 장애등급제·부양의무자 폐지를 위해 장애계는 1600일이 넘도록 광화문 광장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농성장 앞에는 박근혜 정부의 방관속에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사람들의 영정사진이 놓여있다. ⓒ웰페어뉴스DB
▲ 장애등급제·부양의무자 폐지를 위해 장애계는 1600일이 넘도록 광화문 광장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농성장 앞에는 박근혜 정부의 방관속에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사람들의 영정사진이 놓여있다. ⓒ웰페어뉴스DB

박근혜 정권 이후 장애등급제 때문에 복지 서비스를 제대로 지원받지 못해 죽음을 맞이한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장애등급제는 장애계가 오랫동안 제도의 문제점을 제기하며 폐지를 주장한 핵심 사항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또한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장애등급제 문제에 대해 공감하며, 장애등급제 폐지를 장애계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대통령 당선 이후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장애인의 욕구, 특성, 환경 등을 고려할 수 있는 서비스 종합판정체계 도입을 준비했다. 이에 지난 2015년 6월, 2016년 6월에 이어 2017년 4월까지 3차례에 걸쳐 장애등급제 폐지 시범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올해 하반기부터 장애등급별로 제공되는 70여개의 서비스를 ▲서비스종합판정 대체 ▲서비스별 별도 기준 마련 제공 ▲중·경증 단순화 적용 등으로 나눠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는 장애등급제 폐지를 위해 먼저 의학 판단으로 장애판정을 받은 수요자는 장애인지원센터 복지코디를 통해 개인의 욕구와 환경 등을 조사하고, 지자체 공무원이 소득·재산과 부양의무자 등을 조사하게 했다. 이후 국민연금공단은 조사결과를 토대로 공공과 민간 복지서비스의 내용, 수급자격, 서비스량, 이용기간 등을 포함한 대상별 복지서비스 이용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서비스지원위원회를 통해 조사의 적절성, 추가 고려사항, 지역사회 자원 현황등을 고려해 개인별 서비스이용계획을 심의·의결한다. 이 과정을 거쳐 장애인은 맞춤형 서비스를 지원받을 수 있다.

▲ 당신은 몇급인간입니까? 장애계는 장애 정도에 따라 등급을 매기는 비인격적인 현 장애등급제를 비판하며 2015년 민중총궐기 때 휠체어에 자신의 급수를 적어놨다. ⓒ웰페어뉴스DB
▲ 당신은 몇급인간입니까? 장애계는 장애 정도에 따라 등급을 매기는 비인격적인 현 장애등급제를 비판하며 2015년 민중총궐기 때 휠체어에 자신의 급수를 적어놨다. ⓒ웰페어뉴스DB

그러나 장애계는 정부의 맞춤형 지원체계 구축방안에 대해 △장애등급제 폐지 이해 부족 △장애등급제와 다를 것 없는 중·경 단순화 유지 △여전히 존재하는 의학적 기준 △지자체의 책임 떠넘기기 △예산 확대, 분배 논의 없는 서비스 제공 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결국 정부 정책이 기존 장애등급제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평이다.

여전히 맞춤형 서비스 지원 체계의 핵심 기준이 여전히 의학적 판단에 머물러 있고, 관련 예산도 턱없이 부족하게 편성됐다고 지적했다. 지난 2차 시범사업 예산은 13억3,600만 원, 지자체 한 곳당 9,000만 원이 분배된다. 시범사업에 투입되는 70여 명의 인건비, 종합판정체계 운영비용 등을 고려하면 장애당사자를 위한 서비스에 사용될 예산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정훈 정책국장은 “장애등급제를 폐지하려는 이유는 등급제가 사람 몸에 소‧돼지처럼 1급, 2급 이라는 등급을 매기는 것 자체의 비인격성도 있지만, 그보다 더 우선한 것은 등급에 따라 받을 수 있는 사회복지 서비스가 제한되기 때문.”이라며 “우리가 바라는 것은 단순히 등급을 없애는 게 아니라, 등급에 따른 일률적인 지원 정책을 폐지하고 개인별 맞춤형 지원을 시행하는 것.”이라고 장애계가 생각하는 장애등급제 폐지 의미를 설명했다.

활동지원서비스 확대정책은 ‘삭감정책’

장애등급제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등급에 따라 사회복지서비스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중증의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는 생존권인 활동지원서비스 역시 등급에 따라 지원 여부가 갈린다.

장애등급의 제한과 급여량 부족 등의 문제점을 반영해,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장애인활동지원 적용 대상과 급여량 확대를 내세웠다.

지난 2015년 6월 활동지원서비스 이용 대상자를 기존 1급에서 1급~3급으로 확대됐고 활동지원 급여 또한 (2015년 2월 기준) 1급 104만 원, 2급 83만4,000원, 3급 62만8,000원으로 인상됐다.

장애계는 활동지원서비스 대상 확대는 긍정으로 평가했지만, 여전히 인정조사표로 대상을 선정하기 때문에 필요함에도 받지 못하는 사람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 활동지원서비스 인정조사표 일부.
▲ 활동지원서비스 인정조사표 일부.

현재 활동지원 인정조사표는 ▲일상생활 동작영역 ▲수단적 일상생활 수행능력 영역 ▲장애특성고려영역 ▲사회환경고려영역 등 4개의 분야로 나뉜다.

각 분야의 항목은 주로 옷 갈아입기, 식사하기, 집안일 등 신체 활동과 관련된 내용으로 신변처리와 보호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이 주를 이룬다. 이와 같은 신체활동 중심의 기준은 시각·청각장애, 정신적장애가 있는 사람을 배제한다.

실제 지난 2016년 1월~5월 상반기에 진행된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등급 재심사 결과 시각장애인 63명, 지적장애인 41명, 자폐성장애인 21명(전체인원의 36.4%)이 등급 하락을 경험했다.

최중증의 장애가 있는 경우 역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현재 최중증장애 급여를 시간으로 따지면, 휴일‧야간근로를 제외하고도 최대 월 431시간(일일 13~14시간)에 불과하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정부 지원 시간 외에 추가지원을 통해 24시간을 보장하고 있지만, 박근혜 정권은 이마저도 ‘사회보장서비스 유사‧중복 사업’이라며 막고 있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활동보조인과 활동보조중개기관의 문제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활동지원서비스의 비현실적인 서비스 단가(시간당 9,000원)는 활동보조인이 생활고와 중개기관과 갈등을 빚을 수밖에 없다고 수차례 문제를 제기했지만, 이에 대한 대책은 올해 서비스 단가 240원 인상이었다. 서비스 단가 9,240원에서 75%(6,930원)는 활동보조인이, 25%(2,310원)는 중개기관의 몫으로 나뉜다.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하지만, 활동보조인과 중개기관에게 떠넘기며 둘 사이의 갈등만 키우고 있는 꼴이다.

표면상 활동지원서비스 대상자는 늘었지만 실제 활동지원서비스를 받고 있는 사람은 줄었고, 최중증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 24시간 보장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활동보조인과 중개기관의 사이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이동권 증진, 연금 확대, 발달장애인 권리 향상… ‘계획만 무성’

▲ 장애계는 4년 동안 명절 때마다 시외 저상버스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고향을 갈 수 없는 현실을 비판하며 터미널에서 저상버스 확보를 위한 선전전을 진행했다. ⓒ웰페어뉴스DB
▲ 장애계는 4년 동안 명절 때마다 시외 저상버스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고향을 갈 수 없는 현실을 비판하며 터미널에서 저상버스 확보를 위한 선전전을 진행했다. ⓒ웰페어뉴스DB

박근혜 정권은 제2차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계획에 따라 저상버스를 2016년까지 전국 시내버스의 41.5%까지 보급하기로 했다. 2012년 4,802대, 2013년 6,214대, 2014년 8,061대, 2015년 1만473대, 2016년 1만3,493대 보급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실제 저상버스는 2012년 4,720대, 2013년 5,338대, 2014년 6,026대에 불과하다.

41.5% 보급률을 목표로 했지만 2013년 기준 저상버스 도입률은 서울 28.5%에 불과하고, 충남‧전남‧전북‧경북‧제주도는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정훈 정책국장은 “서울은 그래도 나은 편이다. 당장 내년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이 열릴 예정이지만 다른 지역에서 강원도를 가는 것도 어렵고, 강원도 안에서조차 지역을 넘나들기 어려운 실정이다. 세계 대회를 앞두고 국제 망신을 당하게 생겼다.”며 “저상버스 도입을 위해 각종 연구를 한다고는 하지만 눈에 보이는 성과는 전무하다. 언제까지 연구 핑계로 저상버스 도입을 미룰지 답답하기만 하다.”고 비판했다.

이밖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 임기 동안 장애계 공약 이행 수준은 ‘최악’이었다.

▲ 지난 2014년 발달장애가 있는 자녀를 둔 부모들은 발달장애인법 시행 마련 촉구를 위한 삭발식을 진행했다. 이후 발달장애인법이 제정·시행됐지만, 예산 편성이 되지 않아 여전히 발달장애인을 위한 지원은 답보상태다. ⓒ웰페어뉴스DB
▲ 지난 2014년 발달장애가 있는 자녀를 둔 부모들은 발달장애인법 시행 마련 촉구를 위한 삭발식을 진행했다. 이후 발달장애인법이 제정·시행됐지만, 예산 편성이 되지 않아 여전히 발달장애인을 위한 지원은 답보상태다. ⓒ웰페어뉴스DB

장애인 연금 2배 수준 인상을 약속했지만, 올해 장애인 연금은 1인당 겨우 200원 올랐다. 또한 발달장애인법이 제정‧시행됐지만 관련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제자리 걸음을하고 있다.

이정훈 정책국장은 “박근혜 정권의 공약은 한마디로 ‘없는게 나았던 정책’.”이라며 “온갖 사탕발림으로 선심성 공약만 남발했을 뿐 실제 당사자의 삶이 좋아진 것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매해 팍팍한 현실과 지원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오는 5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 우리는 우리의 핵심 요구 사항을 각 정당 후보들에게 전달할 것이다. 말뿐인 공약만 남발한 대통령의 최후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눈으로 똑똑히 봤다. 이제는 좀 더 확실하게 우리의 요구를 들어줄 후보를 찾는다. 두 번 속지 않을 것.”이라고 대통령 선거를 준비하는 강한 의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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