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세계장애인스노보드 월드컵 파이널’ 출전… 평창 메달 목표

▲ ‘2017세계장애인스노보드 월드컵 파이널’에 출전한 박항승 선수의 경기 모습 ⓒ대한장애인체육회
▲ ‘2017세계장애인스노보드 월드컵 파이널’에 출전한 박항승 선수의 경기 모습 ⓒ대한장애인체육회

“스노보드, 멋있잖아요^^ 그리고 의족을 착용하는 내게, 스노보드는 원하는 만큼 속도를 즐길 수 있는 기회이자 매력적인 순간을 줘요. 1년 뒤 우리나라에서 ‘처음’ 열리는 동계패럴림픽이자 ‘처음’ 정식종목이 된 스노보드에 도전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감동적입니다”

지난 13일 정선 알파인경기장, 스노보드 뱅크드 슬라롬 경기를 마친 박항승 선수(30, SB-UL)가 고글을 벗으며 환하게 웃었다.

2018평창동계패럴림픽을 앞두고 테스트이벤트로 지난 10일과 13일에 치러진 ‘2017세계장애인스노보드 월드컵 파이널’에 출전한 그는, 19개국 100여 명의 선수들 속에 당당하게 이름을 내건 한국의 국가대표(박항승·김윤호·최석민 선수) 중 한명이다.

박항승 선수의 기록은 10일 스노보드 크로스에서 59초25로 14위(16명 출전), 13일 뱅크드 슬라롬에서는 50초94로 15위(17명 출전)에 자리 잡았다. 뱅크드 슬라롬은 개인 최고 기록이다. 3번의 코스 주행 중 최고기록으로 순위를 결정하는데, 2차 시기에서 50초94를 기록했다(1차시기 56초49, 3차시기 1분21초45).

마지막 3차 시기에서 좀 더 기록을 앞당겨 보고 싶었지만, 따뜻해진 날씨에 많은 선수들이 같은 코스를 주행하다 보니 미끄럽고 곳곳이 파여 아쉬움이 남았다.

그는 “기록이 아쉽지만, 이게 내 실력이니까 앞으로 더 훈련하고 잘하면 된다.”며 “그래도 걱정보다 국제경기를 잘해낸 것 같다. 내년 평창에서는 좋은 성적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아직은 중하위권에 자리 잡고 있는 박항승 선수. 하지만 국내에서 장애인 스노보드 선수 육성이 시작된 지 이제 겨우 1년 반 즈음, 그의 도전에는 남은 시간이 더 많은 셈이다.

2년차 스노보드 선수 박항승 “나의 꿈은 ‘평창’”

박항승 선수가 처음 스노보드를 신은 것은 5년 쯤 전, ‘나름’ 로맨틱한 이유가 있다.

‘연애를 하자’는 그의 고백에 지금의 아내인 권주리 씨가 ‘나는 스노보드가 취미여서 주말마다 타러가야 하니, 같이 다녀야 한다’고 말하면서 스노보드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결혼식도 스키장 눈밭 위에서 치를 정도로 스노보드에 대한 ‘무한 애정’을 가진 부부다.

그러던 중 장애인 스노보드 선수를 선발한다는 소식이 박항승 선수에게 전해졌다.

그는 ‘분명 의미 있는 도전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내와의 상의 끝에 평창동계패럴림픽까지 ‘3년만’이라는 시간을 벌었다. 훈련비가 나오기는 하지만, 생활비는 연극 강사로 일하는 아내의 몫이 됐다. 무엇보다 박항승 선수의 도전과 선택을 존중했기 때문이었다.

▲ 박항승 선수(오른쪽)와 아내 권주리 씨.
▲ 박항승 선수(오른쪽)와 아내 권주리 씨.

지난 2015년 10월 테스트를 통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장애인 스노보드 신인선수팀이 꾸려졌고, 그 곳에 박항승 선수도 있었다. 국가대표 팀으로 정식 명칭을 바꾼 지는 6개월 여가 됐다.

유럽이 강세를 보이는 종목으로, 긴 시간 훈련해온 외국 선수들과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뗐을 뿐이다.

박항승 선수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열리는 동계패럴림픽이자, 첫 선을 보이는 스노보드에 도전한다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차고 감동적.”이라며 “당장의 기록도 중요하지만 평창 때 보여줄 실력을 만드는 데 집중하는 이유도 이것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도전은 즐거웠지만 훈련은 쉽지 않았다. 한쪽 다리와 팔에 절단 장애가 있는 그는 의족을 착용하고 스노보드를 신었다. 훈련하면서 의족을 착용한 오른쪽 무릎이 돌아가는 아픔도 있었지만, 대체할 수 있는 훈련방법을 찾아내며 집중했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의 날씨도 넘어야 할 숙제였다. 지난해만 해도 눈을 찾아 네 개 나라를 돌아 다녔다. 더 많은 시간 눈 위에서 코스 적응을 하고 싶지만, 훈련 여건이 녹록치 않기에 따뜻한 계절의 국내 일정은 체력 훈련으로 진행하고 있다.

그는 “세계적인 선수들과 함께 경기를 해보면 실력도 실력이지만, 대회를 준비하는 마음가짐이 다르더라. 경기 전 차분하고 냉정하게 출발선에 나서는 선수들을 보면서 배울 점이 많았다.”며 “탄탄한 근육과 체력을 가진 외국 선수들의 모습에서도 눈 위에서의 기술 뿐 아니라 여러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가 원하는 만큼 속도감을 즐길 수 있다는 매력에 빠져 시작했던 스노보드는 이제 나의 도전이 됐다.”며 “스노보드를 타면서 평창은 나의 꿈이었고,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대회인 만큼 좋은 성적도 내고 싶다.”고 다짐을 되새겼다.

한편 경기가 진행되던 지난 13일, 박항승 선수의 아내 권씨의 응원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그의 출발 신호가 들리자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 권씨는 “자신의 선택을 잘 해내가고 있는 남편이 장하고, 그것을 잘 기다리고 있는 나도 장하다.”며 “내 남편은 ‘악’으로 ‘깡’으로 끝까지 해내는 사람.”이라고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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