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복지사협회를 새롭게 이끌어 갈 오승환 호가 출항했다.

지난달 23일 치러진 한사협 선거에서 기호 1번 오승환 후보가 조승철, 김진학, 이호경 후보를 물리치고 20대 한사협 회장으로 당선돼 3월 1일부터 임기를 시작했다.

한사협은 최근 3년간 그 어느때보다 격심한 내우외환을 겪으며 대외 이미지는 바닥수준까지 추락했다. 이때문에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는 열망이 그 어느때보다 강했던 선거였고, 그 열망은 처음으로 유권자 중심의 ‘권리찾기 운동’을 낳기도 했다.

정작 선거판의 흐름은 예전 그대로였다.

짧은 기간동안 전국의 유권자를 상대로 해야하는 한사협 선거 구조상  유명세가 없거나 지역 조직이 약한 이들은 명함조차 내밀 수 없다보니 ‘인물’과 ‘관계’, ‘조직’이 동원됐고,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일반 유권자들은 이해관계에 따라 흔들릴 수 밖에 없었다.

유권자가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만한 정보 유통도 이뤄지지 않았다.

‘권리찾기 운동’은 당선 후 반드시 실천하겠다는 약속과 후보자의 살아온 여정, 세부공약사항 등을 담은 유인물을 제작하고 인터뷰와 공청회 등을 통해 유권자의 판단기준을 제시하려고 했으나 한사협 중앙 선관위의 유권해석 등으로 인해 미완의 성공을 거뒀다.

유일하게나마 페이스북이 쌍방향으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었으나, 지지자 간의 갈등이 증폭돼 노출되는 구도가 돼버렸고, 후보자 중심의 정보라는 것이 작위적인데다 한정적이다 보니 ‘살아온 과정과 공약’보다 ‘사람과 주변인의 입’만 보게되는 상황을 또다시 초래하고 만 것이다.

‘소수를 위한 잔치’라는 오명을 씻기 힘들었을 한사협 선거에 ‘바람’이 분 것은 아이러니 하게도 한사협 중앙 선관위 때문이라는 의견이 압도적이다. 일부 지역사협 선거에 대한 무효처리 결정이 중앙 협회장 선거에 관심없던 유권자를 대거 선거판으로 끌어들였다는 분석이다. 또 온라인 투표제가 도입되면서 기존의 조직표가 힘을 잃기 시작했다. 특정 지역에서 얼마의 표심이 작용했는지 체크할 수 없는 온라인 투표 방식은 기존 조직중심의 선거운동에 안녕을 고하는 일대 전환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여러 불안요소를 안고 출발한 것 치고는 첫단추를 잘 꿴듯 하다.

우선 ‘불통의 상징’이던 한사협 홈페이지에 협회동정을 전하기 시작한 점이 눈길을 끈다. 여전히 구체적인 내용이 빠져있는 것은 아쉽지만, 회장의 치적사항을 올리는 창구쯤으로나 사용되던 데에서 탈피, 협회의 활동상황을 전달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의미있는 변화다.

또  지난 8일 구성된 인수위원회에 대한 소식을 전하면서 인수위원을 소개하고, 회원들을 대상으로 정책제안을 요청하는 설문을 진행하는 모습이라던지, 대선관련 사회복지사 공약과 관련한 의견을 온라인으로 들으려고 하는 시도 등에서 회원들과 함께하겠다는 의지도 감지할 수 있다.

허나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당장 오는 5월로 예정된 벚꽃 대선을 앞두고 사회복지계의 목소리를 취합해 전달하고, 관철시켜야 하는 막대한 책임을 안고 있다. 중앙 선거까지 여파를 미치게 했던 지방사협 선거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으며, 오랜기간 내홍을 겪어온 한사협 조직 정비를 어떻게 마무리 하느냐도 초미의 관심이다.

선거과정에서 큰 힘을 발휘했던 SNS를 통한 소통을 이어갈지도 관심거리다.

대다수 회원들이 한사협 소식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공간은 한사협 홈페이지와 소셜워커지, 페이스북 페이지에 불과하다.

회원들이 협회에 대한 관심이 멀어지게 된 이유는 여러가지를 꼽을 수 있지만 한사협이 어떤 고민을 하고 있으며, 어떻게 일을 추진해가는지에 대해 전혀 알수 없기 때문임도 크다.

어렵고 불편한 존재였던 회장과 터놓고 이야기 나누는 회원이 늘어나고, 현안을 놓고 함께 머리맞대는 자리가 많아지면 질수록 협회에 대한 관심은 높아질 수 밖에 없으며, 이를 위한 공간과 비용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SNS의 활용임에도 불구하고 전임들은 구호에만 그쳤기에 오 회장의 소통방식에 대해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다.

또 오 회장이 전체 유권자 중 절반에 가까운, 2천 여 표차의 압승을 거두며 당선됐지만 한사협 회원 전체로 봤을땐 소수의 지지에 불과하다. 벌써부터 ‘인의 장막’에 대한 우려도 들려온다. 이 때문에 ‘당선 공신’이나 기존 기득권 중심에서 벗어나 누구와, 어떻게 소통하면서 현안을 풀어갈지에 따라  오승환 호의 성패가 갈릴 것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이제 보름,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지금은 의구심과 비판의 칼날을 내비치기 보다 응원과 격려가 필요한 시기다.

오승환 회장이 위기의 한사협을 회생시키는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 많은 이들이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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