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행동, 대선 후보들에게 대선 공약으로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약속 촉구

▲ 사회·노동·인권·시민단체가 부양의무자기준 폐지행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회·노동·인권·시민단체가 부양의무자기준 폐지행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지난 2013년 12월, 부산의 기초생활소급자인 한 아버지는 딸이 취업한 뒤 수급탈락 소식을 듣고 자살했다.

신부전증환자였던 그는 이혼한 뒤 요양병원에서 홀로 지냈는데, 병원비가 한 달 100만 원이 넘었다.

하지만 이제 막 취업한 딸에게 병원비는 너무 큰 부담이었고, 딸에게 짐이 되길 거부했던 아버지는 결국 세상을 떠났다.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매년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 함께 살지도 않는 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소득이 있다는 이유로 수급에서 탈락한 사람만 3만7,999명이다. (2013~2015년 기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양승조 의원실 제공)

이처럼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을 못 받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빈곤 계층은 지난 2011년 기준 117만여 명으로 집계됐다.

이에 부양의무자기준 폐지행동(이하 폐지행동)은 17일 오전 10시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후보자들에게 대선 공약으로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약속해달라고 촉구했다.

“가난을 대물림하는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가 답이다”

▲ (왼쪽부터)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최종진 위원장직직무대행, 빈민해방실천연대 김영표 위원장, 주거권네트워크 유영우 운영위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김재왕 소수자인권위원장
▲ (왼쪽부터)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최종진 위원장직직무대행, 빈민해방실천연대 김영표 위원장, 주거권네트워크 유영우 운영위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김재왕 소수자인권위원장

폐지행동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가난을 대물림하는 부양의무자 기준은 적폐라며 기초생활보장법에서 부양의무조항을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폐지행동에 따르면 수급가구에서 자란 청년들은 사회에 나와 취업을 하자마자 부양의무자가 되는데, 비정규직이나 계약직으로 일하면서 빚을 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소득이 한 달 160만 원 이상이면 부양의무자가 되고, 수급권자는 기초생활 수급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빈곤 가정의 생존권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실정이다.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최종진 위원장직무대행은 “대한민국에서 비정규직은 자기 한 몸 건사하기도 쉽지 않은데, 어떻게 국가가 나서서 이들에게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라고 하는가. 이는 국가의 책무를 회피하고, 국민에게 대책 없이 책임을 전가하는 몰상식한 정책.”이라며 “가난은 한 개인의 책임이 아니다. 국가는 노동소득을 증대하고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해 사회를 정상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 부양의무제 빈곤의 감옥을 형상화한 손팻말을 들고 있는 이형숙 공동대표.
▲ 부양의무제 빈곤의 감옥을 형상화한 손팻말을 들고 있는 이형숙 공동대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김재왕 소수자인권위원장은 “부양의무자 기준이 1촌 직계혈족과 그 배우자로 완화되고, 소득 기준도 많이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복지사각지대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의료급여나 생활비가 감당이 안 돼서 자살하는 사람들이 매년 나오고 있는 것이 그 증거.”라며 “부양의무자 기준이 없었으면 송파세모녀 사건도 막을 수 있었다. 부양의무자 기준은 완화가 아니라 폐지가 답이다. 현재 국회에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가난해서 본인 생계도 어려운데 부모까지 돌봐야 하는 가난의 대물림을 끊으려면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빈민연합 유의선 집행위원장은 “부양의무자로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어떻게 부양의무자를 포기할 수 있는지 묻는 글이 많다. 부양의무자 기준은 사실상 빈곤층을 더욱 빈곤하게 만들고 최소한의 복지에서도 배재하는 정책.”이라며 “유력 대선 주자가 일자리는 복지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자리는 일자리고 복지는 복지다. 헌법 34조에 인간의 존엄성은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헌법을 수호하고자 하는 노력이 이번 대선의 핵심인 만큼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공약에 넣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폐지행동은 지난 3월부터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요구하는 엽서쓰기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엽서는 대선 후보들에게 직접 전달할 계획이며, 사회 각계각층의 지지를 위한 서명운동도 꾸준히 진행할 예정이다.

▲ 사회·노동·인권·시민단체가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요구하는 엽서를 대선 후보들에게 보내고 있다.
▲ 사회·노동·인권·시민단체가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요구하는 엽서를 대선 후보들에게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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