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과 이웃을 연결하고,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우리동네 방송국’

“노래듣고 오늘 방송 마칩니다. 오늘은 내 인생의 새로운 시작입니다”

“오늘 녹음 잘 됐나요? 빨리 편집해서 올려 주세요”

인천서구노인복지관 1층에 인테리어업에 종사하는 주민의 재능나눔으로 마련된 작은 방송실에서 공동체라디오 서구FM 방송녹음이 한창이다. 검정색 방음벽에 컴퓨터 2대, 녹음 믹서기, 마이크 등이 마련된 방송실이 동네 사람들의 소통공간으로써 바삐 돌아가고 있다.

인천서구시설관리공단(이사장 윤지상) 서구노인복지관과 서구 민중의집이 함께 만드는 ‘동네 사람들이 만들고, 듣는 공동체라디오 서구FM’이 마을공동체 복원의 작은 밀알이 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공동체라디오란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개인과 이웃을 연결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 주민 주체적 미디어로 지난 2004년 소출력라디오 시범사업 도입을 시작으로 2009년 마포FM을 비롯한 7개 공동체라디오가 정규사업자로 선정되는 등 지원정책이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는 기존 주파수를 가지고 있는 소출력 공동체라디오 외 직접 주파수 없이 서울의 동작FM, 용산FM, 구로FM 등이 팟캐스트 방송을 만들어 온라인 송출하는 방식으로 공동체라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지만 공동체라디오 서구FM도 지역 주민들이 직접 팟캐스트로 방송을 만들어 지역의 소소한 이웃들의 이야기를 나누는 매체로서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

지난 2015년 개국한 공동체라디오 서구FM은 10명의 지역주민들에게 라디오 만들기 교육을 진행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30여명의 주민들이 교육을 수료하고 그 중 15명의 주민 활동가들이 방송 만들기에 참여하고 있다.

▲ 서구FM 주민 활동가들이 모여 방송을 녹음하고 있다.ⓒ 서구노인복지관
▲ 서구FM 주민 활동가들이 모여 방송을 녹음하고 있다.ⓒ 서구노인복지관

특히 지난해에는 마을공동체 향상과 노인세대의 미디어를 활용한 사회참여활동 기회제공이라는 취지를 인정받아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사업으로 선정되어 예산을 지원받기도 했다.

스마트폰으로 팟빵앱과 아이튠즈에서 서구FM을 검색해 듣거나 PC로 팟빵 홈페이지를 통해 들을 수 있는 서구FM에는 유명 연예인이 방송하지 않는다.

주류 언론에서 전하는 내용은 당연히 없다. ‘누구나’ 방송의 주인이 되고, ‘동네사람들’이 주인공이 되는, 오롯이 가까운 이웃의 이야기를 주민DJ들이 전하는 ‘동네방송’을 지향한다.

현재 공동체라디오 서구FM에는 71세 조혜숙씨가 진행하는 실버방송 ‘아름다운 기차, 기관사 조혜숙입니다.’, 지역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 꽃을 피우고, 맛있는 음식점도 소개하는 검암동 날라리 감성주부 ‘리즈의 만나요, 맛나요!’ 등 팟캐스트 방송들이 다양한 세대의 서구 주민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

▲ 조혜숙씨가 '아름다운 기차 기관사, 조혜숙입니다.' 방송을 녹음하고 있다.ⓒ 서구노인복지관
▲ 조혜숙씨가 '아름다운 기차 기관사, 조혜숙입니다.' 방송을 녹음하고 있다.ⓒ 서구노인복지관

실버방송의 진행을 맡고 있는 조혜숙(71.여)씨는 ‘어느덧 16회 방송까지 내보냈다’고 자랑스러워하며 “젊은 친구들과 방송 만들기 공부를 함께할 수 있어 너무 좋고, 딸 같은 친구들이 목소리도 좋고 잘 할테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열심히 방송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이한 점은 서구FM에는 PD와 작가가 따로 없다는 것이다. 방송을 진행하는 주민 활동가들이 방송을 기획하고 대본을 쓰며, 출연 섭외까지 맡는 1인 다역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힘들 것도 같지만 ‘리즈의 만나요, 맛나요!’ 진행자 정은선(46.여)씨는 “격주로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데 2주 동안 대본을 쓰고, 초대손님을 모시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기획부터 진행까지 내 몫이라고 생각하니 더욱 책임감을 느끼게된다.” 며 “계속해서 방송을 이어나가고 싶은 것이 바람이고 최근에는 내 방송의 시즌2를 어떻게 꾸며나갈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 활동가들이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방송하고 있지만 아쉬움도 있을터. 정씨는 “아무래도 서구FM이 많이 알려지지 않고, 유명 연예인들이 진행하는 방송이 아니다 보니 청취자의 수가 많지 않다.”며 아쉬워했다.

실제로 서구FM 방송들의 청취수를 보면 많게는 300건에서 적게는 100건 정도로 많은 편은 아니다. 그래서 서구FM을 더욱 널리 알릴 수 있도록 여러 지역주민 커퓨니티 카페와 블로그 그리고 개인 메신저와 SNS를 활용해 방송이 업데이트 되는대로 공유하고 있다.

▲ 지난해 5월 서구노인복지관 앞마당에서 공동체라디오 서구FM 공개방송이 열리고 있다.ⓒ서구노인복지관
▲ 지난해 5월 서구노인복지관 앞마당에서 공동체라디오 서구FM 공개방송이 열리고 있다.ⓒ서구노인복지관

또한, 지난해 5월 서구노인복지관 앞마당에서 마을축제를 겸한 공개방송을 개최했다. 주민들의 재능 나눔 축하공연, 먹거리 나눔, 서구FM 주민 활동가들이 진행하는 특집방송 등으로 꾸며져 친숙한 ‘동네 방송’으로 다가가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이 라디오 방송을 만드는 것이 어떻게 마을공동체에 영향을 미치는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사실.

이에 서구FM의 간사역할을 맡고 있는 서구노인복지관 박성후 팀장은 “마을을 우리는 지역적인 공간으로만 이해하는데 마을의 또 다른 의미는 이웃들과의 활동이라는 뜻도 있다.” 며 “공동체라디오로 나의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고 내 주변에 이러저러한 생각을 가진 이웃도 있구나 알 수 있으며 주민이 방송실에 모여 토론하고, 수다를 즐길 수 있는 창구가 될 수 있다면 그 역할을 다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동체라디오 서구FM에서 누구에게나 있는 표현의 욕구를 충족하고, 학창시절 방송반의 추억을 생각하거나 라디오의 DJ를 꿈꿨던 못 이룬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반찬 하나라도 함께 나누어 먹고, 이웃의 좋은 일에는 축하해주며 사람이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느끼던 옛 시절의 따뜻함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이를 우리는 공동체라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공동체는 이웃에 대한 관심과 인사가 그 시작이다. 공동체라디오 서구FM은 팟캐스트라는 미디어를 통해 이웃에게, 주변사람들에게 수줍은 인사를 건네고 있다.

저작권자 © 웰페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