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0공투단, 3대 적폐로 사망한 이들을 위한 합동추모분향소 운영

광화문 광장 해치마당 앞에 309개의 얼굴 없는 영정이 놓여있다. 왜, 어떻게 죽었는지 알 수 없는 영정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대구시립희망원 시설 거주인이다.

대구시립희망원(이하 희망원)에서는 지난 6년 8개월 동안 309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시설 관리인은 사망은폐와 조작 감금‧폭행, 갈취‧노동착취, 수십억대의 횡령 등 각종 인권침해와 비리 횡령의 당사자였다.

그러나 지난해 한 방송국을 통해 희망원의 각종 만행이 전해지고, 이후 계속해서 비리가 밝혀졌음에도 대구시와 천주교재단, 정부는 제대로된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은 15일 광화문 광장에서 희망원 사망자 추모 주간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은 15일 광화문 광장에서 희망원 사망자 추모 주간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에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을 포함한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은 15일 광화문 광장에서 희망원 사망자 추모 주간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이 함께 살기 위해 폐지해야 할 3대 적폐 집중 선전전을 시작했다.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420공투단)은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자 기준 ▲시설 수용 정책 등을 3대 적폐로 규정하며, 특히 이날은 시설 내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 비리 등을 규탄하며 탈시설-자립생활 정책을 강하게 주장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문애린 활동가는 “시설에서 사람들이 죽고 있다. 그것이 그 사람들의 잘못인가.”라며 “사람들이 죽는 것은 가난 혹은 장애 등 그 사람들의 잘못이 아니라 국가가 만들어 놓은 제도 때문이다. 그래서 이 악법을 바꾸고자 우리는 농성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더이상 나의 동료가, 가족이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시설에 갇혔다는 이유로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 장애인들이 시설 등 사회 구석진 곳이 아니라 지역에서 함께 어울리면서 살아갈 수 있길 바란다. 새로운 정부는 3대 악법을 꼭 없애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 광화문 광장 해치마당에 놓인 얼굴도, 이름도 알 수 없는 309명의 영정.
▲ 광화문 광장 해치마당에 놓인 얼굴도, 이름도 알 수 없는 309명의 영정.

특히 장애계는 사람들이 시설에서 거주할 수 밖에 없는 이유로 3대 적폐 중 하나인 부양의무자 기준을 꼽았다.

빈곤사회연대 윤애숙 활동가는 “309명의 사람들이 지난 몇 년 사이에 죽임을 당했다. 대형 장애인 수용시설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라며 “장애인은 누군가에게 ‘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시설에 맡기는 것이다. 가난과 장애를 개인의 책임으로 몰아가기 때문에 그들이 시설을 택하는 것이다.”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어 “그렇다면 사람들이 가난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파서, 일을 못해서, 장애가 있어서 등 가난한 이유는 정말 다양하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들을 책임지는 제도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딱 하나다. 그러나 이마저도 ‘부양의무자 기준’ 등으로 국가는 가족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이로 인해 가난 때문에 죽음을 택하거나 죽임을 당하는 사건 등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가족에게 가난한 사람에 대한 책임을 지는 제도, 이제는 죽음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주장했다.

아울러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조아라 활동가는 “국가가 장애인을 책임지기 위해 만든 것이 고작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자 기준, 수요시설이다. 시설에 가면 잘 살수 있을 거라고 말하지만, 시설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이 셀 수 없이 많아졌다. 국가는 그저 사건이라고 치부하지만, 이제는 잘못된 복지제도로 인해 발생한 국가 참사라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420공투단은 15일을 시작으로 오는 17일, 20일 광화문 해치마당 경사로에서 오후 1시~10시까지 3대 적폐로 인해 사망한 이들을 위한 합동추모분양소를 운영할 예정이다.

  ▲ 광화문 광장 해치마당에 대구시립희망원에서 사망한 309명의 시설거주인 합동분향소가 차려졌다.  
▲ 광화문 광장 해치마당에 대구시립희망원에서 사망한 309명의 시설거주인 합동분향소가 차려졌다.
  ▲ 장애계는 장애등급제‧부양의무자 기준‧시설 수용 정책 3대 적폐로 선포하고, 이를 청산하기 위한 본격 선전전을 펼칠 예정이다.  
▲ 420공투단은 장애등급제‧부양의무자 기준‧시설 수용 정책 3대 적폐로 선포하고, 이를 청산하기 위한 본격 선전전을 펼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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