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나서서 공적 서비스 제공해야” 주장에 복지부는 ‘예산은 기재부 담당’이라며 회피

▲ 한국장애인복지관협회가 지난 17일 ‘장애인복지지출 재정 확대와 중증장애인 자립지원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장애인복지 발전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 한국장애인복지관협회가 지난 17일 ‘장애인복지지출 재정 확대와 중증장애인 자립지원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장애인복지 발전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제19대 대선을 앞두고 모든 대선후보가 앞다퉈 장애인복지 예산 확충과 다양한 복지 정책 시행을 약속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정권을 떠올리며 각 후보가 선거를 앞두고 내놓는 장밋빛 공약에 그치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실제로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 예산은 지난 2007년 장애인활동지원법 제정 이후 꾸준히 증가했지만, 2013년 이후에는 증가 경향이 크게 줄어들어 2015년 이후에는 증가율이 한 자리 숫자에 그치고 있다.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에 대한 국고보조금 역시 지난 2013~2015년간 거의 오르지 않았고,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기금에서 고용장려금의 지출도 전년 대비 2.8% 증가에 그쳤다.

이에 한국장애인복지관협회는 지난 17일 오후 2시 백범김구기념관 대회의실에서 ‘장애인복지지출 재정 확대와 중증장애인 자립지원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장애인복지 발전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 앞서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안진환 상임대표는 “장애인복지 정책에 있어 공적 자원의 정의로운 분배가 가장 중요하다. 모든 대선 후보들은 이에 대한 장기적인 방향과 세부적인 계획을 분명하게 제시해야 한다.”며 “장애인복지 발전의 기본 뼈대를 다시 세우기 위한 정치권의 응답을 요청한다. 우리 장애계는 이러한 요구에 응답하는 후보를 찍겠다.”고 대안 마련을 촉구했다.

“사회서비스공단 설립과 임금보조제도 도입으로 장애인복지 서비스 높이자!”

▲ 인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이선우 교수
▲ 인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이선우 교수

이날 토론회는 장애인복지 재정 마련을 위한 다양한 방안과 중증장애인의 자립지원을 도모하는 방안 등이 논의됐다.

주제 발제를 진행한 인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이선우 교수는 박근혜 정권의 ‘증세 없는 복지’가 허구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예산과 지원 변화를 통해 살펴보고, 활동지원서비스와 장애인 직업재활제도의 현황과 문제, 대안 등을 제시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활동지원서비스는 지난해 기준으로 수급자 6만5,000명, 지원인력 5만4,000명, 제공기관 920여 개소였지만, 4~6등급을 받은 장애인들은 신청조차 못 하고 있다.

또한, 활동지원서비스는 ▲활동 욕구가 아니라 보호 욕구를 기준으로 작성되는 인정조사표 ▲최중증 장애인에 대한 미흡한 급여 지급과 부정수급 ▲노인장기요양 등 유사 돌봄서비스의 단가에 비해 크게 낮은 수가와 수가 차등화 ▲활동지원기관 운영비와 유급휴일·휴가 부족 ▲높은 이직률과 계약직으로 인한 낮은 품질과 서비스 등 문제가 많다.

직업재활시설 역시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시설 내 근로자 임금 △지자체의 지원 부족 △관리운영비 부족으로 인한 사업 운영 차질 등 근로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문제가 많은 상황이다.

이 교수는 “활동지원서비스는 정부가 해야 할 일인데, 민간에 위탁해서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 민간에 위탁하게 되면 수익을 보장해야 하고, 부정수급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활동지원서비스의 품질을 높이고 수가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사회서비스공단’을 설립해 정부가 직접 활동지원인력을 채용하고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회서비스공단을 통해 ▲장애 특성과 개인 욕구를 반영한 새로운 인정조사표와 다양한 서비스 급여 개발 ▲활동지원서비스 수가 인상 ▲바우처를 이용한 보조금 지원 ▲상시근로자 채용으로 일부 인력의 정규직화 등을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직업재활시설의 낮은 임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임금보조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최저임금과 실제 임금의 차액을 임금보조로 지급할 수 있다.”며 “이와 함께 △직업능력·근로평가 개발 △직업재활시설의 규모화 △전국 보호작업장·근로사업장을 공기업 소속 사업장으로 전환해 통합예산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박근혜 정부 들어 국가 재정의 적자 증가로 인해 사회·장애인복지 관련 예산의 증가 속도가 크게 낮아졌고, 앞으로도 증가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의 지난해 국가채무가 총 627조 원이며,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8.3%에 달하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의 장애인복지 지출은 여전히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지만, 현재 국가 재정에서 사회 복지 지출은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러 국민의 합의를 통해 새로운 재원을 마련해야만 하는 상황에 부닥쳤다. 앞으로 장애계는 장애인복지 예산의 증가보다 예산 증가에 대한 국민의 동의를 어떻게 끌어낼 것인가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 보건복지부 장애인자립기반과 임동민 사무관(왼쪽)과 장애인서비스과 김은희 사무관
▲ 보건복지부 장애인자립기반과 임동민 사무관(왼쪽)과 장애인서비스과 김은희 사무관

복지부, 기재부에 장애인복지 예산 책임 떠넘기는 태도 보여

한편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정책의 일관성 부족과 예산 집행 과정에서 장애인 당사자의 소외와 활동지원서비스 수가 문제 등에 대해 공감하지만,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와 복지부의 유사 중복사업 문제로 인해 예산이 한정될 수밖에 없으며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의 입김에 의해 예산이 좌우되는 현실을 이해해달라고 말해 토론회 참가자들의 시각과 큰 온도 차를 보였다.

복지부 장애인자립기반과 임동민 사무관은 “활동지원제도 개선과 직업재활시설 종사자 처우 문제와 관리운영비 현실화 등 부처 간 연계와 협업이 필요한 부분이 많다.”며 “단기적인 지원이나 제도 변경보다 중·장기적인 방향을 설정하고, 현장과 함께 고민하고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임 사무관은 “한정된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면 필요한 곳에 필요한 재원을 제공하는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며 “단순한 수치로만 장애인복지 관련 예산이 감소했다고 평가 절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복지부 장애인서비스과 김은희 사무관은 활동보조서비스 단가와 장애인복지 예산 문제에 대해 기재부에 책임을 떠넘기는 태도를 보였다.

김 사무관은 “기재부는 활동지원서비스에 대해 이용자 본인 부담금이 너무 낮고, 활동지원센터가 불필요하며, 활동보조인은 노동자가 아닌데 왜 수가를 받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기재부에 활동보조서비스를 이용하는 당사자들의 열악한 환경과 활동지원센터의 낮은 운영비, 최저시급도 안 되는 수가 등을 꾸준히 설명했지만 설득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활동지원서비스가 도입된 지 10년이 지나 현실에 맞지 않는 측면이 많다. 이를 바꾸려면 기재부의 입장을 제대로 파악해서 어떻게 제도 개선과 정책 도입을 요청할지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이번 대선을 통해 정치 변화를 위한 흐름이 생긴다면 장애계의 요구가 수용될 수 있다. 장애계는 중요한 사안을 현명하게 선택해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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