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피해자 긴급구제, 피진정인 검찰 고발·권고 조치 등 결정

지적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인권침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시설에서 살고 있는 장애인이 학대 당하는 것을 방치하고, 부실한 급식을 제공해 건강권을 침해하는 한편, 지역에서 살고 있는 장애인에게 ‘숙식을 제공한다’는 핑계로 부당하게 노동을 시키고, 금전을 갈취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피해자를 긴급구제를 하고, 관련된 사람들을 고발하는 등 권리 구제 조치를 취했다.

금전·노동 착취 당한 지적장애인 긴급구제… “인지적 장애 특성을 부당하게 이용한 차별”

지난 18일 인권위는 지적 장애인이 강원도에 살고 있는 한 부부의 집 행랑채에서 정당한 임금 보상 없이 10여 년 동안 농사일을 하며 피진정인들로부터 폭행을 당해온 사건을 전했다.

인권위에 사건을 진정한 진정인 ㄱ 씨는 피진정인 부부가 살고 있는 동네 주민으로, 지난해 12월 마을회관에 갔다가 지적장애인 ㄴ 씨가 피진정인 부부에게 구타를 당해 몸에 멍이 들었다는 말을 듣고 진정을 제기했다.

ㄱ 씨는 “당시 피해자 ㄴ 씨가 옷을 벗어 맞은 곳을 보여주고 피진정인이 때려서 그렇게 됐다는 말을 했다. 뿐만 아니라 이들 부부가 3년 전에 지게 작대기로 피해자 ㄱ씨를 때리는 것을 직접 본적도 있다.”고 이야기 했다.

피해자 ㄱ 씨는 “피진정인 집에 살면서 농사일을 했지만, 돈을 주지 않았다. 이들은 나에게 소 두 마리를 주겠다고 했지만, 그또한 주지 않았다. 내 통장, 도장, 카드, 주민등록증은 피진정인 부부가 갖고 있었고, 통장잔고가 얼마인지는 잘 모른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피진정인 부부는 “ㄱ 씨에게 ‘노인정에 가서 술을 얻어 먹냐’며 귓방망이 혹은 등을 한 대 친 적은 있을 뿐 그 외의 폭행은 없었다. 또한 피해자가 집안일을 거들어 주기는 했으나 인건비를 줄 정도는 아닌데다 몸이 불편해 일을 잘 하지 못했다. 가령, 우리는 소에게 여물을 주는데 10분 정도 걸리는데 ㄱ 씨는 30분이 걸렸다. 논농사도 ㄱ 씨는 논에 들어가면 허우적거리며 제대로 일을 하지 못했다. ㄱ 씨에게 일한 대가로 소 두 마리를 준다고 한적이 있으나, ㄱ 씨 병원비 등을 지출한 것이 있어 소를 주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양 측 진술을 토대로 인권위가 조사를 진행한 결과, 피진정인 부부는 피해자 명의의 기초생활수급비 수급통장을 개설하면서 피해자 명의의 통장을 한개 더 개설했다.

피진정인들은 ㄱ 씨의 통장·직불카드·장애인 신분증 등을 관리하면서 피해자 동의 없이 지난 2013년 4월~2017년 1월까지 직불카드로 총 475회에 걸쳐 약 1,700만 원을 사용했다.

또한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피해자에게 논농사·밭농사·고추하우스 4동과 가축을 돌보는 일을 시켰으며, 피해자가 노인정에서 술을 마셨다는 이유로 때리기까지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피진정인이 ㄱ 씨에게 숙식을 제공하고 병원 치료 등에 도움을 줬다는 명분으로 피해자의 금전·노동을 착취하고, 폭행 등을 한 행위가 묵인되거나 정당화 될 수 없다고 판단해 유사한 사례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장애인복지법, 근로기준법 등을 위반한 혐의로 검찰총장에게 피진정인을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장애인의 통장을 제3자가 관리하고 있는 상황(거주시설 및 직계존비속 관리 제외)에 대한 실태를 파악해 문제점이 있는 경우 대책을 마련할 것과 사건발생 지역의 지방자치단체장에게 관내 유사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할 것을 권고했다.

아울러 ㄱ 씨의 체불임금과 금전 착취 등 경제 피해에 대한 구제를 위해 대한변호사협회 법률구조재단 이사장에게 법률구조를 요청했다.

“장애인 학대방조·급식 부실은 시설의 의무소홀이자 이용인 기본권 침해”

서울시 노원구에 위치한 장애인거주시설에서도 관리인들이 거주인 사이 학대를 방치하고 명확하지 않은 의료 진단으로 음식물 섭취를 제한한 사실이 전해졌다.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한 장애인거주시설의 한 생활교사는 “재활원장 등 종사자들이 지적장애인 A 씨에게 B 씨의 목욕·휠체어 밀기·소변통 버리기·청소·빨래 등의 생활지원과 신변보조를 시켰다. B 씨가 A 씨를 수시로 호통을 치며 뺨을 때리는 등 학대를 하는 것을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A 씨가 아토피 증상이 있다는 이유로 육류·유제품 등을 제한하면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반찬 등 적절한 급식도 제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피해자 A 씨 역시 조사과정에서 “B 씨가 혼을 내고 때리기도 했으며 머리를 잡아당기기도 했다. B 씨와 떨어져 혼자 편하게 살고 싶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피진정인들은 “A 씨와 B 씨는 15년 이상 함께 같은 방에서 생활하면서 애착관계가 형성돼 서로 소소한 도움을 주고받은 사이였고, 분리를 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천천히 해야 한다고 봤다.”며 “A 씨가 아토피성 피부질환이 있어 피부과와 이비인후과 진료를 통해 약물치료를 하고, 습도유지와 보습관리를 했고, 돼지고기와 밀가루를 제한하는 대신 소고기, 생선, 유기농 식품을 제공하도록 권장했다.”고 주장했다.

진술을 바탕으로 인권위가 조사한 결과 B 씨는 A 씨와 공동생활을 하면서, 방청소, 손세탁, 일상생활을 지원했고, B 씨는 스스로 피해자에 대해 언니, 보호자 등에 위치에 있다는 인식아래 A 씨의 잘못을 지적하는 등 훈계와 지시를 했다.

또한 피진정인들은 A 씨가 알레르기성 피부염 증상이 보인다며 A 씨에게 급식에서 돼지고기, 튀김 등의 반찬을 먹지 않도록 했으나 대체 반찬을 제공하지 않았고, 피해자의 개인금전에서 영양보충제와 양배추즙 등을 구입해 먹도록 했다.

하지만 지난 1월 정밀검사 결과 A 씨의 피부질환은 음식물이 아닌 집먼지진드기에 의한것이었다. 명확하지 않은 소견으로 A 씨의 음식 섭취를 제한한 것이다. 이에 A 씨는 지난해 건강검진에서 신장 138cm, 체중 35kg으로 유지관리가 필요한 저체중 상태라는 소견을 받았다.

인권위는 “거주·요양, 생활지원 등을 위해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들의 인권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각기 다른 장애가 있는 A 씨와 B 씨를 같은 방에서 생활하도록 하면서 공동생활 과정을 면밀히 살피지 않아 A 씨가 B 씨에게 수 년 동안 수동적으로 길들여져 생활 지원을 하게끔 방치했다. 이는 피진정인들이 피해자를 비인간적 혹은 비하적 대우 등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도록 예방·보호해야 하는 의무를 소홀히 한 것으로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피해자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피진정인들은 피해자의 피부질환에 대해 상당 기간 동완 명확하지 않은 진단에 근거해 음식물을 제한하면서도 별도의 대용식을 제공하지 않고 개인금전에서 영양제 등을 구입해 섭취하도록 했다.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건강권 침해.”라고 전했다.

이에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조사 진행 중 피진정인들이 피해자를 B 씨와 분리조치하고, 피해자가 개별지원계획에 따라 진료 등 적절한 서비스를 받도록 사후 조치한 점을 감안해 피진정시설의 법인 대표이사 등에게 재활원장에 대한 주의조치를 권고했다.

재활원장에게는 생활환경 등이 달라진 피해자에 대해 안정적으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심리 지원·장애특성에 맞는 생활지원, 사례 관리 강화, 종사자들의 인식개선을 위한 직무교육 실시를 권고했다.

또한 관할구청장에게는 관내 장애인거주시설 내에서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지도·감독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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