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 장애등급제·부양의무자 기준·장애인수용시설 폐지 촉구

▲ 문 대통령이 장애등급제 폐지 약속을 직접 적은 손 팻말을 들고 참가자가 행진을 하고 있다.
▲ 문 대통령이 장애등급제 폐지 약속을 직접 적은 손 팻말을 들고 참가자가 행진을 하고 있다.

촛불의 힘으로 이끌어낸 장미 대선을 통해 당선된 제19대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들과 함께 새로운 사회를 위한 여정을 시작하게 됐다.

인간으로서 존중받아야할 권리를 외쳐온 장애계는 더욱 새로운 세상에 대한 갈망이 컸고▲장애등급제 폐지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장애인 수용시설 폐쇄를 외치며 장미 대선에 나선 각 당의 후보자들에게 한국 사회 적폐청산과 더불어 장애계의 세 가지 적폐청산을 요구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당시 후보로서 장애등급제 폐지와 부양의무자 기준의 단계적 폐지 등 장애인이 사회에서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지역사회를 만드는 데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공약 내용을 바탕으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는 12일, 문 대통령이 약속한 3대 적폐 청산 추진을 촉구하며 새롭게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 빵과 장미를 전하는 ‘인권과 평등을 위한 장애인들의 존엄한 행진’과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전장연은 세 가지 적폐 청산을 위해서 △장애등급제 폐지위한 구체화 된 실천 방법과 예산계획 마련 △부양의무자 기준 급여별 폐지 △시급한 장애인수용시설 폐지이행을 촉구했다.

장애인도 국민으로서 인정받는 ‘국가’

전장연은 장애등급제는 기자회견이 진행된 12일이 송국현 씨가 사망한지 3년이 되는 날이라고 설명하며 송 씨와 같은 비극이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반드시 장애등급제가 폐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최진영 소장은 “장애등급제를 이유로 당사자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받지 못해 하루하루 불안 속에서 살다가 사고로 죽어간 장애인이 있다.”며 “장애등급제 없이 필요한 서비스를 지원 받았다면 그는 지금도 지역사회에서 소소한 일상을 누리고 있을 것.”이라며 원통해했다.

이어 최 소장은 “문 대통령은 국민의 이야기를 더 가까운 곳에서 경청하고자 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옮기겠다고 말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언제나 예산 편성, 예산 삭감 영순위었던 장애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길 바란다. 장애인도 국민으로서 존중받는 정부를 운영해 달라.”고 말했다.

▲ 장애와 인권 발바닥 행동이 탈시설을 촉구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 장애와 인권 발바닥 행동이 탈시설을 촉구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당사자에 귀 기울이는 ‘탈시설 지원센터’ 돼야

지난 6년 8개월 동안 감금‧폭행, 갈취‧노동착취, 수십억대의 횡령에 더해 30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대구시립희망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명애 상임공동대표는 기자회견이 진행된 12일, 희망원의 운영 법인인 천주교대구대교구유지재단과 전원 사표 수리와 행정처리 완료에 관한 내용이 합의돼 사표수리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추위 속에서도 희망원 사건이 제대로 해결될 수 있도록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며 “문 대통령도 장애인수용시설이 얼마나 끔찍한 곳인지 충분히 알고 있을 것. 장애인수용시설이 폐지 될 때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의지를 전했다.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문혁 활동가는 “지난 노무현 정권은 대구시립희망원에 표창을 시상했다. 당시 노무현 정권과 함께 했던 문 대통령이 이에 대한 책임을 느껴주길 바란다.”고 의견을 밝혔다.

문 활동가는 “대구시립희망원 추모제를 진행하며 309명에 대한 어떤 이야기도 할 수 없었다. 시설에서의 삶은 한 개인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며 “한 사람도 빠짐없이 사회 속에서 관계를 맺고 함께 마음을 나누며 이야기를 만드는 나라가 돼야한다. 문 대통령이 우리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탈시설 지원을 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완전히 폐지돼야 할 ‘부양의무자 기준’

전장연은 부양의무자 기준의 단계적 폐지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빈곤사회연대 정성철 활동가는 “취약계층 우선 폐지, 탈시설 우선 폐지를 이야기 하고 있고 이를 노인 복지 공약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는 우리의 요구와 전혀 맞지 않다.”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활동가에 따르면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삶을 포기했고, 비극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하지만 여전히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정 활동가는 “당장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가 어렵다면, ▲2017년 주거급여 폐지 ▲2018년 의료급여 폐지 ▲2019년 생계급여 폐지해 임기 내 모두 폐지를 목표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이어 “가난한 사람들이 최소한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해 개인의 존엄을 지키는 사회 만들어 달라.”고 전했다.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공동행동 이형숙 공동집행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취임한지 이제 3일 째지만, 이번 행진을 진행 하면서 벌써 달라진 것을 느끼고 있다. 경찰에겐 방패가 없고 행진을 억지로 막지도 않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런 존엄한 행진과 더불어 문 대통령이 장애인 복지로 약속한 공약을 지켜줄 것이라고 믿는다.”며 이어 공약을 이행하면서 당사자들과 함께 논의가 진행될 때까지 행진을 계속하겠다고 의지를 전했다.

한편, 이날 전장연은 광화문에서 청운동사무소까지 행진을 진행했고 청운동사무소에서 열린 기자회견이 끝난 뒤, 청와대 민원비서관실 관계자가 나와 전장연이 전하는 편지와 빵, 장미를 전달받았다.

  ▲ 청와대 민원비서관실 관계자가 전장연이 전달한 편지와 빵, 장미를 전달받았다.  
▲ 청와대 민원비서관실 관계자가 전장연이 전달한 편지와 빵, 장미를 전달받았다.
  ▲ 전장연이 마련한 빵과 장미.  
▲ 전장연이 마련한 빵과 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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