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장애인 학대 사건에 또 집행유예를 선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

대구지방법원 상주지원은 지난 16일 지적장애 3급 판정을 받은 ㄱ 씨(54세)를 지난 2002년 12월~2016년 2월까지 약 15년 동안 월 10만원 남짓의 월급만 주면서 약 6만평 규모의 벼농사와 소 10마리 규모의 축사 일을 하도록 한 ㅇ 씨(65세)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법원의 판결에 따르면 ㅇ 씨가 ㄱ 씨에게 일을 시키고도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았기 때문에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을 위반했음을 인정하고, 시킨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팔아버리겠다’고 협박하거나 방송국의 취재에 응했다는 이유로 ‘여기서 제대로 살기 힘들 거다’고 협박한 사실을 들어 협박죄를 인정했다.

그러나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행위로서 죄질이 좋지 않아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판시 내용과는 달리 피고인이 혐의를 인정하고 있고, 미지급 임금 등을 피해자에게 보냈다는 점 등을 인정해 형의 집행을 유예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이하 연구소)는 이번 판결에 대해 지난 ‘신안 염전사건’과 마찬가지로 개인의 인간성을 말살한 반인륜적인 사건인데도 법원이 여전히 낮은 인권 인식을 가지고 있다며 비판했다.

연구소는 “문재인 대통령이 장애인 복지 정책으로 ‘장애인 학대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밝혔지만, 대통령 취임 뒤 내려진 장애인 학개 관련 첫 판결에서 법원은 여전히 관용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장애인 당사자·단체에게 큰 실망과 좌절을 안겨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장애인 학대에 대한 처벌규정을 두고 있는 ‘장애인복지법’,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며 “수사기관과 법원이 법에 무지한 것인지 법이 무용지물이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연구소에 따르면 판결의 내용뿐만 아니라 장애를 가진 이 사건의 피해자에 대한 지원과정에도 문제점이 많았다.

성폭력·아동학대 피해자와는 달리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학대 사건에서 당사자들은 국선변호사의 도움이나 진술조력인의 체계적인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ㄱ 씨 역시 수사와 재판 절차에서 변호사를 비롯한 조력인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했고, ㅇ 씨의 폭행과 협박 등을 호소했지만 장애로 인해 진술이 정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판결에 반영되지 못했다.

또한, ㄱ 씨의 피해 회복과 지역사회 정착을 위한 지원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사건 초기 인근 지역의 한 병원에서 ㄱ 씨를 돕겠다며 데려갔지만, 결국 적절한 지원이 이뤄지지 못한 채 지원을 포기했다.

최근에야 ㄱ 씨는 연구소가 운영하는 학대피해장애인지원센터(이하 센터)로 연계됐다.

센터 관계자는 “장애관련법이 전혀 적용되지 않았고 형량이 지나치게 낮았던 것도 문제지만, 피해자에게 사과는커녕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까지 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한 마디 말도 없이 임금을 통장으로 입금했다는 점을 반영해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을 보면 과연 비장애인 대상의 사건이었다면 이렇게 접근했을지 의문이 든다.”고 법원을 비판했다.

한편, 센터는 장애인 학대 사건의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과 지역사회의 완전한 자립을 지원하는 기관으로 ▲향후 피해자에 대한 변호사 선임 등 법률적 지원 ▲자립을 위한 훈련 ▲취업지원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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