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음식점·숙박시설 대상으로 편의시설 개선위한 사전 점검 진행

약 260여 일 앞으로 다가온 ‘2018 평창 동계 올림픽·패럴림픽’. 이번 대회에 방문하게 될 전 세계의 모든 관광객을 위해 평창·강릉의 민간 식당과 숙박시설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2018 평창 동계 올림픽·패럴림픽을 위해 지난 1월 11일, 관계 부처는 ‘무장애 관광도시 창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진행한 바 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민간시설의 접근성을 높이는 개선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지난 23~24일, 장애당사자와 함께 점검에 나섰다.

▲ 공사가 진행중인 보도, 유도블럭이 진입로에만 있을 뿐 계속해서 이어져 있지 않다.
▲ 공사가 진행중인 보도, 유도블럭이 진입로에만 있을 뿐 계속해서 이어져 있지 않다.

도로부터 시설물까지 시각장애인을 위한 ‘유도블록’은 ‘기본’

많은 사람들이 찾게 될 평창·강릉은 아직 민간시설 뿐 아니라 거리 역시 기본적인 접근성을 보장하는 편의시설이 갖춰지지 못했다는 평가다.

먼저 대부분의 식당과 숙박시설의 안과 밖에는 유도블록이 마련돼 있지 않았다. 찾아가는 것도 쉽지 않고, 방문해도 문턱과 창문에 부딪힐 위험이 존재하는 상황.

▲ 화장실의 작은 그림 안내 표시는 한눈에 구분하기가 어렵고, 점자 안내도 없다. 자동문에 있는 점자 표시는 '누름'이라고만 표기돼 있어 정보제공이 부족하다.
▲ 화장실의 작은 그림 안내 표시는 한눈에 구분하기가 어렵고, 점자 안내도 없다. 자동문에 있는 점자 표시는 '누름'이라고만 표기돼 있어 정보제공이 부족하다.

점검에 참여한 대한장애인골볼협회 김미정 사무국장은 “평창과 강릉은 대부분의 도보가 새로 만들어 지는 등 대회준비로 분주하지만, 새로 만들어지는 도보에 유도블록은 없다.”며 “유도·점자블록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접근성의 기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시설물의 점자 표시 역시 문제로 지적됐다.

공중 화장실의 위치를 안내하는 유도블록이 없는 것은 물론, 남·여를 구분하거나 시설물을 안내하는 점자 또는 그림 안내가 부족하다는 것. 그림 안내표시의 경우는 저시력인·노인을 위해 큰 그림으로 설치돼야 한다는 제언이다.

한 공중 화장실의 경우는 자동문 앞에 점자안내가 ‘누름’이라고만 표기돼 있을 뿐, 남·여 화장실 등 위치정보가 제공되지 않고 있어 ‘보여주기식’이라는 문제가 제기됐다.

김 사무국장은 시각장애인의 접근성을 보장하는 ‘기본’을 지키기 위해 민간 음식점과 숙박시설, 관광시설에 ▲유도·점자블록 ▲큰 그림안내 ▲점자·음성안내 마련을 최우선순위로 꼽았다.

잘못되고 ‘반쪽’ 뿐인 편의시설이용가능한 접근성 만드는 것이 우선

또한 접근성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턱 제거와 함께 올바른 편의시설 마련이 강조됐다.

명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정근 소장은 “대부분 건물이 장애인을 위한 설계가 돼 있지 않아 계단과 턱이 너무 많다.”며 “승강기가 있어도 승강기 앞에 계단이 있으니 진입 자체가 불가능한 곳 도 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특히 잘못된 편의시설이거나 반쪽짜리인 시설도 곳곳에서 발견됐다.

숙박업소들의 경우 1층 입구에 경사로가 마련된 곳이 많았지만, 객실로 들어서는 입구에는 대부분 단차가 존재했고 객실 내부 역시 방과 방이 이어지는 문턱이 있었다.

또한 편의시설이 임시방편으로 마련되면서 안전상의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강릉시의 한 숙박업소의 경우 지난해 강원 지역에서 열렸던 전국장애인체육대회를 위해 이동식 경사로를 마련했지만, 나무판자로 제작돼 있어 안전에 대한 고려도 충분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 (왼쪽부터) 공공시설의 화장실의 변기 옆에는 벽이 있어 진입이 쉽지 않고, 숙박시설의 손잡이는 벽에 고정돼 있어 이용이 어렵다.
▲ (왼쪽) 공공시설의 화장실의 변기 옆에는 벽이 있어 진입이 쉽지 않고, 숙박시설의 손잡이는 벽에 고정돼 있어 이용이 어렵다.

객실 화장실의 경우는 손잡이가 마련돼 있는 객실이 존재했지만 손잡이가 모두 벽에 고정돼 있어 혼자서 이용이 불가능한 상황.

이 소장은 “휠체어 이용자가 화장실을 이용할 때 몸의 방향이 변하지 않고 변기로 이동할 수 있어야 하지만, 변기 양옆에 손잡이가 고정돼 있으면 변기 앞에서 뒤를 돌아 이동해야 한다. 이는 활동보조인 없이는 이용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숙박시설 내 객실뿐만 아니라 대부분 식당과 관광시설의 화장실에 접이식 손잡이가 설치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민간시설에 경사로나 손잡이가 마련돼 있지만 모두 조금씩 부족하다. 당사자 입장에서 △단차 제거 △입구 앞 경사로 마련 △화장실 내 접이식 손잡이 설치 △넓은 통로 등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 어떤 장소에 가도 단차가 있어 이정근 소장은 이동이 어려웠다.
▲ 이정근 소장은 어떤 장소에 가도 단차가 있어 이동이 어려웠다.

“지속 가능한 접근성 개선에 노력할 것”

약 400개 민간 시설의 접근성 개선을 목표하고 있는 이번 사업을 통해 임시방편이 아닌 계속해서 이용가능 한 편의시설 마련이 될 수 있을까.

민간시설 접근성 개선 보조사업자인 새건축사협의회 박인수 부회장은 “단지 한순간을 위한 디자인을 하는 것이 아닌, 모두가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시설로 변하는 인식 계기가 되는 디자인을 만들겠다.”고 전했다.

이어 “점검을 통해 발견한 개선 사항들을 바탕으로 단순히 법적 기준에만 맞춘 편의시설 이 아닌, 장애인·노인·임산부 등 모든 사람들의 접근성 개선하는 데 노력겠다.”고 의지를 전했다.

문체부 체육협력관 전병국 국장은 “대회를 찾는 관광객의 불편함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접근성 개선 사업을 통해 민간시설도 모두가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시설로 변해야 한다는 인식 전환의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전하며 오는 11월 까지 이번 사업을 마무리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접근성 개선을 희망하는 사업체의 신청을 받은 뒤 전문가들의 심사를 통해 개선사업 대상시설을 추린다. 이후 각 사업체와 문체부가 개선비용을 함께 부담해 공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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