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공동행동 등이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기초법바로세우기·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 공동행동이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와 공공부조를 완전히 탈바꿈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국민 개개인의 존엄성을 지키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저의 대표 공약’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이라며 지난 5일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안(이하 완화안)을 발표했다.

복지부는 부양의무자 가구가 소득 하위 70% 이하일 때, 수급 당사자가 아니라 부양의무자가 노인이거나 1~3급 장애인인 경우에만 기준 적용이 제외되는 ‘단계적 완화’ 방안을 마련했다.

이에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과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7일 국회정론관에서 복지부의 완화안을 거부하고 ‘단기적 폐지’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복지부의 완화안은 기준 폐지를 요구하는 국민들의 절박함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처사이자 기만이라며 수용할 수 없는 2가지 이유로 방향성과 기간을 들었다.

첫째, 폐지로 가기 위해서는 폐지의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복지부의 이번 안은 폐지의 방향이 아니라는 것이다.

도움이 시급한 사람부터 돕자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으나 기존에 반복했던 소득기준에 의한 일부 완화안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기존 제도도 수차례에 걸쳐 사회취약계층에 대한 완화를 거쳤지만, 기초생활수급자 수는 항상 3% 내외에서 관리돼 ‘예산 맞춤형 복지’라는 비판을 받았다.

▲ 정의당 윤소하 의원
▲ 정의당 윤소하 의원

둘째, 폐지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이뤄져야 하는데, 복지부는 오는 2022년까지 기준을 완화한다고 발표했다.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한다고 하면서 100만 명으로 추산되는 기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생계에 대해 복지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부양의무제 기준 완화가 폐지를 막아서는 안 된다며 국가 재정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급여별 단계적 폐지를 주장했다.

윤 의원은 “인구학적 기준이 아니라 급여별로 폐지해야 한다. 급여별로 하나씩 폐지하면 시간적 여유를 벌 수 있고 국가의 재정 부담도 덜 수 있다.”며 “완화안이 폐지를 막아서는 행태가 되선 안 되며, 현재 발의돼 있는 폐지 법안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정부도 협조해야 할 것.”이라며 완전 폐지를 촉구했다.

“내가 죽어야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될까 걱정된다.”

청년 부양의무자 조은별 씨는 복지부가 발표한 완화안에 해당하지 못하는 자신과 같은 이들의 처지가 죽음에 내몰려 있다며 정부에 조속한 폐지 촉구를 요청했다.

조 씨는 “25년간 기초생활수급자로 가난을 증명하며 살다가 취업을 하게 됐는데, 곧바로 부양의무자가 돼 엄마와 고등학생 동생을 돌봐야 하는 처지가 됐다.”며 “수급비가 한 달에 77만원인데, 집세 등을 내고 나면 생계가 막막하다. 노인·장애인일 때만 부양의무에서 제외되는 이번 완화안은 복지 사각지대를 심화시키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기준 폐지를 약속해 기뻤는데, 복지부의 이번 완화안에 가슴이 무너졌다. 내가 죽어야 폐지될까봐 걱정된다.”며 “우리들의 친구라는 복지부가 진정한 친구라면 가난한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 달라.”고 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동자동에 거주하는 수급권자 황인현 씨도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이 질병이 아니라 못 먹어서 죽어가고 있다며 정부의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황 씨는 “수급을 위해 금융정보 제공동의서를 받아야 하는데, 가족과 단절로 받지 못해 질병 또는 자살 등으로 죽어가는 사람이 많다.”며 “이웃과 정을 나누며 사람답게 더불어 살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사무국장은 오늘 먹을 밥을 내일로 미룰 수 있느냐며 복지부의 완화안은 가난한 사람들의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 사무국장은 “복지부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려면 예산이 많이 든다는 핑계를 대는데, 다른 예산은 펑펑 쓰면서 왜 기초생활보장법만 이렇게 까다롭게 구는지 모르겠다.”며 “빈곤이라는 특성상 오래 기다릴 수 없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폐지하려면 단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공동행동은 올해 안에 주거급여에서 기준 폐지를 실현하고, 2년 내 완전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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