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성소수자 차별금지 포함한 인권조례 폐지는 바람직하지 않다”
인권위, “성소수자 차별금지 포함한 인권조례 폐지는 바람직하지 않다”
  • 황현희 기자
  • 승인 2017.06.09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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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지향·성별정체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는 기본 인권에 해당
국제규약, 유엔 결의안, 헌법 등도 성소수자 차별 금지하고 있어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지방자치단체의 인권조례가 성소수자 차별금지 규정을 포함하고 있다고 해서 폐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의견을 표명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지난 4월 6일 충청남도 일부 단체들은 충청남도 도민인권 보호 및 증진에 관한 조례가 동성애와 동성결혼을 옹호하고 남자와 여자의 구별을 부정하는 등 잘못된 가치관을 확산시키는 문제가 있다면서 조례의 폐지를 청구하는 민원을 제기했다. 이에 충청남도지사는 해당 민원에 대해 인권위의 입장을 요청했다.

이에 인권위는 충청남도뿐 아니라 최근 부여군, 계룡시, 보령시, 오산시, 포항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유사한 이유로 인권조례 폐지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며, 인권조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먼저 인권위는 “성소수자가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는 기본 인권에 해당.”한다며 “이는 헌법과 법률, 국제 규약, 유엔 결의안 등에서도 명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성적 지향 및 성별 정체성에 대한 차별금지는 우리나라가 지난 1990년 가입한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1983년 가입한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철폐에 관한 협약’ 등 인권조약에 근거한 조약기구들이 일관되게 강조하고 있는 인권보장의 원칙임을 확인했다.

아울러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지난 2015년 한국정부에 성소수자에 대한 광범위한 차별을 금지할 것을 권고했고, 한국도 이미 지난 2011년 6월  17일 유엔 인권이사회에 참석해 ‘인권,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Human Rights, Sexual Orientation and Gender Identity)’ 결의안 채택에 찬성했다.

또한 헌법 제11조는 모든 국민에 대한 평등원칙을 규정하고 있고,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등 여러 국내법령에도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금지가 명시돼 있다.

인권위는 “지방자치단체는 업무 수행 시 성별, 장애, 연령 등과 함께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차별하지 않아야 한다. 따라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금지를 이유로 인권조례를 폐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뿐만 아니라 동성애가 정신질환의 일부로서 치료가 필요하다는 인권조례 폐지 측의 주장에 대해 이미 인권위는 1973년 미국정신의학회가 동성애를 정신질환에서 제외했고,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성적 지향 그 자체가 정신질환인 것은 아님’이라고 발표한 사실 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성적 지향 또는 성별 정체성에 따른 차별금지 규정을 담은 조례 등이 종교적 의사표현을 제한해 종교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현행 국가인권위원회법, 지자체 인권조례가 종교영역에서 이뤄지는 의사표현을 제한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 않으므로, 이 같은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다만 대법원의 견해와 같이, 모멸적인 표현으로 모욕을 가하는 경우는 일정부분 종교 의사표현이라도 금지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인권위는 “이번 결정을 계기로 성소수자를 비롯한 사회 소수자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존중받고, 이들에 대한 잘못된 정보에 근거한 차별과 편견이 해소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