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학대 예방 위한 권익옹호기관, 용두사미 안되려면?
장애인 학대 예방 위한 권익옹호기관, 용두사미 안되려면?
  • 황현희 기자
  • 승인 2017.06.13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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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 은종군 기관장 인터뷰
제한된 권한, 한정된 역할… 법, 예산, 인력, 권한 뒷받침 돼야

지난 2월 27일 장애인학대예방과 피해장애인 사후지원을 위한 전담기관으로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하 권익옹호기관)이 문을 열었다.

권익옹호기관은 현재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하 중앙기관)을 구심점으로 전국 17개 지역에 위탁 기관(올 하반기 전라남도 지역기관 개관 예정, 다른 시도는 내년 상반기안에 개관할 예정)을 두고, 장애인 학대에 대해 빠르고 꼼꼼하게 지원할 예정이다.

그러나 권익옹호기관은 ‘권익 옹호’란 이름과 달리 학대에만 국한된 역할과 조사권 제한, 독립성 미확보 등으로 여러 걸림돌이 놓여있는 상황이다.

이에 장애인신문에서는 권익옹호기관의 현재 활동 모습과 함께, 과제와 해결해야 할 문제 등이 무엇인지 이야기를 듣기 위해 은종군 기관장을 만나봤다.

▲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 은종군 기관장.
▲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 은종군 기관장.

제한된 권한, 힘 얻기 어려운 권익옹호기관

‘권익’의 사전적 의미는 권리와 그에 따르는 이익이다. 따라서 권익옹호기관이라 하면 장애인의 권리와 그에 따른 이익을 옹호하는 기관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권익옹호기관은 지역기관 지원, 전문인력 양성, 협력체계 구축‧교류, 전산시스템 개발, 장애인학대 예방관련 연구, 실태조사 등의 역할을 하는 중앙기관과 장애인 학대 사례지원, 장애인학대 예방 교육과 홍보를 맡은 지역기관이 상호 업무협조를 하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무엇보다 권익옹호기관이 관리하는 학대는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신체‧정서‧언어‧성 폭력이나 가혹행위, 경제 착취, 유기 도는 방임을 하는 것’으로 규정한다.

문제는 법이 규정하고 있는 권익옹호기관의 업무에 장애인 차별, 권리 보호, 인권 보장 등이 없다는 것이다. 권익과 관련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져야 하지만, 현재 그러한 부분에서 권리옹호기관은 한걸음 물러나있는 상황이다.

은 기관장은 “학대는 대부분 차별이 밑바탕에 깔려있다. 학대와 차별, 권리 구제는 뗄 수 없는 관계임에도 장애인복지법상 권익옹호기관의 역할은 학대만을 명시하고 있다. 향후 관련 법 개정 등을 통해 권익옹호기관의 범주를 차차 넓혀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역할 뿐만 아니라 권익옹호기관이 갖고있는 권한도 많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권익옹호기관 설립 근거가 되는 장애인복지법은 학대의 정의 등만 있을 뿐 권익옹호기관의 권한에 관해 자세한 규정을 두지 않았다.

가령,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권익옹호기관은 학대 신고를 접수 받은 뒤 현장에 출동해 조사할 수 있는 현장조사권을 갖고 있다. 그러나 구체화된 내용과 방법, 절차에 대해서는 따로 규정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장애인 학대 행위자 등 가해자는 현장조사를 거부하거나 업무를 방해해서는 안된다고 하지만 이를 어길 시 강력한 처벌 조항이 없다.

은 기관장은 “몇 달 전에 경기도에 위치한 사설 시설 관련 학대 신고를 받고 현장조사를 간적이 있었다. 이후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려 했지만, 시설측에서 완강히 거절해 결국 명확한 의사표현을 한 절반 정도의 거주인만 분리 조치 시킬 수 있었다.”고 분리조치의 어려움을 전했다.

이어 “해당 법이 기관과 시설에게 마땅한 권한과 의무를 부여했지만, 위반했을 시 중대한 벌칙을 가하지 않는다. 강제성이 없다 보니, 사건 조사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또한 사후 관리에서도 권익옹호기관은 장애인학대가 종료된 뒤에도 가정방문, 시설방문, 전화 상담 등을 통해 장애인 학대의 재발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피해자에게 교육, 의료, 심리 치료 등을 지원해야 한다고 의무조항을 두고 있지만, 관련 기관‧법인‧단체‧시설은 권익옹호기관의 협조 요청에 의무(해야 한다)가 아닌 재량(할 수 있다)으로 응할 수 있다.

권익옹호기관 개관 100일, 초기 정착의 관건은 원활한 업무협력체계

▲ 지난달 31일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사업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는 은종군 기관장.
▲ 지난달 31일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사업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는 은종군 기관장.

권한과 업무에 제한이 있다 보니, 권익옹호기관이 학대 예방과 권익옹호를 위해서는 관련 기관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관련 기관은 권익옹호기관의 협조 요청에 의무가 아닌 재량으로 응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권익옹호기관이 협력체계를 얼마만큼 공고히 하느냐가 초기 정착의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은 기관장에 따르면 차별과 관련한 업무를 하고 있는 여러 민간기관과,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속 장애인차별시정기구인 국가인권위원회, 법률 자문을 얻기 위한 변호사 단체, 의료 자문을 위한 의료진 단체 등 당장 업무협력을 맺어야 하는 기관이 다수 존재한다.

뿐만 아니라, 현장조사를 함께 하는 경찰의 협조와 지역기관을 관리‧평가하는 지자체와의 관계 정립 등도 필요한 부분이다.

특히 지자체의 경우 중앙기관과의 관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지자체는 지역기관의 위탁 평가, 관리를 맡는 것과 함께 권익옹호기관이 학대 피해 조사 이후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시킬 때, 피해자가 머무를 수 있는 ‘쉼터’의 설치‧운영주체이기도 하다.

최근 쉼터 내 에서도 학대 피해가 종종 발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쉼터에 대한 감시와 조사도 필요한 부분인데, 중앙기관이 쉼터에 대한 권한은 따로 있지 않다.

따라서 지자체가 꾸준한 모니터링, 현장 조사 등 쉼터 관리에 얼마나 적극적인 지가 피해자의 2차 피해를 막는 주요 요인이 된다.

이밖에도 학대 피해자의 연령에 따른 아동보호전문기관, 노인보호전문기관과의 연계, 학대 피해자의 장애유형에 따른 관련 기관(가령 발달장애인지원센터)와 연계 등이 중요하다고 은 기관장은 전했다.

그는 “장애인 학대는 장애유형, 학대 당사자의 연령에 따라 다양한 관련 기관과 연계해야 한다. 현재는 노인‧아동 전문 기관과 꾸준히 협력을 맺으며 학대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 대처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앞으로 기관과 협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사례가 생긴다면, 협업이 더욱 활성화되고, 당사자들도 보다 전문적으로 피해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산 동결, 인력 미확보… 운영 어려움 겪는 권익옹호기관

권익옹호기관의 현재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힘’이 뒷받침 돼야 한다. 이를 테면, 법으로 권한을 부여받고, 예산으로 안정된 운영을 해나가고, 인력 충원으로 전문성을 가진 기관이 돼야 한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법에서도 세부 규정을 명시하지 않아 현장조사, 사후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예산‧인력 또한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예산은 중앙기관의 앞으로 향방을 결정지을 중요한 요소다. 시스템, 인력 등 기관의 움직이기 위해서는 예산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그러나 은 기관장에 따르면 내년 중앙기관 예산은 동결된 상태다. 올해 중앙기관의 예산은 3억 원이다. 인건비와 관리, 운영비 등을 모두 포함한 액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당장 기관을 운영하기에도 부족한 상황이다.

더욱이 내년부터는 지자체 위수탁 기관과 함께 중앙기관을 운영을 해나가야 하는데, 인력을 늘릴 수 있는 예산도 부족하고, 체계(시스템, 매뉴얼)를 만드는 비용도 마련하기가 어렵다.

예산이 적다보니, 인력 확충도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센터는 5명의 직원이 상주하고 있다. 5명이 현장조사, 학대 사례 구축, 피해자 지원 등을 도맡아 해야 하는 실정이다.

결국 인력 확충이 필요하지만, 제한된 예산으로 전문적인 인력 확충을 하기엔 어려운 상황이다.

은 기관장은 중앙기관운영에 최소 10명의 직원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내년에도 5명의 인원으로 기관을 운영해야 한다.

학대사건의 경우 빠른 시간 안에 조사와 사후 처리까지 이뤄져야 하는데, 이를 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원대한 꿈, 좌충우돌하며 나아가는 권익옹호기관

개관한지 백일이 지난 시점에서 현재 보여지는 문제만으로 권익옹호기관의 미래를 비관하기엔 무리가 있다.

은 기관장은 권익옹호기관의 성공을 위해 미국의 P&A(Protection & Advocacy)를 본보기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미국의 장애인권리 옹호 시스템인 P&A는 장애인에 대한 학대, 유기와 같은 인권침해를 예방하기 위한 활동뿐 아니라, 차별방지, 통합교육‧특수교육, 선거권, 금융상 권리, 의료, 접근하기 쉬운 주거, 교통기관, 생산적인 일자리 기회 등에 대한 전면적인 접근을 보장한다.

특히 P&A는 권익 옹호를 위해 조사권, 광범위한 접근권, 소송(집단소송)제기 등 권한을 갖는다.

은 기관장은 “3년 정도는 권익옹호기관의 안정된 정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마 내년까지는 좌충우돌 할 거란 생각이 든다. 이후 장기적 목표는 업무 범위 확대이다. 먼저 우리가 결과로 보여줘야 할 것 같다. 법에 고정돼 있는 학대 범위가 아니라 넓은 개념으로 학대를 바라보면서, 대응해 나갈 것이다. 차근차근 우리만의 사례관리, 데이터를 마련해 한국형 권리옹호기관이 어떤 모습인지를 보여주겠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모든 장애인을 위한 권익옹호기관으로 자리매김하지 않을까 싶습니다.”고 바람과 목표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