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활동보조인’이라는 직업명을 들으면, ‘보조’라는 단어로 도움만 주는 사람이지 않을까 짐작하지만 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이들은 장애인의 자립을 지원하는 전문직이다.

각 장애유형에 따라 개인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가 다르지만 옷 입기·화장실가기·머리 감기·약 먹기 등 신변처리와 설거지·청소 등 집안생활, 학교·직장 등 야외생활, 문서대필, 정보접근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개인의 삶을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활동보조인은 넓은 분야에서 다양한 종류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음에도 ‘보조’라 인식으로 여전히 ‘이모님’, ‘도우미’, ‘선생님’ 등 호칭에서부터 전문직으로의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활동보조인들은 명칭의 ‘보조’라는 단어가 주는 ‘비전문’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이름을 바꾸고 전문직업인으로서 정당한 대우와 처우개선을 희망하고 있다.

“나는 ‘이모님’이 아닌 전문 활동보조인입니다”

“활동보조인이 하는 일은 ‘지원’입니다. 전문직이지만, 우린 여전히 ‘보조’라는 인식의 한계에 묶여 있죠.”

10년 째 활동보조인으로 일하고 있는 김연우(56) 씨 역시 처음 일을 시작하면서 단순히 보조업무만 수행할 것이라는 생각했지만, 전혀 다른 세상을 마주했다.

김 씨는 “교육을 받고 활동보조인 업무를 시작해 보니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다양한 업무를 수행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김 씨는 발달·지체장애가 있는 7명의 이용자를 만나왔다. 각 장애유형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필요한 서비스를 구분하고, 연령대와 사회경험에 따른 사회생활 지원까지 한 사람의 자립을 지원하는데 상당한 정보가 필요했다.

이용자 스스로도 자신에게 필요한 서비스와 복지제도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자립생활을 시작하는데 혼란을 겪기 때문이다.

그는 “이용자에게 해당되는 복지서비스가 있었지만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복지서비스와 필요한 치료과정에 대해 정확하고 전문적으로 알아야 했다. 그래야만 제대로 자립을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일을 하면서 느낀 것은 ‘전문가’가 돼야 한다는 것. 이용자에 따라 필요한 서비스를 찾아 공부하고 전문적인 지원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김 씨는 조력자 교육, 특수교사 초청 강연 등에 참여하며 이용자를 위한 맞춤 전문가로 변화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렇게 10년 째 일을 하면서 쌓인 정보가 늘어가고 있고 그에 따른 서비스 질도 높아지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지만 김 씨는 여전히 ‘도우미’, ‘이모님’에 불과했다.

김 씨는 “이모님, 선생님이라고 부른 사람들은 친근함을 표현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다. 이모는 직업이 아니고, 나는 선생님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또한 보조 혹은 도우미는 내가 실제로 수행하고 있는 일의 가치를 담아내기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고 생각을 전했다.

이어 “활동보조인으로서 더욱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지만 직업인으로서 제대로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며 “전문성을 인정받는 명칭으로 일하고 싶다. 전문가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고 싶다.”고 희망했다.

“더 큰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올해로 6년째 활동보조인으로 일하고 있는 전덕규(33) 씨에 따르면 활동보조인 명칭을 바꾸자는 움직임은 저임금 등 다른 문제들로 우선순위에 밀려있었다.

현재 활동보조인은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낮은 수가와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오랫동안 일해 온 사람들이 직업을 포기하고 있다. 그 결과 전문 인력 부족으로 이용자의 서비스 질이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 씨는 “활동보조인으로서 하는 일은 체력적으로도 굉장히 힘들다. 처우개선도 시급한 상황에 직업에 대한 인식까지 안 좋다 보니 일하는 사람들은 지쳐가고 새로운 인력은 부족하다.”며 “이는 활동지원서비스의 질이 점차 낮아지는 원인 중 하나.”라고 꼽았다.

이어 “활동보조인을 하고 있다고 소개하면, 대부분 ‘보조’나 ‘봉사’라고 생각한다. 전문성 있는 이 직업은 매번 추가 설명이 필요했다.”고 고충을 전하며 “직업에 대해 소개할 때 이름만으로도 전문성을 인정받는 명칭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명칭변화로 인식과 처우가 점차 개선되다 보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활동보조인으로 일을 해 장애인 자립지원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활동보조인의 정당한 처우와 인식, 장애인의 자립을 위한 활동지원서비스의 질 개선 등은 함께 맞물려 확대돼야 할 과제라는 설명이다.

이에 활동보조인과 관계자들은 처우개선 뿐만 아니라 활동보조인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명칭 변화가 필요한 시기라고 판단하고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했다.

사회 전반에서 활동보조인 직업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전국활동보조인노동자조합(이하 조합)은 활동보조인의 새로운 ‘이름’을 찾고자 활동보조인, 이용인과 함께 집담회를 열고 의견을 나누는 시간도 마련한 바 있다.

조합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장애인활동지원제도’ 명칭과 비슷한 ‘활동지원사’로 명칭을 바꾸는 것에 긍정된 반응을 보였다.”며 “활동보조인으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계속해서 희망 명칭을 공모한 뒤 보건복지부에 명칭 변화를 요구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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