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원, 일시포상금 이유로 수급 제외… 실업도 지원도 없는 장애인 선수 ‘역차별’

▲ 리우패럴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정호원 선수(왼쪽)와 권철현 코치의 모습. ⓒ웰페어뉴스 DB
▲ 리우패럴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정호원 선수(왼쪽)와 권철현 코치의 모습. ⓒ웰페어뉴스 DB

지난해 9월, 브라질 리우에서 보치아 국가대표 정호원 선수(31, 속초시장애인체육회)가 금메달 소식을 전해왔다.

세계랭킹 1위 자리에 처음 오른 8년 전부터 7년 동안 최고의 자리를 지켜온 정호원 선수는, 보치아 종목의 독보적 존재다.

그런 그가 선수생활을 포기해야 하나 고민에 빠졌다. 패럴림픽 두 번째 금메달이었던 리우패럴림픽에서의 메달로 경기력향상연구연금이 상한액을 넘겨 일시포상금이 지급됐고, 이 때문에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에서 제외된 것.

정호원 선수 측은 ‘나라를 대표해 국제무대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결과가 수급 탈락이냐’며 중증 장애인 선수가 처해있는 상황은 고려하지 않은 채 ‘규정’만 운운하는 부당함을 호소하고 있다.

실업팀은커녕 지원도 거의 없는 선수 생활이었고, 당장 수급에서 탈락되면 의료비 지원도 끊겨 되려 기초생활도 보장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가대표’라는 자부심으로 15년의 선수 생활을 이어온 정호원 선수. 그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수급 자격 산정 시 ‘연금’은 제외 ‘일시금’은 재산?

정호원 선수가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에서 제외된 이유는 경기력향상연구연금 상한액이 초과돼 일시 포상금이 지급되면서다.

2008베이징패럴림픽에서 페어 금메달과 개인전 동메달, 2012런던패럴림픽에서 개인전 은메달 등을 획득한 정호원 선수는 메달리스트에게 주어지는 연금 상한액 100만 원이 초과, 리우에서 획득한 개인전 금메달과 페어 은메달에 대한 연금이 일시금으로 지급됐다.

정부와 지자체 포상금을 더해 8,000여 만 원, 해당 금액이 재산으로 간주되면서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에서 제외됐다.

▲ 정호원 선수의 훈련모습. ⓒ웰페어뉴스 DB
▲ 정호원 선수의 훈련모습. ⓒ웰페어뉴스 DB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상 장애인 선수의 경기력향상연구연금은 수급 자격 산정 시 소득에서 제외된다.

이런 규정은 2004아테네패럴림픽에 출전했던 허명숙 선수가 금메달 획득으로 경기력향상연구연금을 받으면서 수급 대상에서 탈락될 위기에 처하자, 장애인 선수에게 지급되는 경기력향상연구연금은 소득범위에서 제외하도록 개정된 바 있다.

하지만 규정이 ‘경기력향상연구연금’으로만 명시돼 있어 일시포상금은 소득 제외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관계기관의 해석이다.

첫 ‘케이스’가 된 정호원 선수는 리우에 다녀온 얼마 뒤부터 지자체와 관계부처의 계속된 ‘논의’와 ‘문의’ 끝에 지난달 수급 대상자 제외라는 최종 통보를 받았다. 지난 몇 달간의 수급비 300여 만 원도 반납했다. 그리고 수급 대상 복원은 5년 뒤에나 가능하다는 답을 들었고, 당장 줄어든 생활비로 훈련을 계속 할 수 있을지가 미지수다.

국위선양의 보상이 기초생활 가로막는 ‘역차별’
 
정호원 선수는 그동안 경기력향상연구연금 100만 원에 기초생활 수급비와 장애연금을 포함한 70여 만 원을 받아 생활해 왔다.

하지만 수급자에서 탈락하면서 수급비 전액과 장애연금 일부를 받지 못하게 돼 생활비의 60여 만 원이 줄었다. 당장 의료지원까지 불가해져, 긴 선수생활로 심해진 척추측만 치료 비용도 모두 자부담이다.

결국 줄어든 생활비에 의료비 부담까지 더해지면 정호원 선수는 수급자보다 못한 삶을 살아야 하는 것. 더욱이 실업팀이나 지원이 없는 그가 기초생활수급비 없이는 운동에 집중하는 것도 어렵다.

정호원 선수는 이런 사태가 벌어지자 “운동을 계속해야 하는지 고민된다.”는 입장이다.

몇 년 전 패럴림픽 출전을 앞두고 지원이 없어 개인 후원자의 도움을 받아 어렵게 훈련을 할 때도 잘 이겨내고 메달로 인정받았던 정호원 선수였다. 2020도쿄패럴림픽 메달까지도 충분히 가능성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췄던 의지는, 장애인 선수에 대한 부당한 처우에 꺾여 버렸다.

정호원 선수의 보조자로 15년을 함께했던 권철현 지도자(국가대표 코치)는 ‘세계 1인자에 대한 대우가 이것 이냐’며 분통을 토해냈다.

권철현 지도자는 “100여 만 원의 연금이 있지 않느냐 라고 생각 할 수 있겠지만, 중증 장애인의 삶을 몰라서 하는 소리다. 실업팀도 없고 지원도 없이 훈련하는 선수다. 수급자에 탈락하면서 다른 지원도 끊겼다.”며 “나라의 이름을 알린 선수를 격려하는 포상금이, 그 선수의 삶을 더 어렵게 한다면 이처럼 부당한 ‘역차별’이 어디 있느냐.”고 꼬집었다.

더 억울한 것은 이 정도의 선수면 진작 실업팀에서 대우받으며 훈련해도 모자란데 ‘조금만 기다려라’, ‘금메달만 따오면 만들어보겠다’ 던 실업팀 창단의 약속은 언제나 그때뿐이었다.

보치아 실업팀이 충남도청 한 곳 있지만, 정호원 선수는 물리적 거리 등 여러 조건이 맞지 않아 입단이 힘들다.

이어 권철현 지도자는 “이 문제는 (정)호원이만의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 선수들이 패럴림픽 등에서 메달을 획득하는 것으로 기초생활 보장을 받지 못하게 된다는 것을 인지하는 순간, 누가 삶을 버리고 메달을 목에 거는 어려운 선택을 하겠느냐.”고 지적했고, 보치아 선수위원회 측 역시 부당함을 호소하기 위한 성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4년 뒤를 내다보며 올해는 치료에 집중해 국내랭킹 유지로 계획을 잡았고, 이런 문제가 없었다면 내년 즈음에는 다시 국가대표팀에 들어가 세계를 돌며 대한민국을 알리는 꿈을 꿨을 그의 이름은 ‘세계랭킹 1위’ 정호원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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