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1번가 열린 포럼, 장애인 의료·활동지원·일자리·이동권·여성 등 정책 제안

▲ 광화문1번가에서 ‘대한민국 5%의 목소리’라는 주제로 장애인 정책을 제안하는 열린 포럼이 열렸다.
▲ 광화문1번가에서 ‘대한민국 5%의 목소리’라는 주제로 장애인 정책을 제안하는 열린 포럼이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진행했던 ‘문재인 1번가’가 ‘광화문1번가’로 변신해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지난달 25일 문을 연 광화문1번가는 20일 현재 44만여 명이 방문하고, 8만여 건의 제안이 접수됐다.

그리고 지난 20일에는 장애인 정책 관련 열린 포럼이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주관으로 열렸다. ‘대한민국 5%의 목소리’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은, 대한민국 5%에 속하는 장애인들이 평등한 사회에서 평범한 국민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정책을 제안하는 시간을 가졌다.

▲ (왼쪽부터)한국신장장애인협회 이종현 대구협회장, 마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동희 소장, 국립한국복지대학교 강동욱 교수, 협동조합 Muui 홍윤희 이사
▲ (왼쪽부터)한국신장장애인협회 이종현 대구협회장, 마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동희 소장, 국립한국복지대학교 강동욱 교수, 협동조합 Muui 홍윤희 이사

삶을 가로막은 정책과 차별… “이번 정부에서는 해결되길”

이날 무대에 오른 장애인당사자들은 정책적 문제와 사회의 차별을 지적하며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촉구했다.

먼저 한국신장장애인협회 이종현 대구협회장이 ‘희귀난치성 내부장애인 의료비 지원제도 강화’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이 협회장은 심장·신장장애인들이 비싼 의료비·비급여 약값 등으로 인해 가계비 부담이 크다며 이런 내부장애인을 위한 의료비 지원제도를 강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신장장애인들은 정기적으로 투석을 받아야 하고, 심장장애인들은 매일 많은 약을 먹어야 하는데, 질환의 특성상 근로를 제대로 하지 못해 의료비 부담이 매우 큰 실정.”이라며 “희귀난치성 질환에 대한 산정특례로 환자가 의료비의 10%를 부담하고 있는데, 암·뇌혈관·심혈관 질환 등은 5%다. 희귀난치성 질환도 최소한 5%로 줄여 달라.”고 호소했다.

두 번째로 마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동희 소장이 ‘활동지원서비스 제도의 변화와 갈등해결의 필요성’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김 소장은 활동지원제도의 부족한 시간, 낮은 수가, 기관과의 갈등 등 많은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일괄적인 정책이 아닌 개인맞춤형 복지정책이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활동지원제도의 수가가 시간당 9,240원에 불과하고, 급여제로 운영하고 있어 야간·휴일에 사용하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일수가 부족하다.”며 “야간·휴일에 필요한 사람은 활동지원을 이용하지 못하면 죽으라는 소리와 마찬가지다. 필요한 시간에 쓸 수 있도록 급여제가 아닌 시간제로 바꿔 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서비스 수가가 동일하다 보니 활동보조인들이 최중증장애인을 꺼리게 된다. 이 부분에 대한 해결책도 마련해야 한다.”며 “또 활동보조인과 기관과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이용자가 활동보조인과 직접 계약을 맺고, 기관은 적은 수수료만 받고 서비스 관리만 하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 번째로 국립한국복지대학교 강동욱 교수가 ‘양질의 일자리는 곧 최고의 장애인 복지’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강 교수는 장애인 실업률이 전체 실업률의 2배 이상인 8%에 육박하고 있다며 장애인을 위한 일자리 정책이 없으면 장애인은 빈곤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장애인 일자리 창출이 가장 중요하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직무를 직접 개발·발굴하고, 직업재활시설의 노동권·생존권을 보장하는 직접적인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며 “대통령 직속 ‘장애인고용위원회’도 설치해 장애인 의료·교육·취업지원·이동권 등을 여러 부처가 협력해서 현실적인 일자리 정책을 내놓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의로운 분배만이 장애인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다.”며 “여기 광화문에 있는 빌딩에서도 10명 중 1명은 장애인이 근무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가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 광화문1번가 열림 포럼에 많은 시민들이 참석해 정책 제안을 듣고 있다.
▲ 광화문1번가 열림 포럼에 많은 시민들이 참석해 정책 제안을 듣고 있다.

네 번째로 협동조합 Muui & 이베이 코리아 기업홍보팀 홍윤희 이사가 ‘휠체어로 지하철 환승하는데 40분이 걸리는 걸 아세요?’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홍 이사는 장애인 자녀를 키우면서 휠체어로 접근가능한 곳이 거의 없는 한국의 현실을 비판하고, 유니버설 디자인을 위한 장기적인 정책과 사고 전환을 정부에 요청했다.

그는 “호주 시드니 공항에 가면 소외계층을 위한 콜택시가 정렬해 있어 어떤 장소든 갈 수 있다. 반면 한국은 출·퇴근 때나 긴급한 상황에서 콜택시를 이용할 수 없다.”며 “애초에 교통수단을 이용해 도시를 다닐 수 없는 구조다 보니 이용자들의 의견 자체가 정부에 전달이 안 되고 있다. 이용자의 필요와 욕구에 맞춘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장애여성네트워크 교육지원센터 백혜련 센터장이 ‘두 가지의 차별, 장애여성의 인권과 제도 강화’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백 센터장은 장애 남성보다도 더 열악한 출발선에 선 장애 여성들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인권 신장과 제도 강화를 요구했다.

그는 “장애 여성의 학력은 장애 남성의 25%에 불과하고, 경제 활동 역시 남성 대비 50%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집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홈헬퍼’ 제도를 도입해 장애 여성들이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행정자치부 김부겸 장관
▲ 행정자치부 김부겸 장관

이어 “똑같은 장애 여성이라도 개인마다 중점에 두는 가치가 다르다. 우리에게 정책을 제시하라고 해서 제안했지만, 그런 개별적인 정책으로 인해 장애 여성의 삶이 얼마나 바뀌었나.”라며 “모든 여성이 자신의 힘으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하도록 관점을 먼저 제시하고, 성인지 관점에서 정체성과 자기결정권을 존중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이 자리에는 정부 관계자가 직접 참석해 장애인당사자들의 의견에 공감하며 적극 검토를 약속했다.

행정자치부 김부겸 장관은 “아직 업무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보건복지부·행정자치부가 앞으로 할 일이 많은 것으로 안다. 특히 일자리와 관련해 상황이 심각한 것으로 인지하고 있다.”며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우리가 더불어 성장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국 조남권 국장 역시 “의료비 경감, 활동지원 수가, 장애인 일자리 등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도 있는 만큼 부처 간 적극 협의해서 정책을 실천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광화문1번가는 50일간 국민의 다양한 정책 제안을 반영해 분석이 끝나면, 국민인수위원을 초청해 문 대통령과 직접 토론하는 자리가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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