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양의무자기준, 완화 말고 '완전 폐지하라'
부양의무자기준, 완화 말고 '완전 폐지하라'
  • 박준성 기자
  • 승인 2017.07.05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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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초법바로세우기·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 공동행동이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기초법바로세우기·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 공동행동이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지난달 5일 수급(권)자와 부양의무자가 모두 노인·장애인일 경우에만 부양의무자기준을 적용 제외하는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안(이하 완화안)’을 발표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이번 완화 조치로 약 4.1만 가구가 생계·의료·주거급여를 통해 추가로 보호되며, 이들 가구에 연간 3,755억 원의 급여가 지급될 예정이다.

또한, 향후 추가적인 논의를 통해 오는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기준 완화를 추진하며, 단계적 완화 방안의 구체적 지침은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이하 위원회)에서 마련할 계획이다.

그러나 새 정부의 5년간의 국정 과제를 논의 중에 있는 위원회는 부양의무자기준 관련 대책을 논의조차 않은 채 오는 15일 종료를 앞두고 있다.

이에 기초법바로세우기·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5일 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공동행동은 복지부의 이번 완화안을 통해 신규 진입하게 된 인원이 모든 급여를 통틀어도 24만 명에 불과하다며 부양의무자기준 사각지대에 있는 100만 명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숫자여서 제도 개선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번 완화안이 노인·중증 장애인이 1명 이상 포함돼야 할 뿐만 아니라 소득 하위 70%라는 단서까지 붙어있다며 단계적 완화 방안에 대해 비판했다.

이들은 인구학적 기준의 완화라는 꼼수가 아니라 급여별 폐지를 통한 완전 폐지 계획을 수립할 것을 촉구하며, 이를 논의하기 위해 사회분과위원회 김연명 위원장과 면담을 요청했다.

가난을 증명해야 하는 부양의무자기준 당장 폐지돼야…

▲ (왼쪽부터)동자동 사랑방 김호태 대표, 홈리스야학 은희주 씨, 서울주거복지센터협회 김선미 협회장
▲ (왼쪽부터)동자동 사랑방 김호태 대표, 홈리스야학 은희주 씨, 서울주거복지센터협회 김선미 협회장

동자동 사랑방 김호태 대표는 부양의무제기준으로 인해 기초수급마저 받지 못하는 이웃이 많다며 더 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기 전에 국가가 나서서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대표에 따르면 부양의무자기준 때문에 수급을 받지 못해 기초연금 20만 원으로 방세 14만 원을 내고, 남는 돈으로 한 달을 살아가야 하는 할머니가 있다.

또 양쪽 다리를 절단하고 평생 신장투석을 해야 하는데, 부양의무자기준으로 기초수급에서 탈락할까봐 노심초사하며 살아가는 젊은이도 있다.

김 대표는 “150만 원으로 먹고 살기도 힘든데, 치료도 받지 못하고 죽을 날만 기다리라는 것인지, 정부는 나이 들고 몸이 불편해 제대로 일하기 힘든 이들에게 가난의 책임을 지우려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호소했다.

이어 “부양의무자기준으로 인해 수급조차 받지 못하는 이들에게 이 나라는 어떻게 할 계획인지 듣고 싶다.”며 “얼마나 바빠서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논의도 못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새로운 나라를 만들려면 가난한 사람들이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할 계획을 보여 달라.”고 요구했다.

홈리스야학 은희주 씨는 수급 신청을 하기 위해 가난을 증명해야 하는 현실을 비판하며 부양의무자기준을 당장 폐지하라고 주장했다.

은희주 씨는 당뇨·뇌경색에 올해 초 희귀난치성 질환인 모야모야병까지 진단받아 지난해 말 수급신청을 했는데, 당시 동사무소는 1인가구로 별도가구 신청을 하는 게 좋겠다고 해서 그렇게 신청했다.

하지만 며칠 뒤 구청은 형과 아버지의 소득이 있어서 탈락했다고 통보하면서, 수급자가 되기 위해선 따로 집을 얻어서 나가야만 한다고 전했다.

그는 “몸 전체에 떨림증상이 있고, 시력도 계속 안 좋아지는 병을 앓고 있는데, 부모님 없이 혼자 살게 된다면 긴급한 상황이 왔을 때 아무도 나를 도울 수 없을 것.”이라며 “몸이 아파서 일을 할 수도 없는데, 국가가 이런 나를 수급에서 탈락시켰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라는 말인가. 이런 게 법이라면 당장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주거복지센터협회 김선미 협회장도 부양의무자기준으로 인해 전담 공무원도 소극적인 행정을 할 수 밖에 없다며 이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전달체계를 정비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 협회장은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던 한 분이 몸이 아파 일을 못한 와중에 집세를 3개월 체납했더니 나가라고 해서 조건부 수급신청을 했다. 근로 의욕도 있는 분이라 주거급여만이라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는데 받아주지 않았다.”며 “어머니가 있어서 안 된다고 하는데, 이 분은 80세 노모에게 어떻게 자신을 부양해달라고 말하느냐며 힘들어 하고 있다. 복지부가 내놓은 완화안에 포함되지 않은 이 같은 사례가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모든 가난한 사람들이 누가 더 가난한지 증명해야 시혜적으로 지원을 해주는 제도의 문제가 크다.”며 “새 정부의 변화된 가치와 철학이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광화문공동행동 이형숙 공동대표가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직원에게 면담요청서를 전달하고 있다.
▲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광화문공동행동 이형숙 공동대표가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직원에게 면담요청서를 전달하고 있다.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광화문공동행동 이형숙 공동대표 역시 문재인 대통령이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약속했다며 위원회는 이를 최우선 과제로 다뤄달라고 요구했다.

이 대표는 “부양의무자기준 완화하자고 지난 5년 동안 광화문에서 농성 한 게 아니다. 완화라는 꼼수로 계속 나온다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며 “가난은 개인·가족의 책임이 아니라 정부 책임이다. 가난의 대물림을 깨려면 부양의무자기준을 완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위해 정책제안서를 제출했고 위원회에 전자우편도 보냈는데, 답변이 없어서 우리가 이렇게 찾아 온 것.”이라며 면담을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면담요청서를 전달하려는 공동행동 측과 경찰의 몸싸움이 발생했으며, 위원회 직원이 나와서 면담요청서를 전달받고 조속한 답변을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면담요청서를 전달하려는 공동행동 측과 경찰의 몸싸움이 발생했다.  
▲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면담요청서를 전달하려는 공동행동 측과 경찰의 몸싸움이 발생했다.
  ▲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광화문공동행동 이형숙 공동대표가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직원에게 면담요청서를 전달하고 있다.  
▲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광화문공동행동 이형숙 공동대표가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직원에게 면담요청서를 전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