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방글라데시·몽골 ‘한국과 협력 통해 장애인 사회 참여 모델 만들고 싶다’
UN 전 대사, 권리 기반 접근법으로 장애 정책 살펴야

▲ 한국장애인재활협회는 지난 11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아태지역 장애와 개발을 위한 국제 세미나’를 열었다.
▲ 한국장애인재활협회는 지난 11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아태지역 장애와 개발을 위한 국제 세미나’를 열었다.

아시아 태평양 청년들이 각국의 장애 관련 문제와 해결 방안을 나누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장애인재활협회는 지난 11일 서울시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아태지역 장애와 개발을 위한 국제 세미나’를 열었다.

먼저, 네팔과 방글라데시 청년은 자국의 장애인 고용문제를 공유했다.

네팔 Sagar Prasai(사가 팟싸이) 씨에 의하면 2011년 기준 네팔의 장애인구는 전 인구의 1.94%(약 50만 명)다. 이 중 30% 이상인 16만3,000명이 청년이다.

▲ 네팔 Sagar Prasai(사가 팟싸이) 씨.
▲ 네팔 Sagar Prasai(사가 팟싸이) 씨.

하지만 이는 단순 국가 기준으로, 네팔의 시민단체는 전체 인구의 약 10%가 장애인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팟싸이 씨는 “현재 네팔은 장애와 관련한 전문자료가 없다.”며 “SDG(지속가능개발목표) 같은 경우 장애와 관련된 분석 자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네팔은 앞으로 이를 만드는 데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팟싸이 씨는 네팔의 낮은 장애인 고용율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특히 네팔은 장애 유형에 따라 일할 수 있는 직종이 제한된다.

그는 “시각장애가 있는 사람의 경우, 프론트 데스크에서 일을 하는 등 특정 직업밖에 갖지 못한다. 그래서 시민단체는 더 많은 장애인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고용될 수 있도록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전했다.

물론 장애인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 네팔 정부도 여러 일을 하고 있다. 네팔 법에 의하면 민간회사는 비장애인 25명 당 장애인 1명을 고용해야 한다. 정부기관도 5% 할당제를 두고 있다.

하지만 팟싸이 씨에 의하면 법으로 규정한 고용 할당제가 제대로 적용되고 있지 않다. 팟싸이씨는 낮은 고용률의 원인으로 장애인 고용을 바라보는 고용주, 구직자의 관점의 차이와 부족한 교육 환경을 꼽았다.

그는 “고용주는 구직자에게 능력을 요구한다. 그렇지만, 장애인의 경우 특정 직업을 얻기 위한 능력을 키우는 데 부족한 환경에서 살고 있다. 시민단체나 정부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지만 조립, 제조 등 시장에서 요구하는 능력이 아닌 단순 직업 교육만 제공하고 있다. 그래서 효과를 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팟싸이 씨가 활동하고 있는 National Federation of the Disabled(내셔널 페더래이션 오브 더 디스에이블드)에서는 직업 상담,  연수 코디네이터 마련 등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물리·신체 접근성 확보, 의사소통위한 도구 마련, 기술 접근성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관련된 정부기관과 장애인 취업알선, 교육을 협력하고, 고용주에게 장애인 고용에 도움이 되는 책자도 만들고 있다.

팟싸이 씨는 “우리는 여러 관련 기관과 함께 일하고 있다. 네트워크를 만들어 지속 가능한 고용이 증진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또한 포괄적인 인력정책을 만들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의 시민단체들에게 배울 점이 많다. 한국 시민단체가 정부에 끼치는 영향력을 배울 수 있었다. 내가 배운 것을 네팔에서 사용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방글라데시도 네팔과 비슷한 상황이다.

방글라데시 Nusrat Jahan(누스라트 자한) 씨에 의하면, 방글라데시도 장애인 의무 고용률 10%를 법으로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특히 여성의 노동권은 더욱 보장 되지 않고 있다.

자한 씨는 낮은 고용율의 원인으로 공공건물 접근성 미확보, 정부의 낮은 관심도, 고용을 ‘권리’아닌, ‘자선’으로 바라보는 접근 등을 꼽았다. 이에 그가 속한 Centre for the Rehabilitation of the Paralysed(CRPD)에서 기술 개발, 지속 가능한 고용보장 모델을 찾고 있지만, 시민단체가 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그는 “방글라데시는 인적자원이 많다. 방글라데시의 인적자원을 제공하고, 한국정부에서 펀딩을 하거나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협력 모델을 만들면 좋지 않을까.”라고 한국의 협조를 바랐다.

고용뿐 아니라 접근성, 자립생활 보장, 인식 제고 등 이뤄져야

몽골의 경우 부족한 사회 기반이 장애인 권리 보장을 방해하는 요소로 꼽힌다.

▲ 몽골 Battulga Ganbaatar(바툴가 간바타)씨.
▲ 몽골 Battulga Ganbaatar(바툴가 간바타)씨.

몽골은 2010년도 기준 장애인구가 18만 명이다. 이 중 59%가 남성이고, 대부분 빈곤층 이하의 삶을 살고 있다.

전체 장애인구 중 85%가 교육을 받고 있지만, 대부분 1차 교육 과정(초등교육)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Universal Progress independedt Living Center의 Battulga Ganbaatar(바툴가 간바타) 씨는 몽골이 소비에트 사회주의 연방공화국에서 독립된 이후 민주주의 사회로 많은 변화를 겪었지만, 장애인의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장애인의 사회 포용, 기회 증진, 고용기회, 교육기회 등의 발전은 거의 없었다. 최근에는 조금 나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사회 기반, 사회서비스, 교통, 교육환경 등에는 접근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바툴가 씨의 말처럼, 몽골은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비준한 58번째 국가로 장애인 권리 보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면이 보인다.

지난 2015년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위원회는 몽골 정부와 시민단체 보고서를 검토했다. 몽골은 참여 접근성, 자립적인 삶, 장애아동, 교육 및 인식제고 등의 부분에서 권고를 받았다.

이에 바툴가 씨가 속한 시민단체에서는 동료상담, 동료상담, 교육 및 정보 확대, 자립생활접근법 옹호, 고용소득 증대 등 목표를 갖고 활동하고 있다. 그 결과 몽골은 지난해 장애인 권리협약에 기반한 장애인 권리법을 승인했다.

바툴가 씨는 “지난해 법이 승인됐다. 이제 다음 단계는 법이 제대로 이행되도록 하는 것.”이라며 “몽골의 장애인 권리협약 이행을 지원할 수 있도록 다른 국가들과 네트워크를 만들고, 많은 경험을 공유하고 싶다.”고 전했다.

장애인을 위한 정책, 복지 아닌 권리로 접근해야

한편, 아태 청년들을 위해 세미나에 참석한 오준 전 UN 대사는 장애인 관련 활동의 패러다임 전환을 강조했다.

▲ 오준 전 UN 대사.
▲ 오준 전 UN 대사.

오 전 대사는 장애가 존재하는 이유, 혹은 장애인이 사회에서 배제되는 이유로 ‘분리, 배제로 인한 차별’을 꼽았다.

그는 “어떤 개발도상국은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을 철저하게 분리해서 교육 시킨다.”며 “우리가 다른 사람을 소외, 배척할 때 이는 소득, 기회, 건강, 교육, 기회 불평등을 만든다. 장애학생이 비장애 학생과 같은 교육의 접근성을 갖지 못한다면, 이는 후에 사회에서 직업, 소득의 차이를 가져온다. 첫 시작부터 공정하지 못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런 악순환은 결과적으로 장애인이 발전 주체로서 잠재력 활용기회를 박탈 당하는 것이다. 특히 개발도상국은 반드시 장애인의 잠재력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교육과 직업기회 부분에서 공정성을 담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 전 대사는 장애인 정책 혹은 활동은 복지, 자선, 의료 개념에서 접근하는 것 보다 권리 보장의 입장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장애인 화장실을 예로 들어 자선 관점에서 바라보면, 장애인 화장실을 만들기 위해 기금을 받을 수도 있다.”며 “하지만 이를 권리 기반으로 접근한다면, 장애인 화장실은 그들의 권리다. 장애인 화장실을 만드는 예산을 제공하는 것은 사회 의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여성 화장실을 만드는 이유가 자선, 의료, 복지에 기반 한 것인가? 아니다. 그냥 여성 화장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장애인 화장실을 만드는 것은 그들이 시민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그는 패러다임의 전환은 중요한 부분이고, 이를 위해 UN 장애인 권리협약을 많은 국가가 지켜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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