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장애계, 선정 기준에 ‘시설 운영 법인 포함해 권익옹호 역할 의문’ 제기

▲ 장애계 단체는 12일 청와대 앞에서 ‘사회복지법인의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위탁선정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 장애계 단체는 12일 청와대 앞에서 ‘사회복지법인의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위탁선정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장애인 권익을 옹호하기 위한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지난 2월 정식 개소한 데 이어 지역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하 지역옹호기관) 선정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지역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자질 논란’이 일었다.

현재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위·수탁 받은 지역옹호기관은 인천광역시, 경상남도, 전라북도, 울산광역시다. 일각에서는 일부 지역옹호기관이 ‘시설을 운영하는 법인’으로, 과연 법인이 운영하는 시설에 대한 감시·점검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문제점을 제기했다.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을 비롯한 지역옹호기관은 장애인복지법 제 56조에 따라 장애인에 대한 학대(신체·정신·정서·언어·성 폭력이나 가혹행위, 경제 착취, 유기 또는 방임)를 예방하고, 피해 장애인 사후 지원을 맡는다.

하지만 한 지역옹호기관은 단기보호시설을 운영하고 있으며, 또 다른 지역옹호기관은 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 노인복지관, 이주외국인쉼터, 지역아동센터 등 10개소를 운영하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은 12일 청와대 앞에서  ‘사회복지법인의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위탁선정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사회복지시설은 지역옹호기관에서 인권실태 감시 대상인데, 법인 본인이 운영하는 시설을 제대로 감시·점검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규탄했다.

아울러 현행 장애인복지법은 위탁 기준으로 ‘공공기관 또는 비영리법인’이라고 규정돼, 지역옹호기관의 명확한 자격 기준이 없다고 지적했다.

‘권익옹호’에 대한 감수성 없어… “단순 사업으로 치부하는 것 같아 우려”

▲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상임대표.
▲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상임대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상임대표는 “장애인의 권리를 옹호해야하는 기관이 시설을 운영하는 법인이 되면, 법인의 산하시설 안에서 발생하는 장애인 차별을 제대로 조사하고 피해자의 권리를 옹호할 수 있겠는가.”라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와 지자체가 ‘권익 옹호’라는 인권 가치를 단순히 ‘장애인 사업’으로 치부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장애인 권리옹호는 사업이 아니라, 장애인이 제대로 된 삶을 살 수 있게 옹호하는 기관.”이라며 “정부와 지자체의 예산을 받아 운영하는 사업의 주체로 여기지 말고 권리옹호기관이 왜 생겼는지, 목적이 무엇인지, 그 속에서 지역옹호기관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김성연 사무국장은 “위·수탁 관련 모든 권한을 지자체에 넘기고 있다. 겉으로는 지자체 사정에 맡게 자율적으로 선정하는 방침이라고 하지만, 다시 말하면 이는 복지부가 지역 옹호기관에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질타했다.

특히 이들 단체 등은 지역옹호기관 선정 기준을 정할 때,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하는 법인은 제외해달라고 복지부에 요구한바 있다.

공인인권법재단 공감 염형국 변호사는 “당초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하는 법인을 제외시켜 달라고 요구했지만, 복지부는 이를 들어주지 않았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 돼 버렸다. 복지부는 최소한의 지침이라도 내려서 다시는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하는 법인이 권익옹호기관을 운영하는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청와대 연락관에게 ▲일부 지역옹호기관 위·수탁 철회 ▲인권역할 고려한 자격 기준 명시 ▲위·수탁 과정 공개 ▲권익옹호기관 예산과 인력 확보 등을 담은 요구안을 전달했다.

▲ 기자회견이 끝난 뒤, 청와대 연락관에게 지역 옹호기관 설치운영에 대한 요구안을 전달했다.
▲ 기자회견이 끝난 뒤, 청와대 연락관에게 지역옹호기관 설치운영에 대한 요구안을 전달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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