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장애인의 생존권, 활동지원 24시간 보장이 ‘최선’이다
중증 장애인의 생존권, 활동지원 24시간 보장이 ‘최선’이다
  • 황현희 기자
  • 승인 2017.07.18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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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때 시행된 ‘응급안전서비스’, ‘야간순회서비스’ 무의미
루게릭병 환자 우용식 씨, ‘활동보조인 없는 시간, 공포·불안감에 잠 못 이뤄’
▲ 루게릭 병과 폐렴 증세 악화로 활동지원 24시간을 긴급 요청한 우용식 씨.
▲ 루게릭 병과 폐렴 증세 악화로 활동지원 24시간을 긴급 요청한 우용식 씨.

지난 2010년 루게릭 병 진단 이후 혼자 활동이 어려워 정부와 서울시로부터 활동지원서비스를 받고 있는 우용식 씨.

루게릭 병은 운동신경세포가 점차 사멸하는 질환으로, 아직 발병 원인이나 치료 방법이 개발되지 않은 대표 난치병 중 하나다. 루게릭 병의 증상은 다양하지만, 대부분 아래운동신경세포 손상 등의 증상과 징후가 나타난다.

또한 혀근육이 부분적으로 수축해 식사를 할 때 사레가 들리거나 기침을 하고, 폐렴·호흡 곤란 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우 씨 역시 지난해 10월 폐렴 증세를 보인 이후, 증세가 심해 현재 호흡기를 끼고 잠을 자야 하는 상황이다.

하루 24시간 오롯이 누군가의 지원이 필요하지만, 현재 우 씨가 받고 있는 활동지원서비스는 하루 평균 오전 7시~밤10시까지인 월 621시간에 불과하다.

결국 우 씨는 활동보조인이 없는 밤 10시~다음날 오전 7시까지 언제 호흡기가 떨어질지 모른다는 공포감, 집에 무슨 일(이를테면 화재)이 발생했을 때 대피할 수 없다는 불안감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는 “활동보조인이 집에 없을 때, 호흡기 전원이 꺼진 적이 있다. 다행히 친구가 옆에 있어서 다시 호흡기를 켤 수 있었지만, 만약 그 상황에서 나 혼자 있었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한 상황이 발생했을 것.”이라고 활동보조인의 부재가 불러온 아찔한 상황을 설명했다.

부족한 활동지원 시간은 생존권과 직결될 뿐만 아니라, 우 씨의 최소한의 생활도 어렵게 만든다.

가령, 잠을 잘 때 화장실을 가고 싶거나, 호흡기가 얼굴을 꽉 누를 경우 누군가가 옆에서 한 번씩 호흡기를 제대로 씌워져야 하는데, 이를 해줄 사람이 없는 것이다.

우씨는 “잠을 잘 때 화장실이 가고 싶어도 혼자서는 갈 수 없다. 그래서 활동보조인이 없는 경우 기저귀를 찬다. 그러나 혼자 기저귀를 갈 수 없으니, 가끔 소변 양이 많아 넘치거나, 자주 싸서 찜찜해도 밤부터 다음날 오전까지 쭉, 한 기저귀를 차고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활동지원서비스 24시간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어떻게 신청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던 우 씨는 결국 장애계 단체에 도움을 요청했다.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는 18일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시 장애인활동지원 24시간 긴급 지원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는 18일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시 장애인활동지원 24시간 긴급 지원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에 우 씨의 상황을 들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는 18일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시 장애인활동지원 24시간 긴급 지원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우 씨의 상황을 서울시에 전달했다.

장애계 단체는 사고·사건 발생 시 대처할 수 없는 중증 장애인을 위해 활동지원 24시간 보장은 생존권과 연결되는 필수 요소라고 꾸준히 주장해 왔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대표는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먹는 것, 입는 것, 씻는 것 등 기본 권리가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며 “장애인은 18시간, 16시간, 10시간. 정부와 서울시가 정해준 시간만을 살고 있다. 그러면서, 잠자는 시간인 밤에 활동보조인이 왜 필요하냐고 묻는다. 장애인도 사람이다. 한 자세로 오래 있으면 통증을 느끼고, 잠을 자면서도 화장실이 가고 싶고, 물을 먹고 싶을 때가 있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밤에는 인형처럼 잠만 자야 하는가. 어떤 돌발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잠만 자라고 하는가.”라고 24시간 지원을 보장하지 않는 정부와 서울시를 규탄했다.

지난 정부는 활동지원서비스 24시간 보장 대신, ‘응급안전서비스’와 ‘야간순회서비스’를 도입했다. 하지만 장애계는 두 서비스가 24시간 활동지원서비스를 대신할 수 없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우 씨 역시 24시간 지원 대신 야간순회서비스를 받고 있다. 그러나 그는 ‘야간순회 서비스가 본인에게 도움이 되는가’란 질문에 단호히 ‘아니오’라고 말한다.

그는 “야간순회서비스를 제공한다며 새벽 2시, 5시에 집에 와서 2~30분 동안 이런 저런 상황을 보고 나간다.”며 “심야 시간에 방문 할 때마다 불편해서 잠을 잘 수가 없다. 이 뿐만 아니다. 나는 야간순회 담당자가 오면 몸을 움직여 문을 열어 줄 수가 없다. 그래서 활동보조인이 퇴근할 때 문을 잠그지 않고 간다. 내 개인생활이 전혀 보장되지 않는 것.”이라고 야간순회서비스를 비판했다.
 
특히 장애계는 야간순회서비스와 응급안전서비스는 화재 등 돌발 상황에 대처할 수 없는 무의미한 서비스라고 지적했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김준우 공동대표는 “박근혜 정부에서 했던 두 서비스는 24시간을 지원하지 않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며 “집에 불이 났을 때, 나는 바로 몸을 대피해야 하는데, 언제 올지 모르는 응급안전 서비스를 기다리고만 있어야 하는가. 야간순회서비스? 호흡기가 떨어져 호흡이 어려운데, 서비스가 올 때까지 2시간을 기다려야 하는가. 이게 무슨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인가. 서울시도 마찬가지다. 분명 중증 장애인 200명에게 활동보조 24시간을 지원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여전히 100명도 안되는 사람들만 지원을 받고 있다. 약속을 지켜 달라.”고 강하게 규탄했다.

한편 우 씨와 장애계 활동가는 기자회견이 끝난 뒤 서울시 장애인자립지원과와 면담을 진행했다.

면담에 참석한 활동가에 따르면 서울시 관계자는 ‘우 씨의 경우 활동보조 24시간 지원 대상자가 맞으니, 거주 지역 주민센터에서 추가 시간 지원서를 신청하면, 오는 24일까지 지원 여부를 확정해서 알려주겠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우 씨의 활동보조 24시간 지원 여부는 오는 24일에 결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