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장애인은 시설이 아니라 사회에서 함께 살아야 한다”
“모든 장애인은 시설이 아니라 사회에서 함께 살아야 한다”
  • 하세인 기자
  • 승인 2017.08.30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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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계, '너를 위한다‘며 만들어진 시설은 수용정책일 뿐…당사자들의 목소리로 탈시설-자립생활을 이야기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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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3회 탈시설자립생활대회 후 참가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있다.

올해로 세 번째를 맞는 탈시설-자립생활대회 “다 나와 살아!”가 지난 29일 서울시 여의도 이룸센터 이룸홀에서 열렸다.

이번 대회는 장애계단체인 ▲탈시설당사자모임 벗바리▲이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영등포장애인복지관▲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이 주최했고, 자립생활을 통해 시설 밖에서 나와 ‘자신’의 삶을 살고 있는, 탈시설을 준비하는 장애인들이 참여해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대회는 총 3부로 1부 ‘눈으로 말하다’, 2부 ‘탈시설을 외치다’. 3부‘수용시설폐쇄를 외치다’로 구성됐다.

1부는 탈시설-자립생활을 영상으로 소개하는 자리로 세 편의 영상이 상영됐다. 영상은 이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장애인문화공간, 벗바리 등이 함께 기획하고 제작했다.

첫 번째 영상은 자립생활을 바라보는 주변인의 생각과, 탈시설-자립생활한 당사자의 생각과 삶의 변화를 담았다.

두 번째 영상은 짧은 광고형식 영상으로, 김진석 활동가가 만화인물로 구현돼 시설을 무찌르는 내용이다.

마지막 영상은 탈시설-자립생활 뒤 결혼을 꿈꾸는 이상우·최영은 씨가, 먼저 탈시설-자립생활한 뒤 결혼한 김동림·이미경 부부의 집을 찾아 조언을 구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영상에 출연한 실제 주인공들은 이날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첫 번째 영상에 참여한 송용헌 활동가는 “시설은 집이 아니다, 아무리 좋은 시설이라도 시설은 시설이라는 내용을 담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 제 3회 탈시설-자립생활대회에서 이상우·최영은 씨가 질의응답을 하고있다.
▲ 제 3회 탈시설-자립생활대회에서 이상우·최영은 씨가 질의응답을 하고있다.

이상우·최영은 씨는 결혼을 앞두고 상대를 향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집을 마련하는 문제로 결혼날짜를 미루고 있다는 이들은 서로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이야기 했고, 김동림·이미경 부부는 “서로 아껴주고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 결혼을 결심하게 됐다.”며 이상우·최영은 씨를 응원했다.

당사자 자유발언대 “탈시설-자립생활을 열어라!”

2부 ‘탈시설을 외치다’에서는 탈시설-자립생활 뒤 지역사회에 정착했거나, 탈시설-자립생활을 준비하는 당사자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듣는 자리로 마련됐다.

지난 2012년 1월에 꽃동네에서 탈시설한 김흥기 활동가는 자립생활 후에도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SH(서울주택공사)에서 제공하는 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는 김 활동가는 “SH아파트는 한 사람이 9평 이상을 신청할 수 없어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공간이 비좁아 불편하다. 또한 월 30만 원의 높은 임대료와 10만 원의 관리비가 장애인으로서 감당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2014년 김포사랑시설에서 탈시설한 황인현 씨는 부양의무자 기준이 탈시설을 가로막는 정책이라고 전했다.

“시설에서부터 자립을 준비했다. 그래서 2010년부터 1년에 한 번씩 수급자 신청을 했지만, 계속해서 떨어졌다. 이유는 항상 어머니가 소유한 재산 때문이었다. 부양의무자 기준은 탈시설의 기회마저 빼앗았다. 시설에서 나오려면 서울시에 자립주택 입주신청을 하고 심사를 받는데 수급자가 되지 않아 안정된 자립생활이 힘들다는 이유였다. 그럼 나는 평생 시설에서 살라는 말인가.

생활하는 데 활동보조인이 꼭 필요하다. 지금 제도에서는 수급자가 아니면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자부담 비용을 내야한다. 이런 문제를 겪는 것은 나뿐만이 아니다. 수급자가 안 될까봐 탈시설은 꿈도 못 꾸는 사람들, 탈시설 했지만 수급자가 되지 않아 고생하고 있는 사람들, 자부담비용이 없어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 못하는 사람이 많다.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면 더 많은 사람이 탈시설해 지역사회에서 최소한 목숨걱정은 하지 않고 인간답게 살 수 있다.”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유두선 활동가는 장애등급제의 부당함을 호소했다. 그는 장애등급제를 ‘등급으로 서비스를 제한하는 제도’라고 비판했다.

“등급에 따라 해당하는 복지를 주면 되고, 일정기준을 넘어버리면 복지를 줄이거나 끊으면 됩니다. 국가 재정이 부족하면 평가항목도 더 엄격하게 바꿔 복지 진입을 차단하면 됩니다. 최소한의 지원도 국가가 아닌 개인이 해야 한다는 것이죠.

성적에 따라 학교를 나누고 심지어 부모에 따라 개인을 평가하는 사회, 우리 대한민국의 또 다른 모습입니다. 제도권 안에 들지 못한 개인을 낙오자로 낙인 찍고 집단에 속하지 못하게 합니다. 이제 사회를 함께 바꿨으면 좋겠습니다. 장애등급제 폐지는 사회를 바꿔가는 첫 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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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경진 활동가가 자신의 자립생활에 대해 전하고 있다.

노들장애인활동센터 권익보호 추경진 활동가는 탈시설-자립생활을 ‘내 삶을 내가 결정하고 책임지며 권리를 찾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손이 자유로운 사람부터 한사람씩 나가기 시작했다. 그 당시에 나도 나가고 싶었지만 나갈 수 없었다. 활동하는 데 제약이 있어서 참았다. 당시 활동지원서비스가 있었으면 나갈 수 있었는데, 그런 것을 참고 12년을 더 있었다.

시설에서 살다가 65세가 되면 노인요양원에 가는데, 거기서 죽을 때까지 사는 것을 생각하니 끔찍했다. 시설에서 살면서 ‘내가 좋았던 적이 몇 번인가’에 대해 생각해보니 그런 적이 없어 이렇게 사느니 살던 지역사회에서 사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해 탈시설을 선택했다.

자립을 하고보니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내가 골라 하고 있다는 것, 세상 구경하면서 여행도 하고, 좋은 상황들이 많아서 사는 것이 좋다. 잠이나 먹는 것이 조금 힘들 때도 있지만 즐겁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자립을 해서 좋다. 모든 것은 내가 결정하고 내 삶을 책임지고, 내 권리를 찾아가면서 사는 것, 좋은 추억을 쌓아가며 사는 것이다. 탈시설을 잘했다고 생각한다.”

한편, 자립생활 체험시설에서 탈시설을 준비하고 있는 최진웅 씨와 노정수 씨는 ‘혼자살기, 대형마트에서 장보기, 자립생활 후 집에 친구 초대하기 등 ‘시설에서 나간다면 하고 싶은 목록’을 작성해 발표하는 자리를 가졌다.

최진웅 씨는 아침에 라면 먹는 사진을 보여주며 “시설에서 아침 7시에 라면 먹는 것은 생각해 본 적 없다. 하지만 지금은 먹고 싶으면 언제든지 내가 먹고싶은 것을 먹을 수 있다.”며 시설생활과 자립생활에서의 삶의 차이를 전했다.

3부 ‘수영시설폐쇄를 외치다’는 국회 앞에서 수용시설폐쇄선언 기자회견으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