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관객’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을 만큼 대중들에게 영화는 친숙하고 즐기기 쉬운 문화생활중 하나가 됐지만, 여전히 시·청각장애가 있는 관객은 영화 관람권을 위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시·청각장애 당사자가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것이 어렵다는 이유로 영화상영관(씨지브이, 메가박스, 롯데시네마)을 상대로 시·청각장애인에게 영화를 관람하는 데 필요한 ▲자막 ▲화면해설 ▲에프엠 보청기 등을 포함한 정보 제공을 청구했다.

여기서 정보란 상영 영화 정보, 영화 관람에 필요한 정보, 영화관 내 상영관·매점·놀이시설 안내, 영화표 구매 등 영화관 이용에 필요한 내용이다.

지난달 29일 차별구제청구 재판에서 원고인 시·청각장애 당사자들은 피고 영화상연관이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원고 측 변호사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5조 제1항 △제20조 제1항 △제21조 제1항 △제24조 제1, 2항을 그 근거로 들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5조 제1항을 살펴보면 재화·용역 등 제공에 있어서의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비장애인과 동등하지 않은 수준의 물건, 서비스, 이익, 편의 등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0조(정보접근에서 차별)는 ‘개인·법인·공공기관은 장애인이 전자정보와 비전자정보를 이용하고 이에 접근하는 것에 차별을 둬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다.

제21조는 ‘전자정보와 비전자정보에 대해 접근·이용할 수 있도록 필요한 수단을 제공할 것’을 명시하고, 그 수단으로 시행령 제14조는 ‘수화통역사, 음성통역사, 점자자료, 개인형 보청기기, 자막, 인쇄물음성변환출력기 등’을 규정하고 있다.

더불어 제24조(문화·예술활동의 차별)는 ‘국가, 지방자치단체 및 문화·예술사업자는 장애인이 문화·예술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고 돼 있다. 여기서 문화·예술사업자란,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 제15조 ‘문화예술진흥법 제2조에 따른 스크린 기준 300석 이상 규모의 영화상영관’을 말한다. 

이에 따른 문화·예술사업자는 장애인과 장애인 보조인이 요구하는 경우 ▲문화·예술활동 보조인력 배치 ▲휠체어, 점자안내책자, 보청기 등 장비 및 기기 제공 ▲정보 제공을 시행해야 한다.

  ▲ 지난해 열린 '시청각장애인의차별없는영화관람을위한문화향유권차별구제청구소송기자회견'의 모습.ⓒ장애인신문DB  
▲ 지난해 열린 '시청각장애인의차별없는영화관람을위한문화향유권차별구제청구소송기자회견'의 모습.ⓒ웰페어뉴스DB

‘스크린 기준 300석 이상 상영관’, 원고측과 피고측 해석 달라

여기서 피고 측과 원고 측은 엇갈린 법률 해석을 내놓으며 대립했다.

원고측은 피고측이 ‘스크린 기준 300석 이상 규모의 영화상영관을 갖췄기 때문’에 당연히 법에서 명시하는 정보접근 수단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피고측은 ‘스크린 기준 300석 이상 규모의 영화상영관만 해당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원고측 변호인은 “피고측 주장에 따르면 시·청각장애인에게 정보접근 수단을 제공해야 하는 영화관은 손에 꼽는다. 지난 2011년 한 기사에 따르면, 전국 2,000여 개 상영관 가운데 300석 이상은 10%에 불과하다고 나왔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전국의 약 20개의 상영관에서만 정보접근 수단을 제공한다면, 시·청각장애 있는 사람 누구도 원하는 곳에서 보고 싶은 영화를 보기란 쉽지 않다. 피고측 주장은 차별.”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문화서비스 제공 동등하지 않으면 차별“

피고측은 영화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0조에 해당하는 기관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피고측 변호인은 “영화를 전자·비전자정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영화는 예술적 창작물이다. 더욱이 전자·비전자정보에 필요한 수단을 제공해야 하는 주체는 정보를 생산·배포하는 영화제작·배급사이지 영화상영업체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화상영업체는 상영과 관람을 위한 광고, 알림내용에 장애인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할 뿐 관람 자체에 필요한 수단을 제공할 수 없다고 본다.”며 “이와 관련해 인터넷과 휴대폰에서 영화 정보 접근성을 제공하고 있고, 상영관까지 안내하는 직원과 보청기 등도 구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원고측 변호인은 “상영과 관람을 위해 존재하는 만큼 시·청각장애가 있는 관람객의 관람을 위해 자막과 화면해설 등을 제공해야 한다. 영화가 몇 시에 어디서 상영되는지 만 알려줄 뿐, 정작 영화는 보기 힘든 상황.”이라며 “영화는 영화상영업체가 제공하는 재화·용역에 해당한다. 재화·용역을 제공할 때 장애를 이유로 동등하지 않은 서비스를 받는 것은 차별.”이라고 맞섰다.
 

  ▲ 한국엡손에서 제공하는 스마트 글라스 설명 그림.ⓒ한국엡손 홈페이지  
▲ 한국엡손에서 제공하는 스마트 글라스 설명 그림.ⓒ한국엡손 홈페이지

자막과 화면해설 놓고 ‘저작권 법 위반’ 운운… 원고 “정당한 편의로 봐야”

특히 피고측은 자막과 화면해설이 저작권법에 위반되는 행위라고 언급했다. 영화의 내용이 담긴 자막과 화면해설의 저작권은 제작·배급사에 있으므로, 영화상영업체가 이를 제작하면 저작권 위반 행위라는 이야기다.

원고측은 “자막과 화면해설을 제작해서 상영하라는 것이 아니다. 이미 제작된 자막과 화면해설을 어떤 영화관에서라도 제공받을 수 있는 정당한 편의(정보접근 수단)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부분 제작·배급사에서 배리어프리 영화 상영을 대비해 자막과 화면해설을 제작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특정 기간에만’ 상영할 것이 아니라 언제든지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볼 수 있도록 문화향유권을 보장하라는 뜻이다.

이어 “앞서 피고가 제공하고 있다는 보청기만으로는 영화를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자막과 화면해설을 제공하는 수단으로 특수안경, 화면해설 기기, 개인용 자막 처리기 애플리케이션 등을 제안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원고측이 제시한 특수안경은 한국엡손이 개발한 것으로 렌즈 아래 부분에 자막이 나오고, 안경에 연결된 소리장치를 통해 화면해설도 들을 수 있다. 실제 스크린에는 보이지 않고, 안경을 착용한 사람에게만 제공된다.

원고측 변호인은 “제작·배급사가 자막과 화면해설을 만들어 영화를 배급하고 영화상영업체가 이와 같은 편의시설을 마련해 영화를 상영하면 시·청각장애인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영화를 볼 수 있다.”며 “천만 관객 중 시·청각장애인은 손에 꼽는다. 동정과 시혜로 특정한 날에만 상영되는 배리어프리 영화 행사가 아닌 진정한 영화 관람권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원고측 변호인단이 특수안경과 자막 처리기 애플리케이션 검증을 신청함에 따라 다음달 13일 검증이 이뤄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