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주례동에서 출발해 청와대로 “더 이상 기다리지 않겠다”

형제복지원 사건의 진상규명을 외쳐온 이들이 부산에서 출발해 486.44km를 걸어 청와대로 향한다.

오는 6일 오전 11시, 형제복지원사건진상규명을위한피해생존자(실종자, 유가족)모임은 부산시 옛 형제복지원이 위치해 있던 주례동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오는 27일까지 23일간의 국토대장정에 나선다.

총거리 486.44km, 하루 평균 22.10km를 걸어야 하는 여정이다. 이들은 부산을 출발해 김해, 밀양, 청도, 대구, 성주, 김천, 영동, 옥천, 대전, 세종, 공주, 천안, 송탄, 수원, 안산, 광명 등을 거쳐 청와대 도착을 예정하고 있다.

국토대장정을 시작하는 장소인 부산 북구 주례동 산 18번지는 1975년에 이주한 형제복지원 옛 부지로, 3,0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수용소였다.

피해생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벽돌 제조부터 산 깎기, 땅고르기, 건물 세우기 등 모든 것이 수용인들의 강제노역으로 이뤄졌고, 제대로 먹지 못한 채 기계 장비 하나 없이 모든 것을 손으로 만들어갔던 강제노역의 기억이 있는 곳이다.

완벽한 감금이 가능했던 수용소가 지어지고, 형제복지원에서는 성폭력과 구타, 학대 등이 이어지는 인권유린 사건이 끊이지 않았지만, 우리 사회는 ‘보호’와 ‘사회 안전’이란 명분을 들이대며 ‘자유’를 앗아갔다.

참혹했던 형제복지원의 진실 규명은 지난 19대 국회에 법안으로 발의 됐지만 회기 만료로 폐기됐고, 20대 국회에 들어서면서 지난해 7월 다시 ‘형제복지원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이 발의 됐다. 그로부터 1년 여, 하지만 여전히 논의 한번 하지 못한 채 잠들어 있다.

이에 형제복지원생존자모임은 “문재인 정부는 포괄적인 ‘과거사 청산’이란 의제 속에서 우리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겠다고 하는데, 그 속도는 더디고 더뎌 우리의 몸과 마음을 애타게 하고 있다.”며 “피해생존자들은 가만히 기다리지 않겠다. 2012년부터 지금까지 약 5년간 정부가 알아서 해주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전국을 걸으며, 시민들을 만나 형제복지원 사건이 잊혀 질 과거의 문제가 아닌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모두의 것이라는 점을 알리겠다.”고 국토대장정의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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