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C 선정 8월 이달의 선수… 3개월 만에 국가대표 선발된 5년차 국가대표

▲ 이제 만 18세의 고등학교 3학년인 박우철 선수는, IPC 국제패럴림픽위원회 선정 ‘8월 이달의 선수’에 이름을 올렸다.  ⓒ대한장애인체육회
▲ 이제 만 18세의 고등학교 3학년인 박우철 선수는, IPC 국제패럴림픽위원회 선정 ‘8월 이달의 선수’에 이름을 올렸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지난 16일 오전, 제천 의림지 다목적 체육관에는 ‘쾅’, ‘쾅’ 휠체어 부딪치는 소리가 가득 찼다.

제37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휠체어럭비 8강 경기가 한창인 이곳에, 앳된 얼굴의 박우철 선수(남·18, 충북)가 있다.

이제 만 18세의 고등학교 3학년인 그는, IPC 국제패럴림픽위원회 선정 ‘8월 이달의 선수’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달 25일~31일까지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개최된 IWRF 아시아 오세아니아 챔피언십에 출전했던 국가대표팀은 아쉽게 4위에 머물렀지만, 박우철 선수가 MVP와 2.0포인트 우수선수로 선정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재미’있어 시작한 휠체어럭비에 푹 빠져 있고, 이달의 선수에 이름을 올렸지만 아직은 얼떨결하다는 박우철 선수. 선수 생활 5년차, 그와 휠체어럭비의 인연을 들어 보자.

누나의 추천으로 열 네 살에 입문… 3개월 만에 국가대표 발탁

박우철 선수의 첫 경기는 중학교 때였다. 지금은 함께 휠체어럭비 국가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친 누나(박지은 선수, 26, 인천)의 추천으로 코트에 들어섰다.

누나인 박지은 선수는 학교에 다니는 것 외에는 집에서 별다른 활동이 없는 동생이 걱정돼 운동을 추천했다. 이렇게 빠르게 성장해 이름을 알리게 될 줄 그때는 잘 몰랐다고.

박지은 선수는 “대학에 입학하면서 휠체어럭비를 접하게 됐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그래서 동생에게도 같이 가서 보자고 했던 것인데, 흥미가 생겨 함께 됐다.”며 “그렇게 노력하는 모습은 처음이었다.”고 기억했다.

▲ 박우철 선수의 가족 사진. (오른쪽부터) 박우철 선수의 엄마와 보치아 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형. 휠체어럭비를 추천해준 누나 박지은 선수와 박우철 선수가 환하게 웃고 있다. ⓒ박우철 선수 제공
▲ 박우철 선수의 가족 사진. (오른쪽부터) 박우철 선수의 엄마와 보치아 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형. 휠체어럭비를 추천해준 누나 박지은 선수와 박우철 선수가 환하게 웃고 있다. ⓒ박우철 선수 제공

재미를 느껴 열심히 했던 것도 기량을 키워줬지만, 박우철 선수의 마음 속에 있던 승부욕도 선수로써의 자질을 빠르게 성장시켰다.

첫 경기에서 박우철 선수의 팀은 상대팀에게 30점이 넘는 차이로 패했고, 경기장을 나와 ‘펑펑’ 울었다. 지는 것이 속상했다.

“재미있어 시작했지만 지는 경기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는 그는 “처음 선수를 시작할 때의 일이고, 지금은 물론 경기에서 졌다고 울지는 않는다.”고 웃음으로 당시를 회상했다.

럭비공을 잡기 시작한지 3개월 여 만에 국가대표가 된 박우철 선수의 첫 국제대회는 2014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당시 국가대표 팀의 막내였던 그는 외국 선수들을 직접 만나는 경기와 은메달이라는 두 가지 선물을 받았다.

경험은 박우철 선수를 휠체어럭비로 더 빠져들게 했다. 학교와 훈련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면 컴퓨터를 켜 외국 선수들의 영상을 찾아보며 연구했다. 국가대표 소집 훈련이 아닌 평소에는 일주일에 세 번 오후시간에 소속 팀에서 훈련을 하고 돌아오면, 집에서 혼자 보조기를 이용해 아령을 들며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박우철 선수가 말하는 휠체어럭비는 ‘격렬해서 매력있다’는 것. 휠체어럭비는 워낙 격렬하다보니 선수끼리의 충돌은 경기의 일부이고, 넘어지거나 휠체어 바퀴를 바꾸는 일도 몇 번씩 목격 된다. 물론 부상 위험도 큰 종목이다.

“처음에는 재밌다는 생각에 두려움도 없었던 것 같다. 하나 둘 익혀 경기에 나서보니 부상의 위험은 있지만 다행히 큰 부상은 없었다.”는 박우철 선수는 “오래한 선수들을 보니 경기 중 서로 부딪혀 넘어질 때도 ‘살포시’ 넘어지는 노하우가 있더라. 나도 어느 정도는 터득이 됐다.”며 자랑스레 이야기하기도 했다.

“어느 날 컴퓨터 마우스가 눌리지 않았다. 운동에 집중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물론 시련이 찾아오기도 했다.

갑자기 손가락 힘이 빠져 컴퓨터 마우스를 누르는 것이 어려워 졌다. 서랍을 여는 일 조차 힘겨웠다. 장애판정을 받았던 근육병인 ‘근위축증’ 때문이었다.

박우철 선수는 “근육이 점점 빠지는 병인데, 예고라도 하고 찾아오면 좋으련만, 어느 순간 갑자기 근육이 빠져 버렸다.”며 “당시는 속상했지만 휠체어럭비에 집중하라고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기로 했다.”고 담담하게 설명했다.

▲ 제37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휠체어럭비에 출전한 박우철 선수의 모습(검은색 유니폼)  ⓒ대한장애인체육회
▲ 제37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휠체어럭비에 출전한 박우철 선수의 모습(검은색 유니폼)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어 “언젠가 등급분류사를 만나 이 이야기를 했더니 어떻게 하냐며 위로했다. 그런데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휠체어럭비가 있고 뭐든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노력하면 된다고 생각해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긍정적인 마음은 2013년 처음 국가대표에 발탁된 이후 5년 차 국가대표 ‘박우철’을 만들었다.

“아직 나는 한참 멀었다는 생각을 한다.”는 박우철 선수는 “대회를 나가야 기술도 익히고 새로운 작전도 공부할 수 있는데, 경험할 기회가 조금 부족하다.”는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어 “국내 선수들에게도 많이 배워야 하고, 외국선수들과의 경기경험도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욕심을 냈다.

꿈 많은 고등학생 박우철 “뭐든 열심히 하는 선수 되고 싶다”

이제 막 10대의 후반을 보내고 있는 박우철 선수. 고등학교 3학년인 그에게는 앞으로 여러 가지의 꿈이 있다.

외국으로 유학을 가는 목표, 휠체어럭비 외에도 다른 종목에도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도 마음에 담았다.

박우철 선수는 “일단 꿈을 꿔보는 단계지만 미국의 애리조나대학으로 유학을 가보고 싶다.”며 “장애인 스포츠로 알려져 있고, 유명한 휠체어럭비 선수도 다니고 있다고 한다. 영어 공부도 하고 더 넓은 세상을 만나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우선 지금은 내가 성장한 것을 보면서 내 스스로 기특하다.”며 “뭐든 경험하고 도전해 내게 더 맞는 적성을 찾고 싶다.”고 덧붙였다.

▲ 휠체어럭비 경기가 펼쳐지고 있는 제천 의림지 다목적 체육관 ⓒ대한장애인체육회
▲ 휠체어럭비 경기가 펼쳐지고 있는 제천 의림지 다목적 체육관 ⓒ대한장애인체육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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