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접근하지 못하는 모든 것들은 차별이다’
스웨덴, ‘접근하지 못하는 모든 것들은 차별이다’
  • 황현희 기자
  • 승인 2017.09.19 15: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인 치료 아닌, 걸림돌 되는 장벽을 제거해주는 복지 정책
▲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지난 18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스웨덴 장애인 정책 연수 결과 보고대회’를 열었다.
▲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지난 18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스웨덴 장애인 정책 연수 결과 보고대회’를 열었다.

소득보전과 사회서비스를 통해 누구도 배제 되지 않는 사회를 복지 철학으로 사는 국가 스웨덴.

장애인 거주시설을 모두 폐쇄하고, 촘촘한 사회 서비스체계로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지역사회에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한 복지 국가 스웨덴에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활동가들이 방문했다.

이에 장애가 있는 자녀를 둔 부모의 눈에 비친 스웨덴 장애인 정책은 어떠한 모습일지, 한국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경과보고를 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이하 부모연대)는 지난 18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스웨덴 장애인 정책 연수 결과 보고대회’를 열었다.

스웨덴 장애인 정책 목표는 ▲다양성을 기본으로 한 사회 공동체 ▲모든 연령의 장애인이 완전히 참여하는 사회 구축 ▲장애가 있는 남성과 여성 사이의 평등 증진 ▲장애물을 발견하고 제거하는 것 ▲차별을 방지하고 퇴치하는 것 ▲장애아동부터 장애청소년, 성인에 이르기까지 독립․ 자율적인 삶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하는 것 등이다.

목표에 따라, 스웨덴 정부와 지자체는 장애인 관련한 복지 체계와 탈시설, 가활(Habilitation)서비스, 소득보장 등 모든 영역을 지원하고 있다.

장애 특수성을 고려한, 특별한 사회 안전망

스웨덴의 사회 복지 관련 법은 사회복지서비스법(Social Service Act, 이하 SOL)과 명확한 기능장애가 있는 사람에 대한 보조와 서비스에 관한 법(Law of Support and Service for Person with Certain Functional, 이하 LSS)으로 나뉜다.

SOL은 모든 사람이 합리적인 생활수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일반복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경제, 개인, 거주생활 지원 등 광범위한 지원을 제공한다.

LSS는 특정한 기능 장애가 있는 사람을 지원 대상으로 한다.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필요가 일반적인 지원(SOL)에 의해 충족되지 않을 경우, 그들이 좋은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법에 명시된 권리를 지원한다.

LSS의 지원 내용을 살펴보면, △조언‧기타 개인 지원(장애인과 가족들을 대상으로 성격, 의료, 심리, 교육 등의 전문 조언과 지지) △공공부조급여법에 의한 현금급여로 감당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한 인적서비스 또는 그러한 서비스를 위한 현금지원 △여가‧문화를 위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 대한 개인 도움, 위생, 식사, 대인 의사소통 등의 활동 지원 △친구‧동료 등 개인적인 만남을 위한 지원(사회 고립 예방 위한 서비스) △집안에서의 친구 서비스(기능정 장애가 있는 사람의 집에와서 가족을 대신해 보호와 도움을 제공하는 서비스) △단기 가정 서비스 △12세 이상의 학교를 다니는 어린이를 위한 단기보호 서비스 △부모로부터 떨어져 살 필요가 있는 어린이와 젊은 사람들을 위한 수양 가정이나 특별ㅍ한 편의시설을 갖춘 주택 거주 지원 △특별한 서비스가 고안된 주거시설 또는 특수하게 설치된 성인을 위한 주거 시설 지원 △주간활동 지원 등이다.

LSS 서비스 이용 신청은 주로 이용인 본인 또는 보건‧의료 기관에 의해 의뢰된다. 신청을 하면 LSS에 의한 법적 적격성 심사가 진행되고, 보건‧의료 등의 관련자료 수집과 면담을 진행한다.

서비스 내용 결정은 이용인과 보호자, 담당 사례관리사 이외에 다른 분야의 관련 스텝들이 함께 논의한다.

서비스 내용 결정 과정을 한국과 비교해본다면, 한국은 서비스 판정이 의학 판단 등 전문성의 척도로 인식돼 일원화된 특정의 평가 또는 진단 도구를 이용한다.

하지만 스웨덴은 욕구의 판단과 서비스를 결정할 때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필요로 하는 것 ▲요구되는 서비스가 개인의 고유한 능력을 강화 시키는 데 필요한 것인가 ▲다른 방식으로는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인가 ▲LSS에 의한 서비스보다 더 나은 방법은 없는지 등을 고려해 관련된 사항을 사례관리사와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충분한 검토와 논의를 거쳐 서비스를 결정한다.

가령, LSS에 의한 서비스보다 더 나은 방법은 없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자녀를 양육할 때 부모와 애착관계가 형성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부모가 양육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닐 때, 정부는 부모를 다른 방법으로 지원하면서 부모가 직접 양육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LSS는 스웨덴 복지서비스의 기본이 되는 법으로, 장애인이 지역사회에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모든 서비스의 근간이 된다.

▲ 연수단이 스웨덴 복지 관련 기관을 방문해 이야기를 듣고 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 연수단이 스웨덴 복지 관련 기관을 방문해 이야기를 듣고 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시설폐쇄법 제1조, “모든 시설을 폐쇄한다”

“정신적 장애인의 돌봄을 위해 설립된 특수병원은 1997년 12월 31일 이전에 운영을 중단해야 한다. 정신적 장애인의 돌봄을 위해 동법에 따라 설립된 요양시설은 1999년 12월 31일 이전에 운영을 중단해야 한다.” - 시설폐쇄법 제1조

스웨덴은 지난 1950년까지 장애인 수용시설이 존재했다. 지적장애인을 위한 시설로 30개의 아동 시설과 130개의 성인시설이 있었다. 성인시설에는 3개의 전문병원이 있었고, 시설거주인 8,000명, 직원 2만 명이 상주했다.

이후 시설 거주인에 대한 강제 불임 시술 등 비인권적인 행태가 밝혀지면서 시설 폐쇄의 길로 방향을 바꿨다.

지난 1985년 국회의 시설 폐쇄 결정으로 모든 시설이 폐쇄됐고, 1994년 LSS 제정으로 현재 6명 이상의 대형 거주시설은 한곳도 없다.

시설 폐쇄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스웨덴 정부의 시설 폐쇄 결정 시 80%의 장애인 부모는 자녀의 자립에 대한 우려로 시설 폐쇄를 반대했다.

당시 스웨덴 정부는 탈시설을 촉진시키기 위한 LSS를 제정해 탈시설 당사자들이 집에 정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해줬다. ‘장애인가족복지’가 시작되면서, 탈시설 반대 부모들이 크게 감소한 것이다.

부모연대는 “아직도 한국은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이야기하면서 당사자의 지원을 논할 때 결국 거주시설에 보내야 한다고 종종 말한다.”며 “적절한 지원도 해주지 않고, 당사자의 반사회적이고 도전적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분리 배제시킨다. 스웨덴의 시설 폐쇄법이 한국의 시설 정책에 주는 시사점이 상당할 것.”이라고 전했다.

개인 치료가 아닌, 개인에게 장벽이 되는 환경을 없애주는 ‘가활’

한국의 재활 서비스는 걷기, 물건 집기 등 ‘치료’에 중점을 둔다. 이는 개인을 주어진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스웨덴은 재활을 강조하지 않는다. 부모연대에 의하면 스웨덴은 ‘모든 사람이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존재고, 환경에 적응하기 힘들면 환경과 구조를 개선함으로써 그 사람이 환경 내에서 잘 적응할 수 있고, 잠재력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복지 정책 실현’을 중점에 둔다.

즉, 한 사람에 집중에서 치료와 처치를 강조하기 보다는 그 사람이 살아가는데 불편할 수 있는 장벽을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것이 ‘가활(Habilitation)’이다.

부모연대가 방문한 가활센터는 북유럽에서 제일 큰 장애 관련 책을 갖고 있는 도서실을 운영하고, 모든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문의 전화 상담을 지원한다.

센터의 목표는 ‘장애인의 삶을 수월하고 쉽게 만들고, 사회참여 가능하도록 하자. 주변사람에게 지식과 지원 제공하자’다.

이에 따라 ‘코스 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으로 부모, 치료사 등 전문 직업군 대상 교육을 한다. 포룸이라는 곳은 부모, 후견인, 보호자 등을 대상으로 교육을 제공하는데, 부모와 친척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가장 인기 있는 코스는 심리학자 또는 정신과 의사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인데, 자녀가 폭력성, 공격성을 보일 때 부모가 어떻게 대처해야하는가를 주로 다룬다. 뿐만 아니라 비장애 형제자매를 위해 어떻게 장애를 공감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스웨덴은 가활센터 뿐 아니라 부모교육, 심리상담 등을 제공하는 아스퍼거센터, 장애와 관련한 지원, 치료, 트레이닝을 담당하는 의사소통 팀이 있다. 대부분 장애 당사자보다는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심리상담, 정보 제공, 의사소통 방식 등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가령, AAC(의사소통대체보완기기)를 사용하는 발달장애인이 있다. 한국은 AAC 지원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선보인다면, 스웨덴은 당사자를 모든 정보를 읽기 쉽게 만드는 것 뿐만 아니라, 당사자의 가족, 지역사회에 AAC를 통한 의사소통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AAC 이용인과 소통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부모연대는 “한국의 경우 어느 교육기관보다도 치료실에 다니는 영‧유아 비율이 높은데, 스웨덴은 치료실이 없다.”며 “스웨덴은 주변인이 당사자를 대하는 환경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치료실에서 치료사에게 하루 30~40분 치료 받는 것보다 부모, 가족, 교사, 활동보조인 등 자녀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이들이 장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필요한 지원을 해주는 것이 최선이라고 본다. 이를 위해 주변인에 대한 다양한 교육이 이뤄진다.”고 전했다.

끝으로 부모연대 김기룡 사무총장은 “스웨덴의 복지 정책은 물리적 환경뿐 아니라 정보시스템 이용 등 모든 사람들이 접근 가능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사회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이는 한국에게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평했다.

▲ 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스웨덴 연수 당시 찍은 기념사진. ⓒ한국장애인부모연대
▲ 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스웨덴 연수 당시 찍은 기념사진. ⓒ전국장애인부모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