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서구 특수학교 사태, 한국 장애인교육 현실”
[인터뷰] “강서구 특수학교 사태, 한국 장애인교육 현실”
  • 최지희 기자
  • 승인 2017.09.21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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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윤종술 대표·김기룡 사무총장 “장애인교육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 재진단할 시기… 통합하지 못하고 분리되는 여론, 정책과 제도의 현실 그대로 보여줘”

‘학교는 작은 사회’라는 말이 있다. 단순히 교재에 실린 지식을 습득하는 장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선생-학생-학부모가 한데 모여 공동체를 이루는 과정을 겪는 곳이다.

언젠가 부모의 손에서 떠나 자신의 삶을 살아야 하는 이들은 이 학교에서 삶에 필요한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준비하는 시간을 갖는다.

최근 서울시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문제가 불거지면서 장애계에서는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장애계운동이 다양한 사람들이 권리를 보장 받으며 함께 사는 사회를 지향하고 있는 가운데, 곳곳에서는 ‘장애가 있는 학생에게 특수학교만이 답’이라는 식의 여론에 불쾌함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웰페어뉴스에서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윤종술 대표와 김기룡 사무총장을 만나 이번 사태와 논란에 대한 생각과,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물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지난 2003년부터 장애인교육권 보장을 위해 활동한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가 전신인, 장애가 있는 자녀를 둔 부모들이 모인 단체다.

▲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윤종술 대표(왼쪽)와 김기룡 사무총장. ⓒ하세인 기자
▲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윤종술 대표(왼쪽)와 김기룡 사무총장. ⓒ하세인 기자

왜 ‘정책’을 가리키지 않는가

윤종술: 이번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문제는 오랫동안 서울시가 추진하다가 못했던 과정이 있고, 특히 정치인이 처음부터 되지 않는 공약을 내걸면서 주민과 장애인부모의 갈등을 야기했다.

모든 지역에서 님비현상이 빈번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밝힌다. 지역별 님비현상은 그 지역을 분석할 필요가 있는데, 그러다 보면 무조건 님비현상만으로 볼 수는 없다.

언론에서 특수학교를 짓고 안 짓고의 문제로 조명하니 본질에 많이 어긋난 사건이다.

김기룡: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만 다루려고 하고, 다소 자극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다루려는 것 같다. 이미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을 비롯해 그에 따른 정책·제도가 통합교육을 이야기 하고 있음에도, 특수학교 설립을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만 비추려고 한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통합된 사회에서 한 구성원으로서 모든 사람이 행복하게 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처음 시작했던 장애인교육권 운동도 ‘장애학생도 비장애학생과 함께 배우고 뛰어놀 수 있는 학교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정을 위한 투쟁에서도 안전통합교육의 실현을 목표로 교육정책을 제시하고, 관련 법률안을 제안했다. 일부가 반영되기는 했으나 내용이 충분하지 않았다.

▲ 2007년 4월 14일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는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을 촉구하며 총력 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삭발 투쟁했다. ⓒ전진호 기자
▲ 2007년 4월 14일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는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을 촉구하며 총력 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삭발 투쟁했다. ⓒ전진호 기자

우리가 주장했던 것은 완전한 통합교육이었는데 아직까지도 준비가 많이 돼 있지 않고, 인식 또한 낮아서 통합교육이 ‘물리적 통합’에만 그친 측면이 있다. 실제로 학교에서 진정한 통합이 되지 않고 있던 것이다. 이러한 한계와 문제점들이 이제야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왜 장애인교육이 특수학교 중심으로 추진될 수밖에 없었을까’,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을까’하는, 구조를 집중으로 다루는 모습은 발견할 수 없었다. 장애인교육을 오랫동안 고민했던 입장으로서 아쉽다.

윤종술: 장애인부모들이 긴 시간에 걸쳐 한국의 통합교육, 특수교육의 질 제고를 위해 법 제정 운동을 시작했다. 그 결과, 2007년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이 제정됐다. ‘우리아이들도 학교에 갈 수 있고, 제대로 된 특수교육의 질을 보장 받을 수 있다’는 굉장히 희망찬 법이 통과된 것이다. 이후 한국사회에 장애인교육에 대한 문제가 제대로 짚어지는지 굉장히 의문이 남는다.

특수학교 설립 문제가 대두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을 살펴야 한다. 교육부가 특수교육의 정책을 잘못한 데서 시작된 것이다. 특수교육의 방향을 다시 잡아야 하는 시기다. 그렇게 시작해야 특수학교를 짓고 안 짓고의 문제, 주민과 장애인부모의 싸움, 이런 것들을 예방할 수 있다.

▲ 특수학교가 설립될 부지로 선정된 서울시 강서구의 폐교 한 공진초등학교. ⓒ이명하 기자
▲ 특수학교가 설립될 부지로 선정된 서울시 강서구의 폐교 한 공진초등학교. ⓒ이명하 기자

특수학교 부족의 실상은 ‘특수학교로 쫓겨나는’ 것

김기룡: 통합교육의 단계는 물리적 통합에서 시작해서 교육과정적 통합, 사회적 통합까지 나아가는 것을 말한다.

물리적 통합은 일반학교에 장애학생을 그냥 배치만 해놓은 것을 말한다. 교육과정적 통합은 같은 교육과정을 갖고 같은 교실에서 함께 공부하는 것을 말한다. 궁극의 상태는 바로 사회적 통합으로, 모든 학생이 구분 없이 함께 교육 받고 생활하고 놀 수 있는 공간이 되는 것이다.

‘교수적 수정(개개인에게 맞는 서비스로 제공하기 위한 교육과정 수정)’이라는 것이 있다. 많은 나라에서는 장애학생뿐만 아니라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모든 학생이 교육현장에서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여러 가지 교육조치를 제공하고 있다.

비장애학생과 같은 수업을 한다고 했을 때 장애학생에게 난도가 높고, 범위가 넓어 내용이 많기 때문에 교수적 수정을 거쳐야 한다. 장애학생이 따라갈 수 있도록 쉬운 말로 표현하고, 내용을 줄여서 학습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이 특수교사인데 통합학급에 특수교사가 배치돼 있지 않은 경우가 많고, 배치할 수 있는 근거 역시 부족한 상태다. 배치된다고 하더라도 조언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역할일 뿐이지, 일반교사와 공동 혹은 교대로 수업을 진행하거나 참여하는 제도상의 장치는 없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통합학급에는 보조인력이 배치돼 특수교사가 해야 할 업무의 아주 작은 일부를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통합교육은 단순히 장애학생을 일반학교에 배치만 한 물리적 통합 단계다. 대부분 특수학급이라는 공간이 있고, 통합학급에 머물러도 별도의 지도를 받는 형태다. 통합되지 못하고 격리되거나 분리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어느 부모가 자녀에게 통합교육을 받으라고 하겠나. 특수학교에 보낼 수밖에 없다. 답답하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 반영이라고 생각한다. 재작년 한 연구에 따르면 통합교육 현장에서 장애학생 10명 중 6명이 인권침해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 2007년 4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 회원 2,0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을 위한 교육주체 총력투쟁 결의대회가 열렸다. ⓒ전진호 기자
▲ 2007년 4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 회원 2,0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을 위한 교육주체 총력투쟁 결의대회가 열렸다. ⓒ전진호 기자

윤종술: 특수학교를 선택한 부모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일반학교 안에서 폭력이라든지 도저히 심리상 적응할 수 없는 환경으로 한국의 통합교육 현실이 치달았다.

한국의 교육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초등학교에 있을 때는 통합이 조금 더 활성화될 수 있지만, 중·고등학교로 가면 갈수록 통합하기 굉장히 어렵다. 한국의 교육이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입시 위주, 서열 위주의 구조이기 때문에 특히 장애인교육이 무너지는 것 같다. 인력 등의 지원은 적고, 장애학생의 행동에 대한 인식은 부족하고, 인식이 있다하더라도 경쟁체제에 있어서 장애학생이 피해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비장애학생의 이해를 이끌어내고 함께 수업을 이끌어내는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이와 같은 개별화교육은 책이나 형식에만 그치고 있다.

정책의 방향이 과감하게 충분한 예산과 인력 지원 등으로 뒤따라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니 문제가 일어날 수밖에 없고, 결국 통합학급 또는 특수학급에서 쫓겨나 특수학교로 간다. 서울에서는 특수학교에 가기 위해 추첨 받아야 할 정도로 계속 줄을 서고 있다. 자신이 사는 지역에 특수학교가 없어 장거리 통학해야 하는 현상까지 생길 정도니 특수학교를 지어달라는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지금 당장 자녀가 학령기인데 학교를 보내지 않을 수 없지 않나.

충분한 인력이나 지원의 제대로 된 정착 없이 인위적인 통합교육 형태다. 정부와 교육청에서는 통합교육을 알고 있지만 물리적 통합 단계만 가고 있다. 그렇다 보니 특수학교가 없어서 학교를 못 가는 것처럼 됐다. 정책 방향의 실패를 화제로 삼지 않고, 마치 특수학교가 없어서 학교를 못 가는 것처럼 만들어버렸다.

▲ 2007년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 소속 부모들이 국회 본청로비를 점거하고 장애인교육지원법 통과를 요구하고 있다. ⓒ전진호 기자
▲ 2007년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 소속 부모들이 국회 본청로비를 점거하고 장애인교육지원법 통과를 요구하고 있다. ⓒ전진호 기자
▲ 2007년 4월 30일 기존의 특수교육진흥법을 폐지하고, 새로운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이 국회를 통과했다. ‘교육 현장에서 더 이상 장애를 이유로 차별받지 않고, 교육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라’며 지난 2003년 7월 장애인교육권연대를 결성하며 시작한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요구가 그 결실을 거뒀다. ⓒ전진호 기자
▲ 2007년 4월 30일 기존의 특수교육진흥법을 폐지하고, 새로운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이 국회를 통과했다. ‘교육 현장에서 더 이상 장애를 이유로 차별받지 않고, 교육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라’며 지난 2003년 7월 장애인교육권연대를 결성하며 시작한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요구가 그 결실을 거뒀다. ⓒ전진호 기자

장애와 비장애, 경증과 중증으로 갈라놓는 정책

윤종술: 정책과 제도가 구분해놓은 입장이다. 장애가 있든 없든, 장애정도가 경증이든 중증이든 통합된 사회에서 살아야 하는 게 원칙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한 중증장애인의 경우, 충분한 지원과 제도상의 장치가 있으면 통합이 가능하다. 그렇지 않다 보니 결국 중증장애인은 지원이 조금 더 많은 별도의 공간으로, 시설로 가게 된다. 이러한 분리정책이 결국 장애인부모와 장애인부모 사이에서도 이분법을 낳고 갈등을 만든다.

잘 만들지는 않았지만 통합교육을 담은 법이 만들어졌다면 제대로 실천해야 하는데, 실천을 못하고 있기 때문에 특수학교로 전학가야 하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미래에는 특수학교를 가까운 곳에 많이 짓는 게 문제가 아니고, 자녀가 별도의 시설에서 사는 게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살면서 삶의 질을 보장 받아야 하는 것이다.

김기룡: 학교 체제를 처음부터 하나만 설정했다면, 부모가 갈등하거나 입장차이가 생겼을까. 고민할 필요도 없는 문제다. 학생이 자신의 집 근처 어느 학교에 가던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는 체제를 만들었다면 오늘과 같은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고,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의 권고도 받지 않았을 것이다.

더 이상 시설에서 생활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 하고 있고,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시설 폐쇄를 주장하고 있다. 앞으로 지역사회에서 모두가 사는 것은, 장애인이 맞이하게 될 미래가 될 것이다. 학교에서의 교육은 이와 같은 지역사회 생활을 준비하는 과정이어야 하고, 그렇다면 교육환경은 당연히 통합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의 풍토와 관행, 행정체제 등 모든 것이 다 바뀌어야 한다. 통합교육만 부르짖는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일반교육의 관리자부터 시작해서 일반교사, 비장애학생의 부모 등이 통합교육의 중요성과 필요성 또 당위성에 대해 이해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겸비해야만 제대로 구현할 수 있다.

정부가 굉장히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많은 사람의 의견을 듣고 바람직한 통합교육 방향을 수립해야 한다. 국가 수준의 중·장기발전계획에 완전한 통합교육을 위한 정책이 제대로 마련되고 제안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 발달장애가 있는 당사자들이 조직하고 직접 목소리를 내며 스스로의 권리를 찾기 위한 활동을 펼치는 ‘한국피플퍼스트’. 지난 4월 20일을 맞아 발달장애인권리보장 촉구대회를 열고 요구안을 낭독했다. ⓒ웰페어뉴스 DB
▲ 발달장애가 있는 당사자들이 조직하고 직접 목소리를 내며 스스로의 권리를 찾기 위한 활동을 펼치는 ‘한국피플퍼스트’. 지난 4월 20일을 맞아 발달장애인권리보장 촉구대회를 열고 요구안을 낭독했다. ⓒ웰페어뉴스 DB

자기결정권은 ‘누구’로부터가 아닌 ‘교육’에서 시작한다

윤종술: 내 자녀는 대화가 어려운 중증장애가 있다. 장애정도에 따라서 선택을 잘하고 못하는 게 아닌 것 같더라. 그냥 말을 잘하느냐 못하느냐 차이다.

식당에 밥을 먹으러 갔을 때 사진이나 그림을 주고 선택하게 하면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선택한다. 부모가 또는 선생이 ‘아이가 좋아한다’고 생각해서 선택하는 것은 부모나 선생의 선택이지 당사자의 선택이 아니다. 물론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음식을 선택할 때도 있다. 그런데 자신이 먹어보고 맛이 없으면 다음부터 선택하지 않는다.

‘우리(부모)’가 없는 세상에 살아야 하기 때문에, 결국은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모든 곳에서 생긴다. 무엇을 하게만 하는 게 아니라, 무엇이든 먼저 선택할 기회를 줘야 한다. 지원인력과 지원방법을 통해서 선택하는 문화가 형성되려면, 학령기 자기결정에 대한 교육이 방법부터 시작해서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서로 부딪치기도 하고 이해하면서 경험을 축적해야 한다. 그래야 사회로 나와서도 자기결정권이 보장된다.

통합교육에서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지원 규모를 늘려야 하는데 특수학교에서, 특수학급에서, 이런 식으로 처음부터 분리하는 것은 자기선택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만드는 구조다. 말을 아주 잘한다고 해도 정작 선택해야 할 때 선택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중증장애인은 일하기 어렵지 않느냐’는 이야기도 많은데, 기회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지 개개인이 일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해보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른다.

중증장애인에 대한 한국의 서비스 방식은 어떠한가. 거주시설, 주간보호시설, 주간보호작업장 등 전부 시설에서 일괄된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지 않은가.

▲ 2016년 8월 24일 한국피플퍼스트는 국회 정론관에서 출범을 알렸다.
▲ 2016년 8월 24일 한국피플퍼스트는 국회 정론관에서 출범을 알렸다. ⓒ정두리 기자

김기룡: 다양한 환경과 기회가 제시됐을 때 자기결정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 본인이 자기결정 역량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변 환경이 자기결정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조성돼야 한다.

학교라는 곳 자체가 자기결정 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공하지 않는다. 자기결정을 충분히 할 수 있어도 기회가 없어서 행동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다.

학교에 있을 때야 부모와 선생이 보호해주지만, 사회에 나오면 아주 중요한 선택도 혼자서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그런 상황에서 어떤 것을 선택했을 때 뒤따르는 위험과 책임을 감수해보는 경험도 가져야 하고, 이에 대처할 계획을 세우는 것도 필요하다.

아직은 한국에서 자기주장, 자기표현, 자기옹호와 같은 내용을 학교 교육과정에서 체계화해서 제공하지 않는다. 선생의 교육활동 문화에서도 참여, 자치, 자기표현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지 않다.

교육과정의 접근도 필요하지만 학교환경의 측면도 함께 고려해나가면 좋겠다. 미국의 경우 개별화교육을 수립할 때 학생의 참여를 의무화 하고 있다. 만14세가 넘으면 장애청소년은 반드시 자신의 학교 교육계획을 자신이 참여한 가운데 논의하고 수립할 수 있도록, 또 자신의 의견을 충분히 개진하도록 보장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학생이 참여하는 의사결정 활동이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도기 넘어 시대정신에 부합한 방향으로 힘 모아야

김기룡: 통합은 시대정신이다. 이미 수십 년 동안 장애인교육의 역사를 통해서 장애인의 교육은 통합교육이어야 한다는 것이 충분히 이야기 됐고, 한국의 교육 방향도 명확히 통합교육을 천명하고 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래야만 시대정신에 부합한, 그리고 대다수의 장애인과 그 가족이 원하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과감하게, 어쩌면 굉장히 많은 힘이 들 수 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도 통합교육을 고민하기 시작했을 때 많은 난관과 장벽이 있었다. 다 극복하지는 못했기 때문에 법률이나 정책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그때보다 지금은 장애인교육과 관련한 저변이 많이 확대됐고 힘이 더 생겼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고민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통합교육을 실현하기 위한 청사진을 만들고, 잘 시행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노력도 함께 해야 한다.

윤종술: 특수교육의 본질은 지역사회에서 살기 위한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다. 분리돼서 살 수 없기 때문에 결국 특수교육의 원칙은 통합교육이어야 한다. 이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일어난 과도기라고 본다. 과도기를 잘 극복하고 명확하게 방향을 설정해서 이후에는 이런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 지난 2006년 4월 20일 열린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 결의대회에서는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을 비롯해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활동보조인서비스 제도화를 3대 투쟁과제로 정하고 행진했다. ⓒ전진호 기자
▲ 지난 2006년 4월 20일 열린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 결의대회에서는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을 비롯해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활동보조인서비스 제도화를 3대 투쟁과제로 정하고 행진했다. ⓒ전진호 기자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활동의 소회, 앞으로의 계획

윤종술: 그동안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 활동은 운동 중심이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투쟁도 하지만 책임 있는 법인 조직이기 때문에 실행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고, 제안하는 정책의 뒷받침이 되는 활동을 할 수밖에 없다. 한국사회에서 장애인부모연대가 어떻게 자리잡으면 좋을지 참 많이 고민했다. 그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투쟁성이 좀 떨어진 것 아니냐고 이야기 한다. 사업을 하면 공격성 투쟁이나 제안을 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중앙 단위에서는 제도 개선을 위한 연구만 한다.

지역에서의 사업 역시 원칙이 있다. 기존 서비스 방식을 탈피해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보편적인 서비스를 보편화 하도록 하는’ 것이다. 재활치료바우처사업, 활동지원서비스와 연관된 사업 등 특정이 아닌 다수가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보편화 하는 것. 그것이 보편화 되면 새로운 모형을 고민하는 것. 그것이 원칙이다.

운동성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운동성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치매환자를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발표했다. 생활이 어려운 국민을 책임지고 안고 가는 게 국가의 존립 이유다. 치매환자를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이야기 하면서, 발달장애인과 빈곤의 문제는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말하지 않는 문제에 대해 싸우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싸울 게 생길 것이고, 싸우게 될 것이고, 싸울 수밖에 없다.

김기룡: 거리에 나와서 집회하는 모습이 많이 보이지 않아서 투쟁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정책 제안을 현장에 안착시키기 위한 ‘인큐베이팅 과정’이지, 직접사업에 나선다고 하는 것은 오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일부 지역에서는 사업에 집중할 수도 있겠지만 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추구하는 것은 정책을 개발하고, 제안한 정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견제하고 감시하고 견인하는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