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사회 소수자 권리 보장 위한 적극적 역할 기대’
개헌, ‘사회 소수자 권리 보장 위한 적극적 역할 기대’
  • 황현희 기자
  • 승인 2017.09.29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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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권리보장 개헌안 초안 발표
헌법, 장애인 권리… ‘시혜적 복지’ 아닌 반드시 보장해야할 ‘자유권’으로 접근해야
▲ 장애인권리보장을 위한 개헌 네트워크, 이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 장애계와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 국민의당 김광수 의원,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지난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장애인 권리보장을 위한 개헌 방향 토론회를 열었다.
▲ 장애인권리보장을 위한 개헌 네트워크, 이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 장애계와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 국민의당 김광수 의원,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지난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장애인 권리보장을 위한 개헌 방향 토론회를 열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개헌에 대한 논의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장애계도 장애인의 권리를 헌법에 담기 위한 개헌 논의를 진행 중이다.

장애인권리보장을 위한 개헌 네트워크, 이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 장애계와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 국민의당 김광수 의원,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지난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장애인 권리보장을 위한 개헌 방향 토론회를 열었다.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최상위 규범으로, 사회의 중요한 의제와 나아가야할 방향을 담아왔다.

지난 1988년 제정돼 총 9번의 개정 과정을 거친 헌법의 가장 최근 개헌은 지난 1987년이다. 민주화 운동 이후 민주 정신을 반영해 개정한 헌법이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변화하는 사회에서 헌법이 사회 소수자의 입장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권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개헌’ 요구가 높아졌다.

특히 현행 많은 차별과 인권침해에 노출되고 있는 장애인들의 절실함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

헌법에 직접적인 장애인 관련 규정은 제34조 제5항이 유일하다. ‘신체장애자 및 질병‧노령 기타의 사유로 생활능력이 없는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는 규정이다. 장애인을 ‘신체장애자’로 한정하고 있어 이외 기본권에서는 배제돼 왔다는 것이 장애계의 주장이다.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조현수 정책조직실장.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조현수 정책조직실장.

판례들을 살펴보면 그 현실을 만날 수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조현수 정책조직실장에 따르면 헌법에 의한 결정은 개인의 기본권 침해로부터 권리구제를 위한 헌법소원 결정과, 하위법률이 헌법에 위반 돼 개인의 권리가 침해되는지 여부를 살펴보는 위헌여부로 나눠졌다.

지난 2001년 오이도역 수직형 리프트 추락사고 이후, 그해 11월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저상버스의 도입을 청구했으나, 당시 건설교통부와의 협의 등을 이유로 이행하지 않았다.

장애계는 장애인 이동권 쟁취를 위한 연대회의를 결성해 보건복지부장관을 상대로 저상버스를 도입하지 않은 것이 ‘행복추구권 및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장애인의 복지를 향상해야 할 국가의 의무가 다른 다양한 국가과제에 대해 최우선적인 배려를 요청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나아가 헌법 규범으로부터는 장애인을 위한 저상버스의 도입과 같은 구체적인 국가의 행위 의무를 도출 할 수 없다’며 소송을 각하했다.

판례를 통해 조현수 실장은 “지금의 헌법은 장애인의 권리와 평등을 보장하는 국가최고규범으로서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며 “또한 헌법이 하위 개별 법령의 기본 전제가 되는 원리로 작동하는 것이라면,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 구제 등에 관한 법률 등 현행 법령의 가치들을 담아낼 수 있는 헌법 개정은 필수적이다. 즉,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세상으로의 변화’에 부합되도록 장애인의 지역사회 완전한 참여와 통합이라는 가치에 걸맞은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형식적 평등에 가려진 장애인 권리, 적극적 평등실현조치로 보장받아야

이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의 단체로 구성된 장애인권리보장을 위한 개헌네트워크는 ‘참여연대‧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한국사회보장법학회 공동주최 토론회에서 제안된 개정안과 지난 6월에 공개된 국가인권위원회의 개정안을 참고해 장애인의 권리가 보장되는 헌법 초안을 작성했다.

먼저, 이들이 요구하는 헌법 개정안 초안은 장애인의 권리에 대한 독자 조항 신설을 비롯해 ▲헌법 전문 ▲평등권 ▲자유권적 기본권 ▲사회권적 기본권 조항에서 장애인의 권리 보장을 강화를 담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헌법 개정안 초안 제35조

‘모든 장애인은 경제‧사회적으로 독립해 존엄하고 자립적인 삶을 영위할 권리를 가지며, 사회‧직업‧교육 통합과 사회참여의 모든 기회에 접근할 권리를 가진다’

‘모든 장애인은 모든 형태의 착취나 억압, 차별적이거나 모욕적인 성격을 띠는 모든 처우로부터 구제받을 권리를 가진다’

해당 조항은 UN장애인권리협약 제5조 ‘평등과 차별금지’내용에 근거한 것으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적극적 차별시정조치’를 포함했다.

헌법 개정안 초안 제10조 제2항

‘모든 사람은 자기 삶에 관한 모든 결정에 있어서 스스로 선택하고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행동할 권리를 가지며, 의사표현과 의사결정에 어려움이 있다 하더라도 이러한 권리가 부정되어서는 아니 된다’

헌법 제10조가 보장하는 행복추구권에 ‘자기결정권’을 추가해 명문화하고자 했다. 발달장애인 경우 자기결정권이 중요한 문제다. 자기 삶에 모든 결정을 스스로 선택하고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 이에 규정을 신설해 자기결정권을 강화하고자 했다.

헌법 개정안 초안 제32조 7항

‘장애인의 근로는 고용‧임금 및 근로조건에 있어서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아니하며, 국가는 장애 특성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법률로서 정해야 한다

현행 헌법은 근로의 권리에서 장애인에 대한 별도 조항이 없었다. 이에 장애인 관련 조항을 신설해, 차별금지와 국가의 적절한 조치 시행 의무를 담았다.

헌법 개정안 초안 제34조 5항

‘장애‧질병‧노령 및 그밖의 사유로 인해 생활능력이 없는 국민은 국가가 우선적으로 기초생활을 보장해야 한다’

현행 헌법은 생활능력이 없는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고 규정한다. 개정안은 국가의 보호가 아닌 기초생활권리를 보장하는 것으로 권리 보장 담았다. 또한 국가의 보장을 명시함으로서 사회보장권을 확립하고자 했다.

헌법 개정안 초안 제12조

‘모든 사람은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는 체포‧구속‧압수‧수색‧심문‧처벌‧감금을 비롯해 어떠한 형태로든 신체의 자유를 제한당하지 아니한다’
‘모든 사람은 사법절차에서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권리를 가지며, 장애가 있는 경우 장애를 고려한 조력을 받을 수 있또록 하여야 한다’

자유권적 기본권에도 장애인의 권리보장에 관한 규정돼야한다는 의견이다. 특히 기존 헌법은 명시하지 않았던 ‘감금’을 포함시켜 적법한 절차가 아니면 시설이나 병원 등에 감금되는 조치를 제한받지 않는 권리를 규정하고자 했다.

이밖에도 의료지원 접근권 보장, 지역사회 통합 정책 수립, 초등교육 보장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자 했다.

조 실장은 “우리는 법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운동은 하지 않는다. 법을 통해 쟁취해 나갈 장애인 권리와 평등이 중요하다.”며 “개헌 통해 장애인 권리 보장을 위한 근거조항을 만들어내고, 규정하고, 권리 확장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 주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장애인은 ‘노인, 아동 등은 ~~할 수 있다’란 문구처럼 ‘등’에 가려진 존재였다. 형식적 평등에 가려져있던 우리의 권리를 실질적 평등으로 바꿔야 한다. 당사자와 목소리로 헌법 이야기한다. 우리는 완전한 사회 통합 위한 장애인 헌법 이야기할 것.”이라고 전했다.

장애인의 권리 보장 ‘사회권’에서 벗어나, ‘자유권’ 보장으로

이날 토론회 참석자는 헌법이 사회의 기본이고 근간이 되는 규범이지만, 모든 사람의 기본 가치를 실현시키는 데 제 역할을 해왔는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하며, 개헌을 통해 모든 사람들이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기본권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전했다.

▲ 노들장애학궁리소 고병권 연구원.
▲ 노들장애학궁리소 고병권 연구원.

노들장애학궁리소 고병권 연구원은 “헌법이 ‘기본’이라는 이야기는 우리 사회 가치를 최대한 포괄하고 있는 법이라는 것.”이라며 “따라서 최대로 다양한 가치를 받아들여 헌법 밖에 있는 사람들을 없도록 해야 한다. 특히 사회 소수자는 목소리가 작고, 적극적이지 않기 때문에 법에서 적극적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그는 사회가 ‘장애인’에게만 이상한 잣대를 겨눈다고 지적하며, ‘기본권’은 장애유무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이 보장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사회 기본권은 비장애인에게는 출발점이지만, 장애인에게는 도달점.”이라며 “장애인은 ‘우리는 그것조차 안되고 있다’고 기본권을 보장을 요구하면, 사회는 ‘아직 그것까지는 안돼’라며 이상한 어법을 사용한다.”고 꼬집었다.

이렇듯 장애인을 향한 ‘선입견’ 혹은 ‘이상한 잣대’는 장애인 권리의 기본권 범주를 자유권이 아닌 사회권의 문제라고 인식하는 선입견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고 연구원에 의하면 자유권이 반드시 보장돼야하는 ‘기본권’이라면, 사회권은 장차 여력이 됐을 때 국가가 보호할 수 있는 것처럼 간주되고, 당장 시정해야 할 침해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목표인 것처럼 생각하는 것이다.

가령, 헌법은 모든 사람들의 신체의 자유, 거주 및 이동의 자유 등을 보장한다. 법에 따라 장애인 이동권은 당장 보장받아야 할 자유권이지만, 사회는 장애인 이동권 문제를 복지 문제, 즉 사회적 기본권으로 간주한다.

고 연구원은 “당장 장애인이 이동할 수 없는 도시환경을 조성해 놓은 것은 자유권 침해.”라며 “이동권이 사회권이 되는 순간 이것은 장차 시정하면 되는 문제로 변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그는 개헌을 통해 장애인 문제를 오직 ‘사회권’의 범주로만 다루는 사회 담론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