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인권증진계획 평가 토론회… 서울시의 탈시설 개념 정립, 방향성 미흡 지적, 권익증진 위한 인권센터도 제역할 못해
서울시, ”장애인 인권 증진 위해 인식개선 우선돼야“

▲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와인권발바닥 행동 등 장애계 단체는 지난 12일 서울시의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1차 서울시장애인인권증진계획 평가’ 토론회를 열었다.
▲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와인권발바닥 행동 등 장애계 단체는 지난 12일 서울시의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1차 서울시장애인인권증진계획 평가’ 토론회를 열었다.

제1차 서울시인권증진기본계획(이하 서울시 기본계획)이 올해로 종료된다. 이에 지난 2013년~2017년까지 5년 동안 서울시 기본계획을 평가하고, 향후 2차 계획의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와인권발바닥 행동 등 장애계 단체는 지난 12일 서울시의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1차 서울시장애인인권증진계획 평가’ 토론회를 열었다.

지난 2013년~2017년까지 시행된 서울시 기본계획은 ▲권익보장 ▲중점 권익증진 ▲기본적 생활권 보장 등 3개 추진 분야 아래 △인식개선 △권익옹호 △차별금지 △시설거주장애인 △발달장애인 △여성장애인 △아동장애인 △이동접근 △소득 △주거 △교육 △문화 등 12개 과제를 중심으로 추진됐다.

인권증진의 핵심 탈시설-자립지원, 장애계-서울시 좁혀지지 않는 시각차

서울시는 지난 2013년 전국 지자체 최초로 탈시설 종합 계획을 수립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생각한 탈시설과 장애계가 꾸준히 주장해온 탈시설의 이상향은 다른 듯 보인다.

이에 대해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박현영 사무국장은 ‘서울시 정책이 진짜 탈시설 정책이라고 생각한 적 없다’며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박현영 사무국장.
▲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박현영 사무국장.

박 사무국장에 따르면 서울시의 탈시설 정책은 개념조차 명확히 정립 되지 않았다.

2014년 서울시 기본계획 추진방향에서 명확하게 지역사회 장애인의 거주시설 입소 방지 및 시설퇴소자의 재입소 예방강화 내용은 2015년부터 물리적 공간규모의 소규모화, 가정적인 분위기에서 사생활과 인권이 보장되는 거주생활지원으로 바뀌었다.

탈시설과 자립생활을 기본으로 했던 기본 계획의 방향에서 기존 거주시설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변화한 것이다.

변화한 서울시의 탈시설 계획은 서울시가 장애인거주시설과 해당 시설의 법인에 의해 신설, 운영되는 ‘자립생활체험홈, 공동생활 가정’ 등을 탈시설 인원에 포함시키는 것을 통해 알 수 있다.

장애계는 꾸준히 시설 운영 체험홈을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탈시설 정책에 포함되고 있다.

장애여성독립생활센터 숨 조미경 소장은 “탈시설은 수용시설 내 장애인이 물리적으로 지역사회 내에서 지원을 받으며 자립생활을 영위하는 한편, 기존 거주시설 내 위계적이고 권력이 작동하는 관계를 끊어내는 삶의 질적인 변화를 포함한다.”며 “자신을 관리, 감독하는 선생님은 그대로인 상황에서 단순히 두세 명이 살 수 있도록 사는 공간만 변화한 것이 진정한 탈시설일까.”라고 지적했다.

탈시설 관련 예산 편성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지난 2013년 장애인복지정책과 예산 1,620여억 원 중 거주시설 예산은 65.7%에 해당하는 1,066여억 원이다. 반면, 탈시설 예산 14여억 원으로 0.8%에 불과하다. 올해 거주시설 예산은 장애인복지정책과 예산의 58.8%에 해당하는 1,161여억 원이다. 탈시설 예산은 34여억 원으로 1.7%를 차지한다.

박 사무국장은 “서울시는 탈시설 정책의 이행을 위해 책임 있는 예산 반영을 해야 한다. 거주시설 예산을 축소하고 탈시설 예산으로의 전환, 확대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산 편성에서도 알 수 있듯, 서울시는 탈시설 정책과 거주시설 정책을 함께 시행하고 있다. 이에 장애계는 탈시설-자립지원 정책은 반드시 시설 폐쇄 정책이 수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사무국장은 “스웨덴, 뉴질랜드 등의 국가는 자립생활을 이야기할 때 시설 폐쇄 계획을 동반한다.”며 “하지만, 서울시 기본계획 시행 이후 오히려 시설이 1개소 추가됐다. 이는 정책이 탈시설 방향으로 가지 않음을 증명한다. 탈시설 정책은 장애인거주시설 해체 계획의 수립과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장애계가 주장한 탈시설-자립지원 정책 제언에 대해 토론회에 참석한 서울시 관계자는 탈시설 관련 다른 입장을 전했다. 

서울시 장애인복지정책과 장애인권익보장 고보영 팀장은 “탈시설만 가장 큰 문제냐.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며 “인식개선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탈시설은 성공할 수 없다. 시에서 예산을 지원해주고, 활동지원서비스 제공 해도 지역 내 이웃들과 의사소통 할 수 없고 교류할 수 없으면 고립된 삶을 살 것이다. 따라서 여러 상황을 고려하면서 2차 인권증진 계획을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 한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우승명 초빙교수.
▲ 한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우승명 초빙교수.

이에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김성연 사무국장은 “인식개선이 우선이라고 말하는데, 그러면 모든 사람의 인식이 바뀔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행정청은 탈시설 정책에 있어 인식개선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닌, 인식 개선을 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함과 동시에 기본 인권 원칙을 갖고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실행하는 기관.”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서울시 기본계획은 당초 600명 탈시설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현재 목표 달성 수치에 턱없이 못 미친다. 탈시설은 장애인 당사자가 지역사회에 어떤 방식으로 살아갈지에 대한 좌표임에도 불구하고 하나도 시행이 안됐다는 것은 기본계획의 극본적인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인식개선이 우선이라고 말한다면, 앞으로의 계획도 난항에 부딪칠 것이다. 서울시는 기본계획을 촘촘히 분석하고 평가해 2차 계획에 제대로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서울시는 지난해 서울시 기본계획 평가를 통해 ‘시설 거주 장애인을 위해 탈시설화가 최선의 대안인지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한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우승명 교수는 “검토 단계는 지났다.”며 “이제는 결단력을 갖고 뭔가 정책으로 실현하해야 한다. 모든 정책은 기회비용이 존재하듯이, 탈시설 정책도 실현 과정에서 피해 혹은 기회비용이 있을 수 있다. 서울시는 기회비용을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가로 나아가는 단계이지, 아직도 검토하는 단계는 아니다. 2차 계획에서는 탈시설 자립생활에 대 한 명확한 좌표를 제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서울시 권익 보장 분야 사업의 중심인 인권센터, 실적은 미비

서울시 기본계획의 큰 줄기인 탈시설 뿐만 아니라 서울시 추진 실적 평가에서 높은 목표 달성도를 보였던 권익 보장 분야도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김성연 사무국장.
▲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김성연 사무국장.

서울시는 추진 실적 평가에서 권익 보장 분야 사업 8개 중 7개 사업에서 100%이상 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평가했다. 87.5%에 해당하는 수치다.

하지만, 장애계는 권익 보장과 관련한 대부분의 사업을 맡고 있는 서울시장애인인권센터(이하 인권센터)의 역할 미비를 지적하며, 보다 효과적인 권익 보장 정책 마련을 제안했다.

인권센터는 지난해 기준 약 7억5,000여만 원의 예산으로 운영된다. 주요 업무는 인권침해 차별 상담과 모니터링, 조사와 피해자 권리구제, 인권 교육 등이다.

지난 2014년~2016년까지 인권센터의 활동을 평가한 자료에 따르면 3년 간 총 2,063건의 상담 중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이 6건, 소송대리 30건으로 장애인인권침해와 차별 상담에 대한 대응이 부족하다.

김성연 사무국장은 “인권센터에 상담을 의뢰한 이후 제대로 지원을 받지 못해 다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에서 운영하고 있는 장애인차별상담전화 상담소를 찾은 사례들이 간혹 접수된다.”며 “당사자들이 인권센터에 지원 요청을 했더니 ‘국가인권위원회에 알려라’, ‘법률구조공단에 연락해라’ 등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는가 하면, 당사자에게 ‘이건은 해결되기 어렵다’고 직접적으로 이야기하거나, 재판과정 지원 요청에 ‘재판 지원은 하지 않는다’고 거부한 일도 있다.”고 인권센터의 부족한 지원을 꼬집었다.

이어 “물론 상담은 굉장히 복잡한 많은 상황 있을 수 있다고 예상은 하지만, 이렇게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사례들이 있었다면, 이에 대해서 반드시 평가와 대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사무국장은 인권센터 운영에 관해 ▲모든 것에 우선하는 당사자의 권리옹호 필요 ▲수탁법인과 지자체로부터 독립적인 기관 필요 ▲장애인당사자의 감수성 담기 위한 당사자 채용 ▲인권센터 접근성 확보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백화점식 계획’, ‘정량 평가’만 있는 서울시 기본계획, 2차 계획은 달라야 한다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서울시 기본계획의 내용적 문제 뿐 아니라 계획의 구성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서울시 기본계획이 ‘백화점식 계획’이라고 비판하며, 대부분의 서비스들이 파편적‧분절적이고, 유사한 내용의 서비스들이 각기 다른 부서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서비스 구분을 위한 원칙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장애여성독립생활센터 숨 조미경 소장.
▲ 장애여성독립생활센터 숨 조미경 소장.

조미경 소장은 “서울시 기본계획의 전체 핵심과제와 세부 추진사업의 구분이 명확한 기준이 없으며, 세부사업 간 무게도 너무나 상이하다.”며 “가령, 장애인 거주시설 탈시설화 추진은 시설거주장애인이라는 중점과제의 세부추진사업으로 배치됐다.”며 “탈시설-자립생활은 하나의 사업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권문제의 커다란 핵심과제다. 이를 위한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기 때문에 상-중분류로 속하는 것이 더욱 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기본계획이 백화점식 사업배치를 넘어서기 위한 계획 전반의 재구성과 실질적인 장애인 인권 증진 기본 계획을 위한 평가 방식의 변화가 필요한 부분이다.

뿐만 아니라 서울시가 보고한 시행계획의 2016년 추진 실적의 모든 개별 사업은 정량 평가로 이뤄졌다. 평가에 따르면 2016년 예산 집행 비율은 95%에 달하며, 목표 달성도는 달성 26개, 미흡 14개, 부진 6개 사업이다.

장애계는 서울시의 기본 계획 실적 평가가 ‘내용 평가’가 아닌, ‘정량 평가’로만 이뤄진 점을 지적했다. 이럴 경우, 사업의 시행과정, 결과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특히 조 소장은 권익보장 분야의 경우 내용 파악이 필수라고 지적했다.

가령, 한명의 장애인이 시설에 나와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을 하는 것을 숫자로만 평가한다면, ‘탈시설 인원 1명’일 것이다. 하지만, 수치만으로는 장애인이 시설에서 나와 체험홈에 들어갔는지, 지역사회에서 독립된 삶을 살고 있는지 파악할 수 없다. 탈시설 과정과 탈시설 후 적절한 지원 여부 등의 내용도 파악이 안 된다. 이는 향후 정책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되는 평가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 조 소장의 주장이다.

우승명 교수 역시 “서울시 추진 실적 평가는 단지 몇 명에게 서비스를 지원했냐는 수치 보다 내용 측면에서 시원한 답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며 “계획 세우고 실행하는 과정에서만 인권이 보장되는 방식이 아닌, 평가 부분에서도 인권감수성을 갖고 임해야 한다. 서비스를 받은 장애인들이 실제로 만족하고 있는지 어떤 문제점들을 제시하고 있는지 그런 개선 방안을 위해 여러 가지 의견을 묻고 포괄해서 하나의 평가를 내리는 작업이 필요하지 않을까. 2차 기본 계획 평가는 내용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량평가 뿐 아니라 인권감수성을 고려한 내용 평가도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난색을 표했다.

고보영 팀장은 “기본계획 평가 시 정량 평가와 함께 인권감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하는데, 인권감수성 평가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아무도 명확히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만큼 어렵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김성연 사무국장은 “간단하다. 당사자 입장에서 고민하는 것.”이라며 “서울시는 기본계획 평가 시 당사자의 의견을 묻지 않았다. 기본계획을 과연 누구 입장에서 평가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해 보인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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